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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뒤,나는우민재의안락한숙소소파에누워서내가가져온쥐포를뜯어 먹고 있어야 했다 엄마가 강력하게 추천한 100편 넘는 아침 드라마를 같이 보면서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소란스럽고 심각한 분위기의 경찰서 안,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었다. 내 가 왜 경찰서에 왔느냐?이유는 간단하다. 호텔에 거의 다 왔을 때, 갑자기 전화가 울 렸다 내가 절대로 연락하지 말라던 사람 중 하나였다. 문지용.
'뭐야,왜 전화해?'
받자마자 물었는데 상대는 지용이가 아니었다. 지용이의 친구라고 밝힌 남자가 당 황한 목소리로 알려왔다.
‘지용이가 싸움 붙어서 경찰서 왔는데요, 지용이가 평소 형처럼 따르는 사장님 맞으 시죠?도와주시면 안될까요?'
안 된댜 싸움질로 경찰서 갔으면 자기가 알아서 책임지고 나와야 한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정신 못 차리고 또 싸우니까. 한창 사고 치던 시절에 내가 그랬다. 엄마 가 나 경찰서 갈 때마다 빼내 주고 대신 사과하니까 잘못한 줄도 모르고 또 날뛰었다.
다행히 내가 스무 살이 되자 엄마는 큰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여 더는 도와주지 않 았댜 그때부터 난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걸 깨달아 몸을 좀 사리게 됐다. 그러니 나도 같은 방법을 쓸 생각이었다. 지용이 친구의 다음 말만 아니면.
상대방 새끼는 한 대밖에 안 맞았는데 죽어라 맞은 지용이만 유치장에 갇혔어요.'
아니 왜?전화로는 자세한 이유를 듣기 어려운지라 경찰서로 와보니 정말로 지용이 가 유치장에 갇혀있었댜 그러나 녀석은 입을 꾹 다물고 등 돌리고 앉아 날 보지도 않 았다 얼핏 보니 얼굴이 퉁퉁 붓고 입가가 찢어지고, 광대에 멍이 들어있었다. 진짜로 많이 얻어맞긴 했나 보다.
"무슨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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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따라온 민재가 지용이 친구에게 물었다.
“그게, 클럽에서 재수 없는 새끼를 만나서요"
"클럽? 너희 클럽 갔었어?"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날 봤다. 이 친구는 전에 반장 잡으러 이기자인지 하는 곳 에 같이 갔던 터라 얼굴은 알고 있었다.
”이비자에 가고 싶었는데 거긴 사람 많아서 다른 곳으로 갔는데 거기서 고등학생 때 지용이 괴롭히던 새끼를 만났어 요. ”
‘'괴롭히다니?"
“일진 비스름한 놈들이 있었어요. 지용이가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했잖아요?그러니까 돈 잘 번다고 그러면서 막 돈 뺏고, 만나면 엄청 갈구 고, 심부름시키던 나쁜 놈둘이요.”
난 유치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용이가 왜 우리에게 등을 둘리고 앉았는지 알 것 같았댜 과거에 자신이 어떴는지 알리고 싶지 않았나 보다. 문득 지용이가 유난히 택인이 일에 화를 내고 도와주려 하던 게 떠올랐다. 이래서 그랬나?
''괴롭힘당했어? 얼마나?"
“그 새끼들하고 같은 반이던 1년 내내요. 지용이가 돈 안 뺏기려고 진짜 많이 얻어 맞았어요. 이제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클럽에서 딱 부딪쳐선. 어휴. ”
"됐고, 누가 먼저 때렸어?"
"당연히 그 새끼둘이죠!"
친구는 흥분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클럽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데 그쪽 무리 중 하나 가 지용이를 알아봤다고 한다. 그리곤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너 아직도 시장에서 배추 나르냐?여전히 네 몸에서 생선 비린내 난다, 여기는 1년 치 월급 모아서 들어왔냐, 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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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이는 원래 큰아버지 가게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말 많고 방정맞긴 해도,힘든 일을 불평 없이 하는 걸 보고 내 가게를 열면서 직원으로 데리고 왔다. 또래 가 다 대학 다니고, 연애하는 걸 보면 시장 일이 싫을 법도 한데 지용이는 나와 달리 돈 을 버는 걸 고맙게 생각하며 열심히 다닌다. 그런 면에선 20대 초반의 나보다 훨씬 낫 댜
남에게 무시당할 인생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냔 이번 일로 화가 나지 않았다. 지 용이를 때린 놈들이 시장 일을 무시했다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은 넘쳐날 정도로 많으 니까.굳이 입 밖으로꺼내지 않아도시장에서일하는 건 무식하고저급한일이라생각 하고 그걸 은연중에 드러내는 이도 많고. 그러니저런 말은 그냥 코웃음 치고 넘겨야 한다 씨발,마음대로 지껄여라, 난 열심히 돈 벌어서 잘 먹고 잘살 테니까.
“지용이가 처음엔 무시하고 피했어요저도 그냥 나가자고 하면서 지용이 끌고 나 왔는데 그 새끼들이 기어이 쫓아와선 돈 내놓으라고 하잖아요. 그동안 못 받은 담뱃값 을 받아야겠다나? 하도 막말을 하니까 지용이가 화나서 욕을 했어요. 그래서....... ”
” 얻어맞았다?"
Tl더11더
―-,―-,.
“지용이맞을때제가경찰에 신고했어요.그거보고그새끼둘돌아서가는데지용 이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쫓아가서 한 놈한테 매달려 덤비더라고요. 그런데 진짜 딱 한 대밖에 못 때렸어요. 진짜예요. 이건 CCTV에도 나와요.”
“그런데 왜 실컷 때린 놈들은 풀려나고, 지용이만 갇혔는데?"
“그 새끼들이 때린 건 CCTV에 안 찍혔거든요. 그 새끼둘이 지용이 때린 거 자기들 아니라고, 지용이가 술 처먹고 착각해서 자기들 쫓아와 때린 거라고 막 잡아떼서요.”
친구는 어지간히 억울한지 날 보며 하소연했다.
“그 새끼들 어떻게 처벌 안 되나요?경찰한테저도 봤다고, 그 새끼들이 때린 거 제 가 봤다고 했는데 무슨 백이 있는지 그 새끼둘이 신고한 것만 접수됐어요. 지용이는 술
냄새 난다고 말 믿어주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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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술을 얼마나 마셨는데?"
“그냥, 음, 클럽 가기 전에 소주 한두 병이요. 근데 하나도 안 취했었어요.”
나는 다시 지용이를 봤다. 다 큰 놈이 쭈그리고 앉아있기는.
“일단 나가자.”
우민재가 말을 건네곤 나처럼 지용이를 힐끗 봤다.
''있을 곳이 아닌데 있으면 안 되지?
오늘따라 여기저기로 목적지를 바꾼 우민재의 차가 이번에 향한 곳은 지용이의 집 이었댜 뒷자리에서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녀석은 차가 멈춰 서자 민재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곤 날 보며 물었다.
" 얘 기 좀 할 수 있 어 요 ?"
"지금?"
"네.“
나도 차에서 내리는데 우민재가 날 불렀다.
“나 가볼 곳이 생겼어. 넌 지용 씨랑 얘기하고 내 숙소로 가있어.”
아마도 천천히 얘기하라고 배려해주는 건가 보다. 이 녀석 은 근히 섬세하단 말이야.
나도 모르게 얼굴에 이 감정이 드러났나 보다. 우민재의 시선이 내 얼굴에 한참 머물렀 댜 그가 뭔가 말할 듯 입술을 움직였지만,이내 주먹을 한번 꽉 쥐더니 차를 출발시켰 댜 뭐지?주먹 날리고 싶은 표정이었나?
"민재 님 혹시 요새 대리 기사 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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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무슨소리야.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보니 지용이가 차가 사라진 쪽을 가리켰다.
"되게 좋은 차 타고 왔잖아요. 원래 민재 님 차는 저거 아닌데. 이제 선생님도 안 하 니 돈이 없어서 대리 기사 하나 해서요.”
" 네 가 지 금 남 걱 정 할 때 냐 ?"
“그건 아니지만,민재 님이잖아요이제 학교도 그만두고,운동도 안 하고. 원래 부 자라고 해도 돈 나을 구석이 없으면....... ”
"신경꺼. 알아서 잘 살 테니까.”
그렇긴 하겠지만. 지용이는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중얼거리며 날 힐끗 봤다.
“그런데 사장 형, 민재 님하고 되게 친해지셨네요.” "어디가?"
“아니, 말도 서로 부드럽게 하고 막, 분위기가 좋잖아요.” II......원래 그랬어.”
“아니, 말도 서로 부드럽게 하고 막, 분위기가 좋잖아요.” II......원래 그랬어.”
“그건 아니죠 내가 처음부터 다 봤는데.”
"문지용. ”
”여|?"
"너 경찰서에서 나오니 이제 살 만하냐?"
녀석은 경찰서 얘기에 다시 인상을 확 쓰곤 고개를 돌렸다.
"할말은뭔데?"
“사장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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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
''밤새 생각해봤는데요. 전 아직 젊잖아요. 젊은 거 맞죠?"
"늙진 않았지.”
"맞아요• 난 그러니까 더 멋있고 좋은 일을 할 수 있잖아요二1죠?"
멋있고 좋은 일이라 지용이는 밤새 유치장에서 한 결심에 완전히 빠졌는지 사장인 날 앞에 두고 자기 할 말만 열심히 했다•
"물론 내가 대학을 안 나와서 대기업에서 일할 순 없지만, 아니지,꼭 사무실에서만
일해야 대기업 다니는 건 아니잖아요?오늘 본 내 친구 알죠?그 녀석도 서비스직으로 대기업에 다니거든요. 정확히는 대기업 하청의 하청의 하청 업체지만요. 아무튼 대기 업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클럽에서도 이 녀석이 그 회사 다닌다고 하면 여자들 이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 녀석한테 부탁하면 자리가 나을지도 몰라요. 월급은 지금 보다 적게 받겠지만, 낮에 일하고 모두가 다 아는 회사 이름이 박힌 명함을 떳떳하게 들고 다니고 싶어요. 그래서.......”
"알았어.“
"죄송해요. 일은 다른 사람 구할 때까지는.......”
"필요 없어.”
내가 잘라 말하니 녀석이 움찔했다. 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알리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결심이 섰을 때 하고 싶은 대로 해. 휴가 전까지 일한 건 오늘 정산해서 통장으로 넣어줄게. 그리고 휴가 이후론 나올 필요 없어. 너 하고 싶은 거 찾아서 해.”
I I... ... 화 난 거 아 니 죠 ? "
화?내가 왜?나도저 녀석 나이에 똑같은 짓을 했었다. 난 그때 다른 돌파구를 찾지
화?내가 왜?나도저 녀석 나이에 똑같은 짓을 했었다. 난 그때 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도로 왔지만, 지용이는 딱 맞는 곳을 찾을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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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거 해. 네가 보기에 더 좋고, 멋진일 해. 말리지 않아. 다만, 바로 다른 직 원 구할 테니까 내 가게로는 돌아올 생각 하지 마.”
꿀꺽 지용이가 마지막 말에 긴장한 듯 침을 삼켰댜 그리고 고민하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나는 맞아서 부어터지고, 피딱지가 앉은 녀석의 얼굴을 보다가 어깨를 한번 두드려주고 돌아섰다. 군대도 다녀온 놈이니 자기 일은 알아서 잘하겠지. 어차피 평생 내 가게에서 일하리란 생각은 안 했다. 누구나 혜어지게 마련이다. 한집에 살던 가족이라도 찢어지고 남이 되는데 말이다.
우민재 숙소 소파에서 잠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이게 다 책 때문이다. 우민재를 기 다리다가 탁자 위에 있던 소설책 한 권을 들었다. 추리소설이니 좀 읽을 만하겠지?개 떡 같은 착각이었다 첫 장면부터 살인인데, 현장인 방 구조 묘사가 지루하게 이어졌 댜 아 우 씨 , 무슨 설 명 을 1 c m 단 위 로 하 고 있 느 냐 고 !
결국 두 장을 채 읽지 못했다. 그러다가 얼핏 잠이 깨선 혼자 화들짝 놀랐다. 헉, 내 가 언제 잠들었지?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가슴엔 얇은 담요가 덮여있었 고 어 ?우민재가 왔나?소파에서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오래 찾을 건 없었댜 대각선으로 보이는 주방 식탁에 그가 앉아있었다. 노트북을 앞에 두고 열심히 자판을 치고 있었다. 뭐 하지?운동만 하는 녀석이라고 여겼는데 노 트북 앞에 앉아있는 것도 은근히 잘 어울렸다.
심각한 일인지 눈이 살짝 가늘어지며 손도 멈췄다. 그러나 이내 다시 손이 빠르게 움직였댜일에 빠져든 것 같아서 방해를 못 하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냥 이렇게 녀석을 보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특별할 게 없는 모습인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만큼 관심을 둔 적이 없다. 특히 외모에 둔감한 편인데 우민재는 달라 보 였댜
입매가 참 예쁘다는 걸 깨달았다. 눈썹도 적당히 진하고. 쌍꺼풀이 없는데 옆으로 길어서 그런지 눈이 작아 보이진 않았다. 아마 그래서 무표정일 때 무서워 보였나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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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잘생겼다 응? 진짜 잘생겼네?! 처음으로 깨달았댜 우 민재는 잘생겼다!
"배 안 고파?"
홈칫.녀석의 질문에난깜짝놀라엉덩이를뒤로뺐다.
"내가일어난 거 알고 있었어?"
"응소리가들렸어.”
그가 대꾸하고는 처음으로 눈을 모니터에서 됐다.
"신7|해?"
"신기하긴, 뭐갸"
''날 한참 봤잖아 "
그것도 알고 있었단 말이야?
"보긴 뭘 봐?너 자립심과잉 아냐?그거 심하면왕자병이야.”
""
우민재는 살짝 아랫입술을 깨무는가 싶더니 인상을 쓰며 눈을 돌려버렸다. 하긴 할 말이 없겠지왕자병은 자기도 싫을 테니까.
“그거 진짜대단한왕자네.”
녀석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내가 물었다.
“그런데 뭐 해?"
어렴풋이 보이는 노트북 화면은 흰 바탕에 검은 글자만 있었다. 우민재는 노트북을 힐끗보곤 별것 아닌 듯 답했다.
"반장을 감시할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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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택인이 괴롭혔던 그 빌어먹을 반장?난 갑자기 관심이 들어 상체를 바로 세 웠댜
"감시할 재료라니? 뭘 어떻게 하려고?"
’'형이 한 짓이 자기 인생에 얼마나 큰 걸림돌인지 느끼게 공포를 심어줄까 하고. 아 직 불안정한 나이니까 자기 주관이 확실해지기 전에 빨리 심어두면 좋겠지.”
그의 말은 정말로 별일 아닌 듯 가볍게 흘러나와서 난 혼란스러웠다. 내게는 심상치 않게 둘리는데. 물론 반장 새끼가 벌 받고 정신 차리길 원한다. 아마 누군가 반장을 벌 하려고 먼 지 나도록 패서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한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거다. 어 린놈이지만 한 짓을 생각하면 자업자득이니까. 그런데 우민재의 방법은 내게 생소해
서일까,뭔가 으스스한 면이 있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공포심을 심어주면 좋다니.
"365일 24시간 감시할 순 없으니 이 정도로 해두면 알아서 자기 형이 사회에 못 나오게 철저히 막을 거야.”
“그럼 공포심을 심어줄 걸 쓰고 있었어?뭐, 행운의 편지라도 되냐?"
“그것도괜찮네. 나중에 다 되면 알려줄게.”
그러면서 혼잣말을 덧붙였다. '반장이 웹툰을 좋아해야 할 텐데. ’라고. 무슨 뜻인지 묻기도 전에 그가 먼저 화제를 바꾸었다.
“지용 씨하곤 얘기 잘했어?"
"응. 그 자식 가게 그만둔대.”
"넌괜찮아?"
"안괜찮을 게 어디 있어?직원이야 새로 구하면 되고, 지용이는 알아서 잘 살겠지.”
그는 잠시 날 보는 것 같았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누군가 끼어들 일은 아니지. 지용 씨가 여 러 사람한테 무시당해서 자존심이 상한 것 같더라. 정말로 자존심 상할 일은 따로 있다는 걸 아직 모를 나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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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자존심 상할일은뭔데?"
"내가날무시하는거.”
우민재가 의자에 앉은 채 내게로 상체를 틀었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잊고 극복하게 되지만 자기가자신 을 무시하고 난 여기까지다,선을 그으면 바꾸기 어려워.”
" 넌 절 대 로 안 그 럴 것 같 은 데 ?"
그가 씩 웃었다. 그리곤 자리에서일어나 내 옆에 앉았다.
"맞아 난 내가 최고가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한번 무너지니 더 선을 긋게 된 것 같아 운동을 하지 못하는 난 불행하고 가 치가 없다고 무시했지. ”
"너 가치 커. 적어도 나한테는.”
””
이상하게도 이때 그가 키스할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녀석이 지금 내 감정을 알아 차린 듯 보였으니까. 나는 숨길 수 없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우민재가 좋았 댜 지금 이 순간,그가 너무 좋았댜
그리고 내 머릿속엔 자연스럽게 키스 이후가 떠올랐다. 이전엔 상상만으로도 기겁 해서 멈췄지만,지금은 기대가됐다. 우민재가 내 위에서 날 내려다보며 헉헉대고 허리 짓을 하는 모습. 아랫배가 묵직해졌다. 갑자기 목이 탔다.
“배고프다"
내가 중얼거리자 그가 자리에서일어나며 물었다. "뭐 먹을래?"
I'재......”
“제육 덮밥말고.”
I'재......”
“제육 덮밥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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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도 "
―CJ .__ .......
"돈가스도말고.”
뭐?왜 다 퇴짜를 놓는데?그럴 거면 왜 물어봐?! 눈을 부릅뜨고 쳐다봤으나 녀석은 꿈쩍도 안 했댜
"내가알아서 시킬게.”
한판 뜰까?주먹을 쥐는데 그가휴대폰을 들다가 생각난 듯 말을꺼냈다.
’'참, 어제 네가 하려던 답은 뭐였어?"
무슨 답? 우민재가 어제 차 안에서 나눈 대화를 되짚어주었다. 연애에서 사랑이 50%라면 나머지는 뭐일 것 같으냐던 질문. 나는 그때 답을 하려다가 말았었다. 그가 다시물었댜
"너한테 연애의 반은 뭔데?"
왠지 말하기가 껄끄러웠다. 나도 그냥 대충 의리라고 말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내 입에선 진심이 흘렀다.
"포71."
"포71?"
끄덕 난 그렇다고 고갯짓을 해주곤 덧붙였다
’'결국은 연애도 끝이 있잖아 최악의 끝을 피하려면 하나씩 내려놓는 게 좋겠지 미 리 포기해두면 편하고.”
.......
II II
"넌 원데?"
그러나 녀석은 답이 없었다.그저 가만히 날보다가 피식 웃곤 주문을 마쳤다.그런 데 내 눈엔 그의 웃음이 처음으로 웃음이 아닌 걸로 보였다.뭔가서늘한 느낌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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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 그러나 별것 아니었는지 녀석은 맛있는 걸 시켰다며 평소처럼 다시 웃었다. 그리고 나서 내 물음에 답했다.
"난 나중에 알려줄게. 천천히,오래 생각 좀 해봐야겠다.”
우민재와 보낸 하루는 즐거웠다. 에어컨 빵빵 나오는 시원한 호텔에서 됭굴며 엄마 가 추천한 드라마 보고,맛있는 거 먹고,화면 큰 TV로 열심히 축구 게임도 하고. 그러 나 이런 건 하루로 충분했다. 내가 15살 먹은 애도 아니고 성인 남자인데 서로 얼굴만 보면 만족할 나이는 아니지 않은가?
우민재를 만지고 싶었댜 저녁에 집에 왔을 때 그 생각이 더 커졌다. 상대가 같은 남 자라서 어색하고 역겹다는 생각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 녀석한테 박히는 생각을 하며 아랫배가 간질거린 걸 보면 말 다 했지. 욕구가 점차 커질수록,그간 고민이던 내가 깔 리는 문제 는 가볍게 느껴졌다.
씨바,한번 해보지,뭐. 죽어도 못하겠으면 그땐 내가 넣든가. 결국엔 이렇게 받아들 이고 말았다 샤워하며,우민재를 생각하며,자위하면서. 그리고 다음 날 바로 실행에 옮기려고 했댜 그런데 녀석이 약속보다 먼저 집에 왔던 게 떠올라 나도 먼저 우민재의 호텔 바로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A人
「=....1....」
그래 이 안에 있단 말이지. 난 초인종을 눌렀다. 이제 곧 휴대폰을 든 우민재가 문을 열면 아마도 놀라서 눈을 크게...... 달칵.
"누구십니까?"
양복 입은 모르는 남자가 내게 물었다. 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 우민재 숙소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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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사람 누구야?"
내가 휴대폰에 대고 묻자 곧 안쪽에서 진짜 우민재가 나타났다. 기대하던 놀라고 기 뻐하는 모습은 없었댜 그저 왔어?하는 표정이더니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안에는 양 복 입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문을 연 남자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 우민재 가 그들을 소개했다.
"내 자산을 관리해주시는 분들이야. ”
아, 돈 관리 해주는 사람. 그때 민재가 둘에게도 날 소개했다.
“인사하세요. 이쪽은 제 가 말한 사람입니다.”
그러자 두 사람이 나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나도 얼떨결에 고개를 숙였으나 둘은 그러고도 한참 있다가 머리를 들었다. 대체 날 누구라고 소개했는데 그래? 궁금 했지만,세사람의일이끝나지않아난혼자주방 근처거실에있어야했다.세사람은 테라스에서 서류와 노트북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말을 하는 건 양복 입은 두 사람이고 우민재는 듣기만 하며 그들이 보여주는 서류와 노트북 화면을 봤다•저 녀석이 돈이 많긴 많나 보다• 새삼스레 느꼈지만, 솔직 히 아직도 녀석이 얼마나부자인지 감이 안 왔다. 그래서 지금 그의 모습이 낯설었다. 우민재는 설명을 듣는 내내 표정이 없었다.계속 말이 없다가 딱 한 번 입을 열었다. 짧 게 연 입 모양은 나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0�뇨. ’
웃으며 말하던두사람의표정이바로사색이됐다.나이많은사람은그나마웃음 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젊은 쪽은 당황한 모습이 바로 드러나 종이 하나를 서류철 에 서 빼 내 는 데 몇 번 이 나 실 수 했 다 . 겉 으 로 보 기 에 우 민 재 는 그저 평 범 하 게 두 사 람 과 마주 앉은 고객으로 보였지만, 조금만 관찰하면 달랐다.
두 사람에게 우민재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가 싶을 만큼 어려워 보였다. 과거에 운동 선수를 했고, 평범한 체육 선생이었던 우민재는 저기에 없었다. 문득 어제 그가 반장에 대해 말했을 때 느꼈던 서늘함이 떠올랐다.이 녀석은 혹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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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놈이 아닐까?
......뭐, 그럼 어때. 그렇다고 우민재가 좌민재가 되는 것도 아닌데. 난 관찰을 중단하 고 시선을 돌렸다. 탁자 위에 책 하나가 보였다. 내가 어제 읽다가 잔 그 책. 보고 싶지 않아 얼른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1분 뒤, 할 일이 없는 내 손에 다시 그 책이 들렸다.
살인이 일어난 방의 묘사가 계속됐다. 난 벌써 졸 리는 눈을 부릅뜨며 작가가 왜 이 런 재미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내용을 썼을까 추측했다.이건 분명히 분량을 채우기 위 해서댜 그것 말곤 이 지루함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없었다.
간혹 드라마에서도 이런 일이 있다. 엄마가 그랬다. 늘어난 분량을 채우려고 쓸데없 는 장면이 나온다고. 젠장, 이 작가도 쓴 만큼 돈을 받는 게 분명했다. 다행히 묘사는 한 장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드디어 대사가 나왔다! 문장의 길이가 짧아지니 숨통이 트 일 것 같았다
그런데 주인공이 대체 누구야?형사가 나왔다. 앤가? 벌써 네 번째 연쇄살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다른 사람이 외친다 이번 살인은 다르다고.살인범이 시 체에 항상 남기는 낙서 같은 사인이 다르다고 했다. 오지람이 넓은 걸 보니 이놈이 주 인공이 분명했댜 그가 이전의 살인 세 건과 이번 사건의 차이점을 늘어놨다. 지루했 댜 이딴 얘기는 자기들끼리 이메일로 주고받을 것이지, 왜 남들한테 설명하고 난리 O�?
띠링.
한창 책을 보며 분노하는데 문자가 왔다.
[권 사장, 지용이가 그만둔다는데 진짜야?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 왔어.]
충연 씨였댜 맞아요. 답을 보내니 바로 전화가 왔다.
「말려야 하는 거 아냐?」
"뭐 하러요?하고 싶은 거 하게 해야죠.”
「대체 왜 그만두는데?대충 싸움이 났다는 얘긴 들었어.무슨일이 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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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일하는 거 무시당했대요. 그만두고 간판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네
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충연 씨의 작은 한숨이 들렸다.
「후우,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닌데. 」
“겉이 중요할 수도 있죠, 뭐.그런데 캠핑 가신 거 아니에요?어서 노세요"
「어?어....... 」
어쩐지 답이 어색했다 그러고 보니주변 소음도 없어서 야외가 아닌 것 같았다.
"캠핑 가신 거 맞죠?"
「아니,실은 그게. 음, 못 갔어. 집이야.」
"왜요?"
그렇게 기대하던 휴가면서?아이들과 같이 캠핑 간다고 나처럼 몇 달 전부터 휴가 를준비했댜물론쥐포만준비한나에 비해몇십 배는더많이.
「애들을 좀 혼냈더니 안 간다고 문 잠그고 시위하네. 허허.」
그게 지금 허허거리고 웃을일이야?난 눈을 찌푸렸다.
"빨리 풀고 여 행 가세요. 대체 왜 혼냈는데요?애들이 뭐 사고 쳤어요?" 「아냐,우리 애들 착해. 사고 같은 거 안 쳐. 그냥.」
말하기 어려운가 보다 싶어 그냥 넘어가려는데 충연 씨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다시 회사 다니면 안 되냐고 그래서 잔소리를 좀 했더니 삐쳤어.」 "회사요?하긴, 아빠가 밤에 일 다니니 얼굴 볼 시간이 없어서 싫긴 하겠네요.” 「그 이유면 차라리 낫지. 내가 쉬는 날 놀아주고, 여행 다니면 되니까.」
말하기 어려운가 보다 싶어 그냥 넘어가려는데 충연 씨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다시 회사 다니면 안 되냐고 그래서 잔소리를 좀 했더니 삐쳤어.」 "회사요?하긴, 아빠가 밤에 일 다니니 얼굴 볼 시간이 없어서 싫긴 하겠네요.” 「그 이유면 차라리 낫지. 내가 쉬는 날 놀아주고, 여행 다니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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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싫다는데요?"
「아빠 하는 일이 창피하대.」
""
「아직 애들이라 아무것도 몰라서 그래. 」
전화를 끊고 책을 봤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책이 그렇게 재미 없어?"
우민재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내가 인상을 쓰고 있었나 보다. 주변을 둘러보니 두 사람은 가고 없었다.
"진짜재미없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 마지막으로 읽은 곳을 표시해 놨다.
"재미없는데 계속 읽으려고?"
“한번 폈는데 끝까지 봐야지. 그러니 까 절대로 결말 말하지 마.”
난 미리 못을 박았다. 녀석이 내 반응에 입을 크게 휘었다.
“그러면 더 말하고 싶어지는데"
I'웃기지 마. 너 결말 말하면 가만 안 둬.”
“그럼 다른 결말은 어때?"
다른 결말이라니?무슨뜻이냐, 쳐다보니 그가내 옆에 앉으며 책을 봤다.
“나도 그 책은 별로 재미없었거든. 그래서 읽을 때 차라리 나라면 이렇게 이야기를 풀겠다, 하고 생각한 게 있어. 이건 말해도 되지?"
뭐,괜찮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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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 처음은 네 번째 살인으로 시작하잖아. 그런데 네 번째만 모방 범죄였어. 나머 지 세 건은 연쇄살인이 맞지만 마지막은 범인의 사인이 다르거든. 책에서는 마지막 네 번째 살인범이 연쇄살인의 진범을 알고 있다고 여겨서 그를 찾으려고 하지. 하지만 나 같으면 다르게 할 거야. 사실 네 번째 살인범은 진범을 몰라. 그가 살인을 한 이유는 오 히려 진범을 찾기 위해서였어. 모방 범죄로 진범을 자극해서 모습을 드러내게 하려고. 그래서 범인이 나타날 때까지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살인을 하지.”
"왜?진범한테 원한이 있어서?" “아니. 자신도 사인을 받으려고. ”
JI "
"네 번째 살인의 범인은 유명인의 사인을 모으는 취미가 있거든. 그래서 일곱 번째
"네 번째 살인의 범인은 유명인의 사인을 모으는 취미가 있거든. 그래서 일곱 번째
피해자가 되지. 소원대로 몸에 사인을 받고.II “그게..... 뭐야?존나 어이없는 얘기잖아.”
내가 기막혀하니 그가 씩 웃었다.
"응, 어이없지. 그런데 사람들은 사소한 일로 큰 범죄를 저지르는 걸 볼 때 소름 끼 쳐 하더라 소름 끼쳤어?"
뭐, 조금은 내가 답을 하고 여 전히 찌푸린 채로 있자, 그가 부드러운눈으로 봤다.
“그거 알아?사람은 위기의 순간이나, 불안감이 커질 때 같이 있는 상대에게 호감도 가상승한대.”
“그게 뭐?"
"혹시 나한테 매달리고 싶으면 매달리라고.”
"닥쳐라 매를 들기 전에.”
"하하하―”
그가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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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충연 씨의 전화에 가라앉았던 기분이 언제 그랬냐는 듯 두둥실 떠올랐다. 그래 서 녀석의 입에서 낮게 나온 말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겠지.”
그는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입가엔 여 전히 웃음이 남았으나 원가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서 책 말고 진짜로 기분이 나빠진 이유는 뭐야?"
하여간 눈치 하나는 귀신같은 놈. 난 충연 씨에게 둘은 이야기를 전해주곤 덧붙였 댜
"난 그러고 보면 진짜 큰아버지한테 효도해야 해.”
''큰아버지?"
"응 나 시장 일 하기 싫다고 큰아버지한테 온갖 철 없는 말 다 했거든. 결국 다시 받 아달라고 무릎 꿇고 빌긴 했지만.큰아버지 그때 진짜 열 받았을 텐데도 나한테는 별말 안 하셨어. 그런데 이제 알겠다. 큰아버지가어 떤 마음이었는지.”
"어떤 마음인데?"
"허무해. 그리고.”
그리고?우민재가 물었다. 난 허공을 보다가 눈을 들었다. 빡친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내 일이 존나 좋아졌어. 씨발, 평생 할 거야. 남들이 뭐라 하건 돈도 많이 벌 고 내가 잘하는 일 죽을 때까지 할 거야.”
그가씨익 웃었다그래,잘생각했다,한마디해준것도아닌데녀석의 미소가커다 란 응원으로 들렸다.
"난 이제부터 백수라 뭐 먹고 살까 걱정인데 너한테 빌붙어야겠다.” 뭐래?부자가?기가 막혀 한 소리 했다.
"잠은 재워줄 수 있지만, 딴 건 어림도 없어. 난 이런 데서 파는 비싼 밥도 절대 못 사
"잠은 재워줄 수 있지만, 딴 건 어림도 없어. 난 이런 데서 파는 비싼 밥도 절대 못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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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그래도 뭐,생일엔 고기 사줄게.”
"
"왜?"
가만히 있는 녀석에게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숙이며 그저 피식 웃기만 했다. 고기 사준다니 감격했나 보다. 하긴 누구라도 감격하겠지. 회도 사준다고 해볼까?
"야, 고기는 오늘이라도 사줄 테니까.......” “오래 살아야겠다 평생 얻어먹으려면.” JJ......평생 얻어먹게?"
다시 웃음. 이 자식 왜 이렇게 자주 웃지?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반 대였다 나까지 절로 웃음이 나을 정도로. 정말로 미소 지었나 보다. 그가 날 보며 천천 히 미소를 지웠다. 그리고 뒤로 한 발 물러섰다.
"야, 너 왜......”
"궁금한 게 있는데.”
"원데?"
"너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전에 가출했었지. 그때 뭐 했어?"
난데없이 그건 왜 묻는 거야? 난 눈을 찌푸렸다. 그건 내가 인생에서 되짚고 싶지 않 은일 중 하나다. 아니 1위다.
“오래돼 서 기억 안 나. ” “그래? 난 나는데.”
"뭐?"
"너 가출한 거 기억한다고.”
"뭐?"
"너 가출한 거 기억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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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런 걸 뭐 하러 기억해. 난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 눈을 돌렸으나 얼굴에 따갑게 시선이 꽂혔댜 내 거짓말을 녀석이 다 눈치챈 것만 같았다. 힐끗 보니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날 보고 있었다.
"갑자기 가출은 왜 묻는데?"
“그냥 궁금해서. ”
“그러니까 그게 왜 궁금하냐고.”
그가 답 대신 미소 지었다. 그러나 이번엔 마주 웃지 않았다. 오히려 싸움 걸듯 뻔히 쳐다보자 그의 웃음이 짙어졌다.
"난너에 대해선다궁금해.아무리사소한거라도다.”
녀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미안, 만날 사람이 한 명 더 있어. 오래 걸리진 않아. ”
그가 말을 하며 현관으로 갔다.이번엔 한 명이었다. 40대 초반의 남자는 이전에 왔 던 이들보다 더 날 카로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회사원 같은 차림이지만, 직급이 높은 사람처럼 느껴졌댜 그는 안에 있는 날 보지 못한 채 현관 입구에서부터 말을꺼냈다.
''말했던 블랙박스 차량은 찾았어. 차주에게 받아 확인까지 했고, 바로 경찰서로 넘 겼으니까 문지용 씨에겐 경찰 쪽에서 연락이 갈 거야. 그리고 xx 재단 이사장 쪽에서 너랑 통화하고 싶다고 우리 쪽으로 연락이.......'’
그는 안에 들어와서야 날 알아차리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를 전혀 본 적이 없는데 그는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처럼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도 마주 고개를 숙였으나 웃으며 맞이할 순 없었다. 저 사람이 방금 지용이 이름을 말한 거 맞지? 난 자리에서일어났댜새로온남자가날보며 표정이굳은것에반해우민재는아무렇지 않게 설명했댜
"혹시 몰라서 이분한테 지용 씨 일을 부탁했어. 클럽 근처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 스를 수배해달라고. 다행히 찾았고, 경찰에 넘어갔으니 지용 씨도 상대편을 폭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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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할수있겠지.”
"도와줘서 고맙다 그런데 미리 말을 해줄 순 없었어?"
"찾을 줄 몰랐거든. 하긴, 미리 말을 했으면 네가 유기농 회장님한테 지용이일을 부 탁 안 해도 됐을 텐데. ”
“그걸 어떻게 알았어?"
"몰랐어. 추측이야• 정말로 부탁했어?"
I II I .......
그는 내게 설핏 웃어 보이는 듯했으나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에게 테라스를 가 리켰댜
“먼저 나가계세요.”
그가 다시 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갔다. 난 그제야 물었다. 누구야? “아버지가 하시던 일 대신 관리해 주시는 분. ”
"네가물려받았으니 네 일 아냐?무슨일인데?"
"네가물려받았으니 네 일 아냐?무슨일인데?"
”임대업.“
아, 모든 회사원이 바란다는 꿈의 직업 임대업. 상가라도 몇 채 가지고 있나? 난 밖 으로 나가는 녀석을 보며 감탄했다. 역시 부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있는 놈이 더 하다고, 돈도 많은 녀석이 평생 나한테 얻어먹을 생각을 해?
밖에 나간 녀석은 다시 무표정하고 다른 분위기의 우민재로 변했다. 자산 관리를 해
주는 두 사람과 있을 때처럼 입을 열지 않고 상대의 말에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 댜 그러고 보니 남들하고 있을 땐 안 웃네. 하긴, 돈 얘기 하는데 실실거릴 일은 없을 테니까.
난 자리에 앉아 TV와 게임기를 켰다. 자,어제 열심히 뛰어줬던 메시를 다시 만나볼 까?게임화면이뜨는걸보며 힐끗밖을봤다•관리인이란사람이우민재쪽으로상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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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숙이며 무언갈 말하고 패드를 넘겼다. 우민재는 패드의 내용을 보듯 손가락으로 쓱 쓱 을리다가 고개를 들어 날 봤다.
느낌이 이상했다 그저 우연히 눈이 마주쳤을 수도 있는데 마치 두 사람이 내 얘기 를 하다가 본 것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저 관리인이 내 얘기를 할 리는 없잖 아?게임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 난 눈을 TV로 돌렸으나 여전히 우민재의 시선이 느껴졌다
휴가 삼 일째, 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절대 연락하지 말라 던 내 의견은 둘 다 귓등으로 들었나 보다. 문지용은 사고를 쳐서 경찰서에 가질 않나, 정충연 씨는 예고도 없이 내 집으로 쳐들어오질 않나.
"난 또 권 사장이 라면만 먹고 있을까 봐 걱정돼 서 왔지.”
이게 무슨면발 불어터지는 소리야?
”가출했어 요?"
흠칫 가출이 맞았댜
“아냐, 이 나이에 가출은 무슨.”
“그럼 도로가든가요.”
II......가출이야. 좀 재워줘.”
들어 오세요. 난 그제야 현관에 세워놨던 그를 안으로 들였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사 왔다. 마침 나도 저녁을 안 먹었던 터라 거실 바닥에 신문지 를 깔고 그가 가져온식사......가 아닌 안주를 펼쳤다. 진짜 안주잖아.
”이것만 먹고 집에 가세요. 사모님이 얼마나 걱정하시겠어요.”
II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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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라고요.”
응충연씨가들릴듯말듯작게 답했다그리곤화제를바꾸려는지지용이일을입
에 올렸댜
''참, 지용이 일이 잘 풀렸대. 경찰에서 지용이가 맞은 거 주차된 블랙박스로 찾아냈 나 봐. 쌍 방폭행인데 지용이가 먼저 맞은 게 드러나니까 저쪽에서 합의하자고 나온대. 재수 없는 놈들. 그거 안 나타났으면 지용이만 억울하게 뒤집어쓸 뻔했지. 지용이는 합 의 안 하고 형사고발 한다고 하더라. 참,민재 님이 무료 변호사를 소개해줬는데 변호 사가 강경하게 나가라고 충고해서 그쪽이 오히려 몸 달아 있대. ”
민재가 소개한 무 료 변호사라.
“그런데 지용이는 아직 분이 안 풀리나 봐.”
“그렇겠죠. 그렇게 맞았는데.”
“아니, 그것 때문은 아니고.”
난 순대볶음 비닐을 뜯다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게 아니면?
"얼굴이 이 모양이라 클럽에 놀러 갈 수 없다고 엄청 속상해하더라고.”
.....뭐지, 이 한없는 가벼움은?역시 지용이는 만만하게 볼 녀석이 아니었다 충격받 은 내게 충연 씨가 웃었댜
“그래도 다행이야. 클럽은 못 가지만,다시 맘 잡고 가게에 나올 생각을 한다는 게.”
"다시 나오다니요?제 가게요?"
"응연락 못 받았어?"
‘'못 받았어요.”
말하며 혹시 몰라 휴대폰을 보니 문자가 하나 와있었다.
[저계속다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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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었다 말 뒤의 '_, 표시도 기분 나빴댜 이 새끼는 이게 끝이야?내가 인상을 확 쓰자, 충연 씨가 고개를 쭉 빼서 화면을 보곤 웃었다.
"하하, 이 녀석 참 귀엽다니까.” ””
"홈홈. 아무튼 다행이지, 뭐.”
그 가 내 표 정 을 보 곤 뒤 로 물 러 섰 다 . 다 행 은 뭐 가 다 행 이 야 ? 문 지 용 이 자식 그 냥 잘 라버릴}}�?
“그래도 못 나오게 할 건 아니지?"
내가 아무 말 못 하자 그가 그럼 그렇지, 하듯 슬그머니 미소 지었다.
''권 사장이 은근히 정이 깊다니까.”
“기분 나빠서 얕아지려고 하니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보다 왜 다시 다니겠대
요?”
"다른 데 다니려고 보니까 월급이 생각보다 많이 적더래. 그 돈으로 지금처럼 저금
"다른 데 다니려고 보니까 월급이 생각보다 많이 적더래. 그 돈으로 지금처럼 저금
하려면 한 달에 한 번 클럽 가기도 어렵다고 계속 다닐 거래.” 진심으로 클럽에 취직시켜주고 싶었다.
I'권 사장한테 그렇게 말하고 나서 생각을 많이 했나 봐. 자기도 이런 일로 그만둔다 는게부끄럽더레시장일하면서돈모아 집도전세로옮기고,할머니도이제 일안 하시고 편하게 모실 수 있었는데 말이야. 앞으로는 클럽 가서도 시장에서 일한다고 당 당히 말한대.”
잘됐지?웃는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그럼 그 전엔 거짓말을 씨불이고 다녔다는 거예요?" “그, 글쎄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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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황해선 헛기침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참, 민재 님 대리 뛴다며?"
안 봐도 뻔했다.문지용이다.
“아니에요웬만하면 문지용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세요? “아니야?그럼 다행인데, 민재 님 이제 백수일 텐데괜찮으려나 모르겠네.” 아주괜찮댜 너무괜찮아 탈이다
’'참, 민재 님 대리 뛴다며?"
안 봐도 뻔했다.문지용이다.
“아니에요웬만하면 문지용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세요? “아니야?그럼 다행인데, 민재 님 이제 백수일 텐데괜찮으려나 모르겠네.” 아주괜찮댜 너무괜찮아 탈이다
“그 자식 돈이 넘쳐나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요. ”
"지금이야 돈이 있겠지. 그런데 재산 문제로 소송이 많다고 하지 않았어?소송비가 만만치 않지. 돈이란 게 금방 없어지기도 하고.놀면서 있는 돈을 다 쓸 순 없으니까일 이 없는 지금은 불안할 거야. 권 사장이 밥도 사고 그래.”
원가 억울했다 부자라는데 왜 안 믿지?그러나 내가 증명할 방법은 없었다. 그 녀석 통장을 본 것도 아니니 말이다. ...... 진짜 부자 맞겠지?
“그런데 가출은 왜 하셨는데요?"
화제를 획 돌리자 그가 움찔하더니 기죽은 목소리로 답했다. ’'딸이랑 싸웠는데 딸보고 나가라고 할 순 없어서 내가 나왔어.” 좋은 아빠네. 생각하는데 그가 아쉬운 듯 덧붙였다. “아들이었으면 내보 낼 수 있었는데. ”
“아들하고는 안 싸웠나 보네요?"
"개하곤 새로 나온 게임 사주기로 합의 봤어. 근데 딸은.......” 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같이 사 온 소주를 한 병 땄다. "옷을 사준다고 해도 싫대.”
화제를 획 돌리자 그가 움찔하더니 기죽은 목소리로 답했다. ’'딸이랑 싸웠는데 딸보고 나가라고 할 순 없어서 내가 나왔어.” 좋은 아빠네. 생각하는데 그가 아쉬운 듯 덧붙였다. “아들이었으면 내보 낼 수 있었는데. ”
“아들하고는 안 싸웠나 보네요?"
"개하곤 새로 나온 게임 사주기로 합의 봤어. 근데 딸은.......” 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같이 사 온 소주를 한 병 땄다. "옷을 사준다고 해도 싫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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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럼 뭐 가 갖 고 싶 대 요 ?"
""
"뭐, 아파트 라도 사달래요?"
"시장일 그만두고 다시 양복 입고 회사 다니래.”
난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나 다시 직원 뽑아야 해?
"딸이 말이야, 아직도 친구들한테 내가 대기업에 다닌다고 말했었나 봐. 그런데 같 은 동네 사는 친구네 부모가 시장에서 내가 일하는 걸 봤대. 그래서 딸 친구들이 다 알 게 돼선 딸한테 거짓말쟁이라고 했나 봐.”
"거짓말쟁이맞네요.”
“아니거든!아주 착하거든!"
충연 씨가 발끈하며 자기 딸이 얼마나 말 잘 듣고, 공부 잘하고, 예쁜지 한참 늘어놨 댜 난 안주를 식사 삼아 먹으며 열심히 들었댜
“그렇게 착한 딸이니까 결국 아빠가 하는일을 이해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실망했잖아. 평생 자식한테 실망 준 아빠로 남으면 어 떡해.”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요.”
난 피식 웃으며 내 잔에도 술을 따랐다.
"자식들에게 평생 실망한 기억으로 남으려면 적어도 가족이고 뭐고 다 내버릴 정도 는 돼야죠 젊고 예쁜 새 여자 만나고,자식들 다 보는 앞에서 부인한테 '너 정말 질린 다 ' 말하고 뛰쳐나오세요. 거기에 새 여자랑 지금보다 훨씬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사 는 모습을 딸한테 보여주면 확실히 각인될 겁니다.”
" 난 그 런 빌 어 먹 을 짓 은 절 대 로 안 해 !"
충연씨가경악하며 날뭐로보는거냐는듯쳐다봤다.하긴,아무나못할일이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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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그럼 됐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시장 일 잠깐 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가게 차리 면 평생 이일 할지도 모르는데 지금 삐쳐도 받아들이라고 해야죠.”
’'머리로는 아는데 그래도 자식이 싫다니 가슴이 아프네.” 충연 씨는 말없이 연거푸 술을 마시곤 물었다.
“그래도 나 좋은 아빠 맞지? 응?"
“그래도 나 좋은 아빠 맞지? 응?"
”맞0卜요. ”
적어도 내 기준엔 최고의 아빠다. 술을 마시며 낮에 우민재가 했던 질문이 떠올랐 댜 가출해서 뭐 했어? 별거 안 했댜 하지만 그때의 나흘이 내 인생을 바꾼 건 확실하 댜 내 인생에서 제일 기억하기 싫고, 제일 고통스러웠던 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참으로 웃기지 않는가?그일 덕분에 내가제대로 살고 있다니. 그때 아버지를 만나 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무작정 쫓아가지 않았더라면. 난 계획대로 가출해서 고등학교 도 제 대로 졸 업하지 않고, 건달처럼 지내다가 결국 이 나이까지 철 이 안 들었을지도 모 른다.
그러나 아무리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런 상처는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우민재에게 깊이 빠지고 싶지 않았다. 그저 만나면 좋고, 떨리고, 웃음이 나오 는 이 정 도 가 딱 적 당 하 다 . 그 래 , 그저 이 정 도 .
휴가의 마지막. 이날은 우민재를 만나는 대신 다른 사람을 찾아갔다. 원래 더 일찍 찾아왔어야 하는데 학교 보충수업이 이제 시작이라 선생님도 이제야 만날 수 있었다. 바로 학생부장 선생님. 그는 선물 들고 찾아온 날 보자마자 물었다.
"너 감옥에 있는 거 아니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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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진정한 교사였다. 제자가 다음엔 불편하게 인사 오는일이 없도록 미리 정을 떼다니.
"농담이다 앉아라"
그러나 난 이미 그의 깊은 마음에 감명받곤,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선생님 아직 학교에서 안 잘리셨네요?"
II II
"농담입니다 선물 가져왔어 요.”
가져온 박스를 내밀었다. 내가파는 고추였다. 파프리 카는 내가 파는 품목이 아니지 만, 몸에 좋으니 따로 한 박스 사서 같이 가져왔댜 학부는 선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 개를 끄덕이며 받았다.
“그래, 잘 먹으마, 희선아.”
"예?희선이라뇨?"
"너 권희선이잖아.”
"무슨말씀 하시는거예요. 제 이름 권희찬.......”
난 흥분하다가 씰룩거리는 학부의 입술을 보고 말았다. 역시 만만치 않은 양반이었
난 흥분하다가 씰룩거리는 학부의 입술을 보고 말았다. 역시 만만치 않은 양반이었
다 이런 레 벨은 도를 닦으러 절에 갔다가 속세로 나왔다는 그 아줌마 이후 처음이다.
"혹시 가족 중에 누가 복권방 하세요?"
아니면 됐어요. 건방지게 답하자 학부의 눈썹이 잠시 꿈틀했다.
“그런데 너 김택인이랑 아는 사이라고?방학식 날 학교 앞에 난데없이 나타나 주먹
휘둘러서 얼마나 황당한 줄 알아?우 선생이 설명하지 않았으면 내가 너 경찰에 신고 할 뻔했어. 그런데 합의는 어떻게 본 거야?그쪽에서 아무 요구도 안 하고 순순히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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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
II
뭐
II
줬다며?"
“우민재가 그건 설명 안 해요?"
"자세히는 못 들었어. 그런데 너 언제부터 우 선생하고 친했냐?"
"얼마 안 됐어요.”
“그래?우 선생이 고생이 많겠네.”
”고생이라니요?그 자식이저랑 친한 게 무슨고생인데요?" ’'학교 그만둘 때 안 좋은 상황이었어서 한 말이야.”
아아, 난 또.
" 근데 널 보니 또 다른 고생이긴 하겠댜'’
아아, 난 또.
" 근데 널 보니 또 다른 고생이긴 하겠댜'’
선물 도로 뺏을까?
“그런데 말 나온 김에 말이야,우 선생 혹시 집안이 어려워?굉장히 잘살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닌가?"
"잘 먹고 잘 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왜 다들 우민재 걱정을 못 해서 안달이야?
“그래, 그럼 다행이고. 보아하니 너도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긴 하다.”
“그럼요선생님도 계속 잘 먹고 잘 사셔야 할 텐데 말이죠.”
쓰윽 학부의 눈이 가늘어졌댜 내가 잠시 그와 눈싸움할 때 누군가찾아와 학부를 불렀댜
"선생님, 이사장님 나오셨대요.”
그 말에 학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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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와줘서 고맙다. 나중에 따로식사나 하자.”
네, 답하며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그를 봤다. 이사장이 학부는 왜 부르지? 의아해 하며 교무실을 나오려는데 아는 얼굴과 마주쳤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나는 택인이 담임선생님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녀가 놀라서 되물었다.
“아, 예 그런데 누구시죠? "
“전 선생님한테 배운.......”
......적이 한 번도 없는 학생이었다, 젠장. 죄송합니다, 착각한 것 같습니댜 사과하고 돌아서려다가 생각나는 게 있어서 씩 웃었다. 날 보는 그녀의 표정에 호감이 서렸다. 난 바로 필요한 걸 물었다.
''학생부장 선생님 괜찮으신 거죠?"
"학생부장 선생님이요? 그건 왜 물으세요? "
"지금 이사장이란 분을 만나러 가시더라고요. 저번 학기 때 학교에서 학생 편들다 가 찍혔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서요.”
“아아......”
그녀는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듯하다가 작게 알려줬다.
''학생부장 선생님 그만두실지도 모르겠어요. 학교에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꼬투리 잡아서 선생님 내쫓으려 하는 것 같거든요.”
세상은 참 엿 같댜 옳은 말 하고, 자기 일 충실히 하는 사람한테 돌을 던진다. 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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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도와줬던 학부도, 열심히 일하는 지용이와 충연 씨도 난데없이 돌을 맞았다. 다들 성인이고 자기가 알아서 할 수 있겠지만,원가 해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억울하고 분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크지 않다는 걸 알아서 더 그랬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고작 학부에게 고추나 가져다주고, 지용이와 충연 씨에게 월급을 꼬박꼬 박 주는 것 정도니까. 물론 더 큰 일도 할 수 있다. 그런 일을 해줄 사람에게 부탁하면 된댜
우민재가 바로 떠올랐으나, 난 눈을 찌푸렸다. 정신 차려라, 차라리 그럴 시간에 내 가 도울 방법을 더 찾아보는 게 낫지. 여기까지 생각하다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한참 생각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우민재였다.
왜 전화했지?괜히 신나서 바로 받으려다가 가까스로 손을 멈췄다. 잠깐,바로 받으
면 너무 좋아하는 티가 나지 않을까?한 세 번만 더 울린 다음에 받으면....... 벨 소리가 멈췄댜 어, 뭐야? 왜 이렇게 빨리 끊어? 인내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우민재를 타 박하며 안절부절못하는데 다시 전화가 울렸다. 난 또 끊길세라 얼른 받았다.
”응. “
「어디야?」
"집"
「오늘 학생부장 선생님 뵈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다녀왔어.식사라도 대접하려고 했는데 학부가 이사장한테 불려가서 그냥 왔어. ”
사실 우민재가 더 자세히 묻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녀석 은 그래, 하곤 끝이었다.
"넌 왜 전화했는데?"
「고URl서.」 "뭐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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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네가 갑자기 찾아왔을 때, 어떤 곳에 투자하는 문제를 결정하는 중이었거든.
막 사인하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네가온 다음 다시 보니 느낌이 이상해서 안 했지.」
어제 민재 앞에서 양복 입은 두 사람이 당황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게 잘된 거야?"
「아주 오늘 투자하려던 곳에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거든. 그 문제 터지면 투자한 거 반도 못 건 질 뻔했어.」
딱히 내 덕분은 아닌 것 같지만,기분은 좋았다.
"잘됐네.“
「네가 나한테는 행운의 여신일지도 모르겠다.」
여신은 오버지만괜히 흐뭇해져선 신경 쓰지 않았다. 나 때문에 일이 잘 풀렸다니 원가 우쯤해졌다
"돈 관리해주는 사람들보다 내가 나은 거 아냐?그 월급 나 줘라.”
「그럴까?어차피 해고했으니.」
"잘랐어?"
「 으o . 」
JJ......홈 잘했네.”
JJ......홈 잘했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 녀석이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았다. 내
칭찬이 반만 칭찬인 걸 알아차리고 말이다.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제대로 못하면 자르 는 게 맞지만, 나이를 먹다 보니 주변의 실직하는 가장들을 겪어서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었다 잘못 없이도 잘리는 개떡 같은 경우가 있으니까• 학부가 진짜로 쫓겨나진 않겠 지?
「너 아니었으면 난 돈은 돈대로 잃고,해고는 해고대로 했겠지. 네 덕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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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으로만 끝내지 말고 한턱내라.”
「뭐든 갖고 싶은 거 말해. 」
"물건은 됐고,학부 말이야.”
「학생부장 선생님?」
"응너 걱정하더라 너희 집 혹시 망했냐고.”
「내가 학교에서 얌전히 쫓겨나서 그렇게 생각하셨 나?」
“그런데 학부도 얌전히 쫓겨나게 생겼나 봐.”
「혹시 대가로 학생부장 선생님 일을 막아달라고?」
"야, 날 뭐로 보고. 내가 못하는일 남한테 함부로 부탁하지 않아. 물론...... 네가 스스 로 나서서 학부를 돕는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
낮은 웃음과 함께 그가 물었다. 그럼 월 부탁하고 싶은데?
"동창회 또 언제 하는지 알아?만났을 때 학부 모시고 인사드리면 안될까?만날 모 여서 술이나 퍼마시지 말고, 동창회니까 은사님 모시고 감사하다고 절이라도 하면 좋 잖아. 보니까 반장이 구의원 준비한다고 설 치던데 자리 만들어서 감사패라도 드리는 일을 잘할 것 같아서. 나도 말해보겠지만,난 동창회에 참가도 안 했는데 이런 의견 내
면 아무래도 저 새끼 뭔가 싶겠지. 그러니까 너도 좀 말해봐라. ”
「좋은생각이네.」
“그지? 좋아하시겠지?"
「응 뿌듯하시겠지. 기왕 하는 거 학생부장 선생님한테 진짜 상을 드리는 건 어때?」
진짜 상?
「경력에 도움 되는 확실한 상을 받으시면 학교에서 쉽게 못 자를지도 모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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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한데 상이란 게 우리가 주고 싶다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떨어질지도 몰라. 마침 상 줄 만한 사람과 약속이 있거든. 선생님도 모시고 같이 식 사나 하자.」
그 게 누 군 데 ? 교육청 사 람 이 라 도 돼 ? 설 마 동 네 통 반 장 급 은 아 니 겠 지 ?
「학생부장 선생님은 당연히 상 받을 만하신 분이니까 걱정은 안 해도 돼 .」
당연히 상 받을 만한 사람을 내쫓는 그 학교는 대체 원데?
"세상 진짜 엿 같아. 학부같이 좋은 선생님이 어디 있다고? 물론 깐깐하고, 잔소리 많고,수업 시간에 자면 만날 깨우고,특히 날 더 괴롭힌 꼬장꼬장한 양반이지만,아무 튼 좋은 분이잖아. 안 그래?"
「맞아.드물게 좋은분이지.꼭학교에계셔야할정도로•물론꼭필요할때만잔소 리를 하셔 서 깐깐하고 꼬장꼬장해 보이시긴 하지만.」
"내 말이 그거야. 꼭 필요할 때만..... 죽을래?"
그러고 보니 이 자식은 나한테도 유난히 깐깐하게 굴었잖아?게다가 자발적 엎드려 뻗 쳐가 아니라 직접 시키기도 하고. 갑자기 묵은 원한이 솟았다.
"야, 씨발, 생각해보니 네가 나한테 엎드려뻗쳐를 어깨 빠져라 시켰잖아?"
「......저녁에 한우 사줄게.」
"너 지금 먹을 걸로 때우려는.......”
「개인 화로에 숯불로 바로 구워 먹는데 냄새가기가 막혀.입에 넣으면 고기가 바로 녹을 정도야.」
JJ......그래?"
「그 집에서 파는 떡갈비도 아주 맛있어.물론 냉면도육수가 끝내줘.」 꿀꺽.
「그 집에서 파는 떡갈비도 아주 맛있어.물론 냉면도육수가 끝내줘.」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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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까지 xx 앞에서 볼까?」 ”응. “
한우 얼마 만에 먹는 한우이던가. 요새 몸이 허하다 싶었는데 이게 다 한우 먹은 지 오래돼 서 그런 거였나 보다. 우민재에게 얻어먹는 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나 때문에 행 운이 찾아와 돈을 안 잃었다니 이 정도는 먹어줘도 되겠지. 신이 나서 한우 노래를 부 르며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막 현관을 나서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이여사'
엄□��O�?
“응.“
「너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한 달 넘게 고생했었다며?왜 말 안 했어?」
다짜고짜 잔소리였다.
"후유증은 무슨. 그런 거 없었어.”
「없다는 애가 조기 축구회도 못 나가? 너 거기에 목숨 걸었잖아?」
「없다는 애가 조기 축구회도 못 나가? 너 거기에 목숨 걸었잖아?」
난 휴대폰을 귀에서 떼고 경악 어린 눈으로 화면을 쳐다봤다. 뭐야, 엄마는 그걸 대 체 어떻게 알았지?
"누가 그래?나 조기 축구회 안 나갔다고 대체 누가 그래?"
「진짜 안 나갔구나.」
젠장, 낚였댜
「너 정말로 아팠어?어디가 안 좋았는데?교통사고는 원래 후유증이 오래가잖아.
「진짜 안 나갔구나.」
젠장, 낚였댜
「너 정말로 아팠어?어디가 안 좋았는데?교통사고는 원래 후유증이 오래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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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허리를 다친 건 아니지?가뜩이나 연애도 못 해봤는데 너 그러다가 장가도 못 가
며느 ••••••• 」
“아 씨, 왜 멀쩡한 아들을 쩌리 만들어?! 그게 엄마라는 사람이 할 소리야?" 「그럼 어디가 아팠는데?」
“아팠던 건 아니고, 그냥 좀.”
영혼이 왔다 갔다 한 정도다.
「그냥 좀 뭐?」
‘'머리가 아팠어. ”
「.......」
“아 씨, 왜 멀쩡한 아들을 쩌리 만들어?! 그게 엄마라는 사람이 할 소리야?" 「그럼 어디가 아팠는데?」
“아팠던 건 아니고, 그냥 좀.”
영혼이 왔다 갔다 한 정도다.
「그냥 좀 뭐?」
‘'머리가 아팠어. ”
「.......」
"엄마?"
「왜 하필 머리가.」
엄마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인 것 같았다. 정말 별일 아닌데.괜히 둘러댔다가 더 걱 정 끼쳐드린 것 같아 미안해졌다.
“나 정말로괜찮.......”
「가뜩이나 머리도 나쁜데 또 머리를 다쳤으면 얼마나 더 나빠진 거야? 너 장사는 제 대로 할 수 있어?」
장사는 제 대로 못 해도 엄마와 연은 확실히 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너 혹시 그래서 전화를 안 했어?전화하는 법도 까먹어서?」
“전화는 원래 안 하잖아.”
「그렇긴 하지만, 오늘은.」
“오늘 뭐?"
-HALF of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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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냐. 」
“그럼 전화 끊.......”
「참,나 재미있는 드라마 봤어. 너도 봐라. 너 'XX’란 영화 알아?그걸 드라마로 만든 건데 정말 재미있더라. 남자주인공이 나쁜 놈인데 멋있어.」
나쁜 놈인데 멋있어 봤자 개놈이지. 하여간 엄마는 드라마 다 섭렵하고 나니 이제 별별 걸 다 보네. 난 투덜거리며 안으로 들어가 벽에 걸린 달력에 제목을 적어놨다. 꼭
봐0t지.
「오늘 엄마 집에 와서 같이 볼래?저녁도 먹고.」
"안 돼 약속 있어.”
「그레......」
엄마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닌데 새삼 실망할 것까지야. 오 늘이 특별한 날도 아니고 말이다. ......응?난 그제야 달력에 쓰여있는 무언가를 발견했 댜 커다란 숫자 아래에 내 글씨로 한 단어가 쓰여있었댜 생일. 젠장, 오늘 날짜였다. 내가 달력에 생일이라고 써놓을 사람은 가족밖에 없었다. 가족은 엄마뿐이고.
「그럼 오늘 못 보겠네. 오늘이 휴가 마지막 날 아니야?」
JJ ......."
「엄마가 평일에 반찬 들고 한번 갈 테니까.......」
“ 아저 씨 어 디 가 셨 어 ? "
아저씨는 엄마가 재혼한 상대를 칭하는 말이었다. 이 나이에 새삼 새아버지라고 부 를 이유도,친해질 이유도 없으니까.
「잠깐 나갔어.」
“ 아저 씨 랑 저 녁 먹 는 거 아 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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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매일 먹으니 아들하고도 먹고 싶어서 그러지• 」
"알았어. “
g
「 z ?. 」
「 z ?. 」
"알았다고.지금 엄마네 집으로 갈게.”
「약속 있다며?」
"다음에 만나면 돼.”
그래도 되는 거야?지금 올 거야?엄마가 들떠서 물었다• 응,응. 답을 하곤 전화를 끊었댜 그리고 잠시 휴대폰을 보다가 우민재에게 전화했다.아마 지금쯤 녀석도 나오 려고 준비하고 있을 것 같았다. 곧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사정을 설명하고 미 안 하다고 사과했다.
“한우는 다음에 내가 사주......기엔 비싸고,그냥 고기로 사줄게.”
「알았어 그냥 고기 100인분 먹을게.」
녀석이 농담처럼 말했지만,듣는 난 웃을 수 없었다. 그만 헤어질까?
녀석이 농담처럼 말했지만,듣는 난 웃을 수 없었다. 그만 헤어질까?
「잘다녀와•어머니옆에계실때잘해드려.」
맞다 우민재는 부모님이 이제 안 계시지. ......같이 갈까? 순간 튀어나오려던 말을 혀끝에서 멈췄다 이건 너무 섣부르지. 좋아하고 연애도 하기로 했지만,부모님께 소개 할 만한 사이는 아닌 듯했다. 나는 우민재를 좋아하는 걸 고민 없이 받아들였으나 그만
큼 가벼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잠시 후, 난 정비소에서 나와 쌩쌩해진 트럭에 올라타 외곽순환도로를 열심히 달렸 다 차가 안 막힐 땐 40분 정도면 도착하지만,퇴근 시간에 겹쳐서 1시간을 훌쩍 넘겨 도착했댜 초인종을 누르니 아저씨가 날 맞이했다.
''희찬이 왔구나.”
키가작은그가내팔을두드리며 반가워했다.엄마가재혼한지1년이다되어가지 -HALF of ME- 42 / 195
만, 여 전히 내겐 어색한 분이었다. 그래서 매 번 고개만 살짝 숙이며 답하는 게 다다. 그 래도 이분은 나와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먼저 열심히 말을 걸어주신다.
”이야- 잘생겼다. 역시 잘생겼어.”
톡툭, 그가 다시 내 팔을 두드렸다. 옆에 따라온 엄마가 그 말에 나 대신 반응을 보였 댜
"잘생기긴 무슨 잘 보면 눈썹도 짝짝이라 웃기고, 턱도 얄쌍 해서 남자가 가벼워 보 여.”
아저씨의 칭찬에 웃던 난굳은 채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이 아저씨가 내 친부고저 아줌마가 내 새엄마는 아닐까?
“나 닮았으면 더 완벽했을 텐데, 아쉬워.”
"엄n卜.”
"왜?"
"살찐 것 같아.”
"왜?"
"살찐 것 같아.”
꿈틀 엄마가 문신으로 완벽해진 눈썹을 들어 올렸다. 우리 모자는 잠시 눈싸움하다 가아저씨에게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의 상에는 이미 음식이 차려졌고, 케이크 도 올려져 있었다. 엄마는괜히 자기 생일이라고 티 내는 게 거북한지 고개를 모로 돌 리고 섰댜 하지만 그 모습 때문에 더 대놓고 티가 났다. 오늘 안 왔으면 몇 년은 두고 두고 구박받았을지도. 아저씨가 나서서 엄마 대신 말을 건냈다.
“오늘 엄마 생일인거 알았어?실은 그래서 같이저녁 먹자고 했는데.”
"몰랐어요.”
난 한마디 던지며 손에 든 봉투를 엄마한테 내밀었다. 힐끗, 엄마가 눈만 돌렸다.
"원데?"
’'머리에 끼우는 둥근 띠. 그냥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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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띠?많은데만날이건 뭐하러사와.”
말은 그렇게 하면서 얼른 받아 채 갔다. 당연하다. 그 안엔 돈 봉투도 같이 들어있다 는 걸 알 테니까. 이상하게도 매년 엄마 생일엔 그냥 머리띠를 사게 된다.
"자자,희찬이도 왔으니까 우리 노래 부르고 촛불 끄고,어서 밥 먹읍시다.” 아저씨의 신나는 목소리를 들으며 난 슬쩍 휴대폰을꺼내 문자를 보냈다.
[도착했어. 뭐 해?]
170cm를 조금 넘는 키,평범한 아저씨들처럼 배도 살짝 나오고, 서글서글한 인상 이나 결코 잘생겼다고 할 수 없는 얼굴. 그나마 머리숱이 많은 건 다행일지도. 엄마가 선택한 두 번째 사람은 첫 번째와는 완전히 반대였다.
바깥 활동과 사람 관계를 중요시하던 아버지와 달리 아저씨는 대외 활동보다는 집 안에 충실했다 취미로 하는 등산은 꼭 엄마와 같이 다녔고,주말이면 함께 차를 타고 공연을 보러 가거나 맛집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처음엔 엄마가 남편보다는 친한 친구로 선택한 게 아닐까 의심했었다. 그도 그럴 게 아저씨만 무척 좋아하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음식 을 다 먹고 내가 설거지할 동안 아저씨가 거실을 정리하고,엄마는 옆에서 간섭했다.
상은 접어서 어디로,남은 케이크는 어디로,분리수거할 쓰레기는 씻어서 버리고, 등등. 나는 엄마가저렇게 말이 많은 사람인 줄 몰랐다. 아저씨는 익숙하다는 듯 귀찮 지도 않은지 내내 웃으면서 ’이렇게?그럴까?또 까먹었네. 당신이 아니면 난 이거 계 속 기억 못 할 거야.' 하는 대꾸를 했다.
엄마는 더 기가 살아서 옆에서 수다를 떨며 간간이 간섭하고 아저씨의 대꾸에 웃기 도 했댜 엄마는 행복해 보였다 단지 친한 친구라면 저 정도로 눈이 빛나진 않겠지. 엄 마는 정말로 아저씨를 좋아하는구나,깨달았다. 그리고 엄마의 사랑이 조금은 신기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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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 난 다시 설거짓거리로 고개를 돌렸댜
엄마는 사랑에 한 번 실패한 거나 다름없잖아.그것도 아주 크게.어릴 때 엄마가 아 버지와 연애한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땐 두 분이 서로 네가 더 날 좋아했다며 장 난처럼 싸우며 연애 시절을 그리워했었다. 아버지는 엄마가 보고 싶어서 회사 워크 숍 에 갔다가 새벽에 몰래 빠져나온 얘기를 몇 번이나 했었다.그렇게 서울로 왔지만 엄마 얼굴 30분 보고 다시 내려갔다고.
‘그땐 아무것도 안 보였어. 네 엄마를 당장 보지 않으면 죽을 것 같더라.’
멋있다고 생각했댜 아버지는 엄마를 정말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엄마도 물론 그 만큼 아버지를 좋아했고. 하지만 회사도 뒷전일 만큼 대단한 사랑도 결국은 끝이 있었 댜 우습게도 계속 사랑한 엄마가 피해자가 되었댜
거기에 문제만 일으키고 공부도 못하는 아들 녀석까지 덤으로 얹어서. 이건 뭐, 중 환자 수준으로 상처 입은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데도 다시 누군가를 저렇게 좋 아하다니. 무섭지 않을까?
“싱크대까지 빡빡 닦아.”
엄마의 잔소리에 난 싱크대를 닦던 손을 멈췄다. 지금 내가 닦는 건 싱크대가 아니 고 뭐, 욕조야?
“아예 나보고 집 청소도 다 하라고 하지 그래?"
"하고 가면 좋지. 근데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하니까괜찮아. 넌 그거 없지? 되게 좋
o�."
챗 좋아봤자다 그껏 로봇이 먼 지나 제 대로 빨아들이겠어?
"생각보다 깨끗해. 밖에 나갈 때 그냥 돌려놓고 나가면 알아서 청소하니까 편해!' ......살까?
" 근데 넌 그나마도 귀찮아서 있어도 안 쓰겠지만.”
"생각보다 깨끗해. 밖에 나갈 때 그냥 돌려놓고 나가면 알아서 청소하니까 편해!' ......살까?
" 근데 넌 그나마도 귀찮아서 있어도 안 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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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거댜 기필코 로봇청소기를 사서 매일매일 들리고 일기도 쓸 테다.
"집에 을 사람도 없이 매일 혼자서만 지내니까 더 게을러지 잖아 넌 왜 연애 안 해?" "내가연애하는지 안 하는지 엄마가 어떻게 알아?"
"다 아는 수가 있어.”
"다 아는 수가 있어.”
그게 무슨수인데?그러고 보니 내가 조기 축구회에 안 나간 것도 알고 있었지?그 건 시장 사람들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얘긴데?하지만 엄마가시장 사람들을 알 리 도 없고, 그렇다고 시장 사람들과 연관된 사람을...... 알긴 하지.
"엄마 혹시 큰어머니하고 연락해?"
엄마가뜨끔했는지 시선을 돌렸다. 진짜인가 보다. 세상에 전남편 시댁과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나 물론 내가큰아버지께 신세를 져서왕래가 있긴 했지만, 내가 독립하 고, 엄마가 재혼하고 난 이후엔 연락이 없던 걸로 안다. 그런데 연락하고 있었다니. 대 체 이 쿨한 관계는 뭐야?여기가 아메리 카야?
''큰어머니도 대단하네.”
''큰어머니는 원래 내 편이었어.”
하긴 내 기억에도 엄마한테 찾아와 아버지를 실컷 욕해주신 분이다. 상종할 수도 없는 개잡종놈이라면서. 그때가 아마 가출했다가 집에 들어간 직후였을 거다. 그러고 보면 더 대단한 건 큰아버지일지도. 큰어머니야 아버지와 남이나 다름없지만, 큰아버
지 는 혈육인데 동생보다 그의 아둘을 더 챙기며 자식처럼 대했으니 말이다.
사실은 큰아버지가 몇 번 아버지 이야기를꺼냈었다. 그러나 내가 단호하게 싫다는 뜻을 비치니 알았다고 고개만 끄덕이셨다. 그 이후 단 한 번도 내게 아버지를 언급하지 않았댜 20대 중반 이후엔 나도 큰아버지 가게를 떠나 다른 곳에서일하다 보니 큰아 버지와 자주 만나기도 어려웠고.
"네가요새 통 연락이 없었잖아. 전화해도 낮에는 잔다고 안 받고, 저녁엔 일한다고 끊고. 그래서 큰어머니한테 물어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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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진짜 잤다. 물론 정신은 멀쩡히 깨어있었으나 택인이 목소리로 엄마 전화를 받을 순 없지 않은가?
“그랬더니 큰어머니가 시장 사람들한테 물어봐서 알려줬어. 다들 너 애인 없다고 했다는더|?"
"시장 사람들이 내 가게만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알아?"
"알아 나도 따로 확인했어.”
그러니까 날 바로 옆에서 밀착 감시하는 것도 아닌...... 응?
"설마 우리 직원들한테 확인했어?"
“아냐. 네 직원은 아무 말 안 했어.”
했구먼. 100% 했어. 그러고 보니 충연 씨가 아저씨 인맥으로 우리 가게에 들어왔 다는 게 번뜩 떠올랐다. 난 휴대폰을꺼냈다. 엄마가 날 바로 말렸다.
"너 지금 전화해서 따지려고 그러지?안 돼 . 하지 마. 나한테 비밀로 해달라고 했단 말01야!"
''월?자기가 스파이인 걸?"
“스파이는 무슨.이번 딱 한 번 통화했는데.아무튼 너 하면 가만 안 둬.”
흥, 그런다고 내가 전화를 안 할......• 그러나 난 휴대폰을 켜고 멈칫했다. 엄마가 이 상했는지 물었다
"왜그래?"
“아니.그냥, 연락 온 게 없어서.”
"연락 올 데가 있어?"
그런 건 아닌데. 난 중얼거리며 다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기다리는 답문이 있었 댜 특별히 대답을 꼭 들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왠지 신경 쓰였다 친구들이라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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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지나 답이 와도 그런가 보다 할 텐데 우민재는 아니었다. 이 녀석이 왜 답 문자를 안 하지? 어디서뭐하는거지?
“전화 좀 하고 올게요.”
베란다로 나와서 통화버튼을 눌렀다.신호가 한참 흐르다가 상대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가 흘렀다.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신호는 가지 만 결국 안내로 넘어갔다. 왜 전화를 안 받지? 나는 다시 통화버튼을 누르려는 걸 겨우 억눌렀다
바쁘면 전화 좀 안 받을 수도 있지• 월 이런 걸로 초조해하고 그래?휴대폰을 눈에 안 보이게 뒷주머니에 넣고 안으로 들어와서 하다가 만 뒷정리를 다 했다. 그리고 다시 베란다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건 전화가 고작 9분 전이란 걸 알고 멈칫했지만, 통화버 튼을 눌렀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안내를 듣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뭐야, 대체. 설마 무슨일 있는 건 아니겠지? 이젠 걱정까지 들었다.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속으로 중얼거렸으나 또 같은 안내가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통화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띠리리―신호가 몇 번 갔댜
「여보세요?」
누군가가 응답했다. 그러나 난 바로 답하지 않았다. 우민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 우 민 재 전 화 아 닙 니 까 ?"
「우민재 씨 전화 맞습니다. 지금 차 사고 때문에 자리에 안 계셔서....... 」
"차 사고요?우민재가 차 사고 났다고요?"
「우민재 씨 전화 맞습니다. 지금 차 사고 때문에 자리에 안 계셔서....... 」
"차 사고요?우민재가 차 사고 났다고요?"
「네.」
“우민재 다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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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기로 크게 다치시진 않았지만,일단 병원에 가신 걸로 압니다. 」 "어느 병원이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 "거기어딥니까?"
「여긴 xx동에 있는 000란 곳입니다. 」
「여긴 xx동에 있는 000란 곳입니다. 」
난 그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9시 20분. 빨리 달리면 10시 30분까 진 갈 수 있었댜 무슨정신으로 차에 올라타고,도로를 달렸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저 내가 예상한 시간보다 5분쯤 일찍 도착했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시내의 20층
짜리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우민재의 휴대폰이 있다는 2층의 한 고급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우민재가 이곳에 다시 오면 내 번호로 연락 달라고 했는데 없는 걸 보니 안 온 모양 이다 설마 많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건 아니겠지? 우습게도 우민재의 상태를 물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우민재 주변인을 전혀 몰랐다.
문 제 가 생 겼 을 때 나 는 그 와 완 벽 하 게 단 절될 수 있 었 다 . 그 사 실 을 깨 닫 자 등 골 이 서늘해졌댜 우민재의 숙소로 가볼까 했으나,그의 성격이라면 휴대폰을 찾으러 올 것 같았다 아니면 나라도 찾아서 숙소로 가져다주고 싶었다.
“우민재 휴대폰이 여 기 있다고 해서요.”
입구에서 말하니,안내하던 직원이 안에서 다른 사람을 데려왔다. 매니저로 보이는 양복 입은 남자가 손에 우민재의 휴대폰을 들고 나타났다.
“전화해주셨던 분이신가요?"
난 고개를 끄덕이며 사고에 대해 물었다.
"차 사고가 어떻게 났습니까? 심각해요? 우민재는 얼마나 다쳤는데요?"
"주차돼 있던 차에 오토바이가 와서 부딪쳤습니다. 차는 손상이 심하지만,다행히
"주차돼 있던 차에 오토바이가 와서 부딪쳤습니다. 차는 손상이 심하지만,다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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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재 씨는 막 차에서 내리던 때라 크게 다치신 건 아닙니다. 그런데 오토바이 주인을 쫓으러 가셨다가.”
쫓으러 갔다가? 매니저 가 말을 멈췄으나 나는 그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급하게 물었다.
"왜요?우민재가 쫓으러 가서 뒤지게 맞았어요?"
“아쉽지만 뒤지게 맞진 않았어.”
흠칫 난 고개를 돌려 매니저 대신 답한 이를 쳐다봤다. 우민재가 청바지와 티셔츠 차 림 으 로 서 있 었 다 . 큰 키 와 유 난 히 넓 은 어 깨 때 문 인 지 녀 석 은 무슨 옷 을 입 어 도 몸 이 주는 위압감을 이기지 못한다. 옷이 먼저 보인 적은 없다. 이번에도 그랬지만,제일 먼저 내 눈에 띈 건 녀석의 손목에 감긴 붕대였다.
"너 다쳤어?"
“아니. “
“그럼 그 붕대는 액세서리냐?"
녀석이 피식 웃곤 내 옆으로 다가와 매니저에게 손을 내밀었다. 매니저가 공손하게 두 손으로 휴대폰을 넘기곤 안으로 사라졌다.
”가자.”
나는 따라가지 않고 다시 물었다. "다쳤냐니까?"
“그냥 살짝 삐끗했어.” "엑스레이 찍었어?" "응문제없대.”
“그냥 살짝 삐끗했어.” "엑스레이 찍었어?" "응문제없대.”
" 근데 왜 붕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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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야. 됐지?"
"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난괜히 기분이 상해서 고개를 모로 돌리고 설명했다. 너한테 전화했는데 저 사람이 받았댜 너 사고 났다기에 왔댜 녀석은 그동안 휴대폰을 살폈다.
“전화를일곱 통이나 했네.”
II......전화가 주머니에서 잘못 눌렸어.” 답하고 나니 갑자기 문자 보낸 게 떠올랐다. " 너 사 고 난 게 언 제 야 ? 내 문 자 못 봤 어 ?"
”봤어. “
“그런데 왜 답 안 했어?"
""
"왜웃어?"
녀석은 내 질문에 웃음을 숨길 생각도 안 하고 오히려 더 크게 입술을 휘었다. 젠장.
고작 미소 한 번에 걱정되고 기분 나빴던 게 싹 씻겨 내려갔다. 그가 낮게 물었다.
"걱정했어?"
II II
"운전 중에 문자 봤어. 넌 어머니하고 시간 보내고 있으니 목적지에 도착해서 천천 히 답장 보내도 되겠다 싶었지. ”
”
''화났어?"
"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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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답하고 먼저 돌아섰다• 화나지 않았다. 이제 걱정으로 초조하지도 않고. 대신 다른 감정이 가득 찼다. 녀석이 정말로 좋았다. 눈앞에서 웃는 녀석이 너무 좋아서 나 도 모르게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대로 직진하면 내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 같 았다 그러니 여기서 그를 끊어내야 하지 않을까?하지만 이내 수치심이 퍼졌다. 겁쟁 이처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난.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 정신이 확 들었다. 혼란한 나 와 달리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내가 데려다줄게.”
"좋지. “
녀석이두세걸음떨어져걸으며 덧붙였다.
"좋지. “
녀석이두세걸음떨어져걸으며 덧붙였다.
“오늘자고가라.”
샤워하고 나오니 거실 소파에 앉은 우민재가 날 맞이했다• 그러나 날 기다리는 건 우민재 말고도 더 있었다. 탁자 위에 게임기 콘솔이 있고, TV에 축구 게임 로고가 떠있 는 채였댜
I I... ... 게 임 하 게 ? " ”응. “
우민재는 가볍게 답하고 머리 말리던 수건을 옆으로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맥주 마실래?"
응중얼거리듯 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게임 콘솔과 주방으로 간 우민재를 번 갈아 봤댜
"진짜게임하게?"
” 피 곤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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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건 아니고.......”
탁 내 앞에 시원한 캔맥주가 놓였다
’'딴 거 하고 싶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난같은답을반복하며 맥주를따서한모금마셨다.그사이우민재가콘솔을들었
댜 손목에 감긴 붕대가 눈에 걸렸다 오는 동안 사고에 대해선 대충 들었다. 막 차에서 내리려는데 뒤에서 오토바이가 덮쳤단다. 멈칫했으면 그대로 오토바이에 깔렸을 텐 데,돌아보기 전 오토바이 굉음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 그럼 조금만 늦게 피했으면 깔려서 크게 다치거나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충격받은 내게 녀석은 이렇 게 말했댜
'멀쩡하잖아.’
어떻게 저토록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지?게다가 병원에 갔던 건 오토바이 탄 사람 이 다쳐서란다 사람 죽일 뻔한 미친놈은 대체 왜 그랬는지 입을 꾹 다물고 있어 알 수 없다고. 술이라도 처마셨나?
“ 오 토 바 이 로 사 고 낸 사 람 이 설 마 일 부 러 널 치 려 고 한 건 아 니 겠 지?"
답이 없었다 우민재는 게임에서 영입할 선수를 고르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저 모습을 보니 별일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원가 불길했다. 불길함은 곧 현실로 드러났 댜
”젠장, 돈이 모자라"
우민재가 원하는 선수는 비쌌던가 보다. 이 자식 오늘 목숨이 왔다 갔다 했는데 저 렇게 태평해도 돼 ? 반장에게 평생 갈 공포를 심어줘야 한다던 걸 보면 뒤끝이 끝장나 게 길어 보이던데.
"야, 있는 선수나 제 대로 활용해.”
승자의 충고를 던지곤 나도 게임 콘솔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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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의도적이라면 경찰이 알아내겠지.”
힐끗 녀석을 봤다. 그가 TV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덧붙였다.
"내가아는 건 오늘은 내가 이긴다는 것뿐이야.”
"너 뇌가 손목에 있구나. 많이 다쳤어.”
녀석을 걱정해주며 나도 화면에 집중했다. 100대0으로 개 묵사발을 만들어 줘야 지.
손목이 욱신거렸다. 그러나 가슴이 더 욱신거렸다. 씨바,저 자식 나 몰래 24시간 잠 도 안 자고 연습했나? 마지막 게임은 간신히 동점으로 끝났지만, 잘못하면 내가 질 뻔 했다 분명히 저 자식 이 게임은 몇 번밖에 안 해봤다고 했는데? 그것도 옛날 버전으로
말이다 난 질 뻔한 게임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콘솔을 만지작거렸다. 눈 은 주방으로 향했다. 우민재는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열고 있었 댜
“맛있는 치즈가 있어.”
그리곤 어디선가 동그런 빵을 꺼내 칼로 썰었다. 치즈도 썰고 한 입 크기로 자른 빵 위에 얹었댜 탕, 탕, 도마 위에서 음식이 썰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덩치도 크 고손도큰녀석인데조리대앞에서서 칼을쓰는게어색하지않았다.오히려칼을능 숙하게 사용하는 모습이 CF의 한 장면처럼 근사해 보이기까지 했다. 난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 키스할까?"
탕, 탕, 탕 칼로 써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댜 내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댜 목소리가 좀 작았을지도. 난괜히 머쓱해져서 TV로 눈을 돌렸다가 다시 녀석을 봤다. 그는 준비를 다 했는지 잘라놓은 것들을 접시 위에 올린 뒤 옆의 하얀 수건으로 손을 쓱쓱 닦곤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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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대 위에 던졌다.
그리고 조리대를 돌아 성큼성큼 걸어왔다. 빈손이었다. 맥주랑 만들어놓은 안주는?
물을 사이도 없이 녀석이 내 앞까지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멈칫. 머리 위로 그늘이 드 리워 고개를 뒤로 뺐댜 순간 녀석의 손이 내 목을 감싸고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입술 이 마주 닿았댜
아마 이때 이성이 사라졌던 것 같다. 상대의 힘에 압도되어 꿀려가는 키스지만, 좋 았다 욕이 나올 정도로 좋았다 내가 깔려야 하나 싶던 고민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상 대를 끌어안고 매달리듯 달라붙었다. 긴 손가락이 내 허리를 잡아 H陸t 끌어당겼다. 하
반신이 부딪쳤다.
소름이 돋았댜 몸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아주 잠시, 나와 맞닿은 사람에게 내 본능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부끄러움이 있었다. 그때 내 반응에 우민재가 날 안은 팔 에 힘을 주며 목 안에서 신음을 흘렸다.기분 좋은 소리였다. 귀가 아닌 피부를 통해 스
며들어온 녀석의 신음이 남아있던 부끄러움을 완전히 밀어냈다.
그래, 이 녀석도 나처럼 흥분했어 . 나처럼 기분 좋고, 나처럼 미 칠 것 같은 거야. 확 신이 든 순간 나는 녀석을 향해 더 거세게 달려들었다. 소파에 무릎을 세우고 몸을 일 으키자 그의 손이 내 엉덩이를 잡아끌었다. 키스하느라 움직이는 몸을 따라 하체도 움 직였다
어느새 불룩 튀어나온 나와 녀석의 것이 스치듯 비벼졌다. 키스에 정신이 팔렸어도 허리 아래서 오는 자극을 무시하지 못했다. 빨아 당기듯 입술을 훑고 안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혀와 내 혀가 엉켰다. 하체도 그만큼 움직임이 커졌다.
녀석의 단단해진 물건과 내 물건을 바지 위로 비비는 것뿐이지만, 싸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숨에 흥분이 차올랐다. 자극과 쾌감은 이전에 내가경험한 것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키스로 끈적이는 침과 뜨거운 숨, 거칠어진 숨소리가뒤섞여
내 머리를 백지로 만들었다.
나는 어느새 바지를 벗고, 아니, 벗겨져 성기가반쯤 드러난 것도 몰랐다. 키스를 잠 시 멈췄을 때야 겨우 알아차렸다. 우민재의 손이 내 성기를 잡는 바람에 입에서 신음을 삼켜야 했으니까. 아, 씨발• 녀석의 손이 반쯤 선 내 성기를 훑었다. 고개를 숙이고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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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신음을 목구멍에서 흘렸다. 성기를 만지던 손이 멈추자 겨우 고개를 들었던 것 같 댜
"왜 멈추는데?"
불만스럽게 물으니 내 목에 얼굴을 묻고 살을 빨던 녀석이 피식 웃는 것 같았다. 그 의 입술이 목을 타고 을라온다 싶더니 귓불을 깨물었다.
"더 좋으려고.”
쉰 것처럼 낮은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녀석의 말대로 됐다. 내 손을 아래로 꿀어내리더니 자신의 것과 내 걸 같이 잡게 했다.
"흔들어. “
명령이 들렸댜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내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내 손을 포개 듯 녀석의 손이 위를 감싸고 먼 저 움직였으니까. 남의 성기와 내 걸 같이 잡고 흔둘 날 이 오게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게 몸이 뒤틀리도록 끝내주게 좋을지도 몰랐다.
헉, 헉, 헉 내 입에서 10대에 처음 자위할 때나 흐르던 날것의 신음이 흘렀다 처음 접한 쾌감을 주체할 수 없어 정신 못 차리던 순진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손을 정신없이 움직였댜 어느 순간 끈적끈적해졌고, 내 헐떡임이 더 커졌다. 녀석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던 것 같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고 손이 빨라지자 귀에 다시 뜨거운 입술이 닿았다
“아직 안돼.”
......뭐?고개를 드는 순간 입술이 덮쳤다.' 그리고 그는 내가 움직이지 못하게 뒷머리 를 움켜잡았다. 갑작스레 시작된 키스보다 이제 막 정상에 다다르려는 아래가 더 급했 다 그런데 녀석이 입술 위에서 웅얼거렸다
“먼저 가지 마"
그렇게 말을 해봤자 난 이미...... 헉!
―^.
”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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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로 막힌 내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우민재가 말과 달리 손으로 내 성기만 잡고 세게 혼들었기 때문이댜 씨발,씨발....... 욕설과 함께 몸을 떨며 사정했다. 뒤늦게 녀석 의 손안에서 사정했다는 걸 깨닫고 머쓱해졌으나 그런 감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콩알 만했다
방금 사정한 놈 머릿속이야 뻔하지. 난 정신을 못 차리고 숨 쉬기만 바빴다. 곧이어 그나마 희미하게 남아있던 이성마저 사라졌다. 툭. 가볍지만 확실하게 내 어깨를 미는 손 덕분에 내 상체가 뒤로 넘어갔다. 푹신한 소파에 머리와 등이 닿았다.
정신을 차리고 위를 보니 우민재가 셔츠를 벗고 있었다. 소파에 올린 그의 다리 한 쪽이 내 다리와 뒤엉켰다. 녀석은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옷을 벗는 데 집중했다. 그가 날 내리누르듯 위 에 있다는 게 아주 잠시 걸리긴 했지만 말 그대로 잠시뿐이었다.
몇 번 본 적 있는 그의 상체가 이번엔 다르게 다가왔다. 난 조각처럼 근육이 잡힌 그 의 몸을 훑으며 침을 삼켰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셔츠를 벗었다. 누워서 벗느라 뒤뚱 거리는 사이 녀석이 바지까지 다 벗은 채로 내 바지를 벗기고 있었다.
평소에 아주 간단히 하던 옷 벗기가 이번만큼은 쉽지 않았다. 둘 다 옷을 벗기는 손 이 마음처럼 빨리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옷과 속옷이 모두 종이처럼 구겨져 바닥 에 쌓였을 때 피 부로 차가운 에어컨 공기가 서늘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허벅지 안쪽에 닿은 녀석의 물건이 델 것처럼 더 뜨겁게 느껴졌는지도 모르 겠다 난 그제야 녀석은 아직 사정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손을 뻗어 그걸 잡았다. 우민재의 허리가 긴장하듯 한 번 꿈틀거렸다. 날 내려다보던 눈과 마주쳤다.
"
””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입도 열지 못하고 그저 검은 눈에 빠졌다. 반대로 내 손은 아래 에서 열심히 남의 사정을 도와주느라 움직이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 상황이 우습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 안쪽에서 쿵 쿵,심장이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했다.
얼마 뒤, 녀석이 미간을 찡그렸다. 입술이 벌어지고 한숨 같은 탄식이 낮게 흘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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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홀린 듯 녀석의 사정하는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랫배에 간질거리는 열기 가 모였댜 사정한 지 얼마 안 된 내 성기에도 그 열기가 흘렀다.
다리가 벌려지고 엉덩이 사이로 뜨거운 손가락이 문지르듯 다가왔어도 여전히 난 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날 뻔히 내려다보는 눈을 마주 보며 문득 내가 거부해도 녀 석은 그대로 날 덮 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내가 처음 보는 우민재의 눈이었다. 욕구에 뒤덮여 탁해진 그의 눈동자에는, 어느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았던 차분하고 이성적인 빛이 없었다. 그 대신 배고파서 뭐 든 할 동물처럼 무서운 빛을 내뿜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며 흥분되기도 했 댜
상상 속, 내게 성기를 박아대던 녀석이 떠올랐다. 언제나 기겁하며 지워버렸던 상상 이 곧 이뤄질 현실처럼 내 숨을 막히게 했다• 손가락이 뒤쪽 구멍 입구를 만지며 안으 로 하나가 들어왔댜 이질적인 느낌에 뒤에 힘이 들어갔지만, 손가락은 힘으로 밀어붙 이며 안으로 들어왔다.
쓱, 내부를 훑듯이 둥글게 휘젓는 손가락의 움직임에 처음엔 소름이 끼쳤다. 눈을 찡그리고 상체를일으키려고 했지만, 다른 손이 내 어깨를 세게 누르며 일어서지 못하 게 막았다 그리고 녀석이 상체를 구부려 내게 키스했다.잠시 후, 손가락이 빠져나가 고 녀석도 몸을 떴다.
설마 이게 다야? 순진한 질문을 입 밖으로 안꺼낸 게 다행일지도. 다음 순간 내 다 리 사이에 자리 잡은 녀석이 허벅지를 벌리듯 잡곤 들어 올렸다. 그대로 상체를 구부려 서 조금 전 사정으로 더러워진 내 성기를 입에 물었다. 옷, 씨발.
난 상체를 뒤틀며 그가 해주는 오럴에 정신을 놨다.입 안에 넣고 빠는 힘이 너무 세 서 아플 정도였지만, 그만큼 자극도 컸다. 좁은 소파의 불편함도, 허리가 들린 채 버둥 대는 우스꽝스러운몸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입으로 숨을 내뱉었다.
“하아, 씨발..... 하아.......”
그리고 막 달아올랐을 때, 성기를 빨던 입이 사라지더니 들린 엉덩이 사이로 뜨거운 혀가 들어왔다. 이번만큼은 나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 반응을 짐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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듯 손 하나가 또 내 몸을 세게 내리눌렀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두는 게 우습기도 했 댜
그생각으로잠시멈칫한사이,녀석은내뒤를빨며 혀를안으로넣으려고했다.소 름 끼치고 묘한 느낌. 이게 뭐야? 싶은 생각에 잠시 어리둥절했던 것도 같다. 축축하다 고 느낄 정도로 뒤가 그의 타액으로 젖었을 때, 그가 상체를일으켰다.
우민재가 무릎으로 선 채 내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녀석의 무릎에 반쯤 걸쳐 졌던 허벅지 안쪽에 뜨거운 성기가 닿았다. 씨발, 하려나 보다. 긴장을 욕설로 내뱉었 는데 웃긴 건 그때 내 눈에 녀석의 팔목이 들어왔다는 거다. 붕대가 감긴 손목.
"야, 너 손목 다쳤잖아.”
그는 한껏 벌어진 내 고간에 성기를 문지르다가 힐끗 자신의 손목을 봤다. 거친 숨 이 섞여 나오는 내 목소리와 달리 그는 낮고 분명하게 말했다.
"부러져도 상관없어.”
말이 끝나자마자 뒤로 뜨겁고 단단한 게 쑥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처음엔 아파서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씨발, 아프다고!욕도 했던 것도 같다. 고통에 적응하느라 시간 이 좀 걸렸고, 그 사이 녀석이 내 성기를 만져줬다.
그러나 이것도 별 효과가 없었다. 아프다고 소리친 뒤, 뜻하지 않은 곳에서 해결책
이 나왔댜 내 안으로 꾸역꾸역 밀고 들어온 녀석의 커다란 물건이 내부의 어느 지점을 스 쳤 댜 나 는 무슨 전 기 에 감 전 된 것 처 럼 몸 을 떨 었 다 .
''씨발, 이거...... 뭐야?"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내뱉었다. 우민재는 내 안에 자신의 성기를 파묻은 채로 피 식,입술을뒤틀며 다시성기로같은곳을비몄다.안으로들어왔다가쑥빠질때또자
극점이 세게 눌렸다. 이때부터 내가 월 한 건지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얼마나 사정하고, 얼마나 뒤틀고, 얼마나 비명 같은 신음을 흘렸는지 셀 수도 없었을 테니까. 자극 때문인지 내 안에서 들어왔다 나가는 뜨거운 성기가 더는 공포스 럽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턴 그저 아랫배에 퍼지는 욕구에만 정신이 홀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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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내 다리 사이에서 허리를 움직였다. 퍽, 퍽, 퍽 살이 세게 부딪쳤다. 녀석의 딱딱한 물건이 한 번씩 안을 쓸고 빠져나갈 때마다 좋아서 미칠 것 같았다. 사정의 오 르가슴이 계속 이어지는 말도 되지 않는 경험에 아래가 쓰릴 정도로 박아대는 녀석의 움직임은 오히려 반가웠다.
“하아, 씨발, 으윽......!'
"등4 등4 등4
,, -,, -,, -,.......
,, -,, -,, -,.......
그의 숨소리가 빨라졌다. 아래에서 치고 들어오는 힘도 세졌다. 녀석이 뿌리 끝까지 밀고 들어왔을 땐 내장까지 뚫리는 기분이라 숨이 턱 막혔지만, 빠져나갈 땐 전보다 더
큰 쾌감이 몰려왔다. 더 해봐, 더, 더....... 끄� 끄+,끄+
-,,-, -,.
-,,-, -,.
소리가절정에 다다르듯 커졌다. 내가 헐떡임에 숨이 막히기 직전, 안에 세게 들어 온 성기가 빠르게 쑥 완전히 빠져나갔다. 헉! 그대로 몸을 늘어트렸다. 우민재는 빼낸 커다란 성기를 손으로 몇 번 훑으며 사정했다. 이미 내 정액으로 범벅된 아래에 녀석의 뿌연 정액이 쏟아졌다 그가 사정을 마치고 가슴을 들썩이며 날 내려다봤다. 숨을 고르 듯 잠시 날보다가내게 상체를 숙였다.키스가 시작됐고, 다시 섹스도 시작됐다.
번짝 원가싸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떴다. 눈알을 굴렸다. 익숙한 우민재 숙소의 천 장이 보였댜 그런데 뭐지?이 서늘한 느낌은?고개를 들며 덮었던 이불을 내리니 그 느낌은 더 확실해졌다. 실제로 서늘했다. 아니,추웠다.
아니 누굴 얼어 죽이려고 에어컨을 이렇게 세게 튼 거야? 난 몸을 부르르 떨며 자리 에 앉다가다시 멈칫했다. 어?원가 다른 게 있는데?뭐가 이렇게 마음에 걸리지?내가 월 잊은 것 같은....... 의아함에 고개를 돌린 순간, 시계가 보였다. 8시 52분. ......어? 어 ?!
IIOOH'’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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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
II
뭐
II
난 스프링처럼 침대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탁자에 얌전히 놓인 내 옷을 마구 집어 정신없이 입었댜 내 비명 때문인지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우민재가 들어왔다.
”쨌어?"
쨌냐고?씨발, 그러는 넌 쨌냐?쨌으면 나도 깨웠어야지! 나일하러 가야 하는데!"
그랬댜 오늘은 휴가 후 다시 가게를 여는 날이었다. 평소라면 늦어도 8시까지는 가 서 먼 저 가게 문을 열고 정리했을 텐데 지금은 9시가 다 되도록 침 대에서 퍼 질러 잔 것 이다 난 우민재에게 분노를 돌렸다
"왜 나 안 깨웠어?!"
"잘자서.“
멈칫 셔츠에 목을 넣다 말고 눈만 나온 채로굳었댜 저게 뭐라고 씨부렁거리는 거 야?그대로굳은 내게 녀석이 다가와 셔츠를 쑥, 내려 머리를 빼내 줬다.
"너 계속 잠 못 잤잖아.”
'' 씨발, 그게 누구 때문인데?"
“나 때문이지.”
녀석은 순순히 인정하며 아이 옷 입히듯 내 손을 잡아 셔츠의 팔 구멍에 넣었다.
“아는 놈이 미안해하지는 못할망정 내 밥줄까지 끊으려고 들어?"
“유혹하지 마.”
대체 내 말 어디가 유혹으로 들리는데? 밥줄 끊는 거?다이어트 중인가?
"정말로 끊고 싶어지잖아. ”
그가다른손도옷에 끼워주곤뒤로한걸음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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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순 있겠어?"
" 두 다 리 멀 쩡 한 데 내 가 왜 못 걸 어 ?"
빡쳐서 대꾸하곤 한 걸음 내디몄다가 멈췄다. 두 다리가 멀쩡해도 잘 못 걸을 수 있 구나.걷는순간허리아래부터뻐근한통증이확밀려왔다.특히 몇번인지도모르게
녀석이 박아댄 뒤쪽이 아팠다. 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억지로 다시 발을 내디몄다.
“아프면 쉬어.”
"안 아파.”
증명하듯 아무렇지 않게 몇 걸음 더 나아갔다. 걸을 만했다. 속에선 비명이 터졌지 만 방 밖으로 나가려다가 왠지 열이 받아서 쏘아붙였다
"야,혹시내가아프다고해도그건다네 탓이잖아.그러면서걱정해?씨바,너약 주고 병 주냐?"
II II
녀석은잠시침묵하다혼자중얼거렸다.
"맞는 말이네. 약이 너무 세서 그렇지. ”
뭐?되물었으나 그는 피식 웃으며 방문을 열어줬다.
''밥먹고가. 데려다줄게.”
“늦었어. 이미 직원들 다 나왔을 텐데.......” “나왔더라 전화해서 너 좀 늦는다고 했어.” 전화했다고?
"뭐라고,내가 왜 늦는지도 마, 말했어?" "응사실대로.”
"뭐라고,내가 왜 늦는지도 마, 말했어?" "응사실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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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너 밤새 운동해서 끓아떨어졌다고.”
아―난 또. ......응?밤새...... 운동?씨발, 밤새 운동하는 미친 사람이 대체 어디 있는 데?밤새 할 운동이라고 해봐야 뻔하잖아!
"야! 넌 그걸 그렇게 말하면.......”
멈첫 난 말을 멈췄댜 문을 잡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우민재의 눈빛이 이상했다. 밤 새, 그리고 오늘 온종일 내게 박아대며 위에서 내려다보던 그 눈이었다. 꿀꺽. 난 침을 삼키며 뒤로한발물러섰다.녀석이바로한 발다가왔다.내 입에서바로위기를직감 한 경고가튀어나왔다•
"어림없어.“
"뭐7卜?"
"네가지금 생각하는 거.”
씨익. 그가 소리 없이 입술을 휘며 크게 웃었다. 빡치는 와중에도 미소는 예뻐서 잠
씨익. 그가 소리 없이 입술을 휘며 크게 웃었다. 빡치는 와중에도 미소는 예뻐서 잠
시 넋을 놓고 보다가 눈에 힘을 줬다.
''씨바, 나 존나 아파! 네가 박히는 거면 하든가.”
"알았어.“
어? 알았다고? 그럼 진짜로 해볼...... 시간이 없잖아, 젠장! 시간은 이미 9시를 넘어 서고 있었다
-HALF of ME- 63 I 195
나는 잔뜩 긴장한 채 가게 안으로 둘어섰다. 오는 동안 혹시 둘에게서 날아올 질문 에 대비해 답을 미리 준비해 놨다. 우민재와 잤다거나, 사귀는 걸 숨기려는 건 아니다. 어차피 알려질 일이니 우리 사이에 대해 물으면 솔직하게 말할 생각이었다. 좋아하는 사람01라고.
그러나 어젯밤 일은 아니었댜 아니, 앞으로 보낼 수많은 밤도 절대 이야기할 수 없 었댜 쪽팔리게 내가 깔린다는 걸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하느냐고, 씨바. 아무리 물어도
절대 얘기 못 하지.
””
굳은 결심으로 가게에 들어서던 난 입구에서 멈췄다.가게 문은 열려있었고, 사장을 닮아 부지런한 직원들도 다 나와있었다. 다만 평소와 달리 초상집 분위기였다. 둘은 각 자떨어져어깨를늘어뜨린 채세상다산얼굴로앉아있었다.뭐야,왜저래?
"도둑들라고고사지냅니까?"
내 질문에 둘이 그제야 눈을 들었다.
”왔어, 권 사장.”
“오셨어요.“
두 사람 다 기운 없는 인사만 하곤 좀비처럼 자리에서일어났다. 무슨일 있어요?물 으려다가 짐작 가는 게 있어 그대로 삼켰다. 충연 씨는 집안일이 아직 해결 안 된 것 같 았다 딸하곤 화해할 기미가 없나 보다 지용이는 아직 멍이 남은 얼굴을 보니 싸운 충 격이 여전히 안 가신 것 같았다. 현실을 깨달아 다시 가게에 나오긴 했어도 완전히 회 복되진 않았겠지. 그렇다고 이렇게 죽을상으로 맞이하다니. 엄연히 사장인 내 앞에서 말01댜
“오늘 두 사람 다 들어가서 쉬어요.”
충연 씨가 놀란 듯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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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뭐”
”진짜요?”
지용이도 눈을 번쩍 뜨며 돌아봤다. 이 한마디에 두 사람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지용이도 눈을 번쩍 뜨며 돌아봤다. 이 한마디에 두 사람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난 효과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지. 두 사람 다 들어가서 쉬고, 내일도 나오지 마세요. 앞으로 쭉―계속 안 나 오면돼요.”
이번에도 효과는 좋았다. 두 사람은 빠릿빠릿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휴가 전 에 조금 있던 재고를 털어버린 터라,오늘 거 래처에 공급할 물량을 맞추려면 평소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했다. 물론 늦게 온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런데 사장 형은 왜 늦었어요?"
IIII
갑작스레 질문을 받아서일까,열심히 준비했던 답이 바로 나오지 못했다. 그 사이 충연 씨도 의문을 표했다.
"맞아. 밤새 운동하다가 피곤해서 끓아떨어졌다며?"
난 준비한 답을 이제 하려고 했다. 혹시라도 오해하지 마라. 내가 한 운동은 이상한 게 절대 아니댜 심심해서 탁구를 좀 하다 보니......·
J‘체력 좋은 권 사장이 웬만한 운동으로 나가떨어질 리 없는데. 가게에 늦게 나올 정 도면 평범한 운동은 아닐 거 아냐?택인이 몸에서 생활하느라 힘들 때도일은 절대 안 늦었는데.”
......탁구는 버리는 게 좋겠다. 두 사람은 답을 기다리느라 내 입만 쳐다봤다. 그러나 도통 내 머릿속에선 내가 나가떨어질 만큼 격한 운동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도 우민 재랑 같이 해야 하는 운동으로 뭐가 있지?
“ 사 장 형 이 상 하 네 요 . 왜 답 을 못 하 지 ?" ’'못 하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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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 님하고 밤새 운동한 거 아니죠?"
......뭐?난 당황을 숨기려고 애쓰며 고개를 세게 저었다.
"맞아. 운동했어. 그냥, 그냥 운동했어.”
"거짓말’'
"거, 거짓말 아냐!"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딱 봐도 알아요. 휴가 때 민재 님하고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 을 때부터 알아봤어요, 내가.”
분위기라니?옆에서 충연 씨가 묻자, 지용이가 날 의심 어린 눈으로 보며 답했다.
"분위기가 묘하더라고요. 둘이 은근히 친하고,뭐랄까, 되게 부드럽고 원가 있는 듯
둥卜 느끼?” 느
―e·
―e·
’'있긴 뭐가 있다고 그래?"
“사장 형, 우리 속일 필요 없어요. 우린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알아도 아무렇지도 않다고요. ”
“아무렇지 않다고?"
"당연하죠.”
지용이는 고개를 끄덕이곤 진 지하게 말했다.
“사장 형은 대체 왜 감추려고 해요?"
"감추려는 게 아니라,사귀.......”
"민재 님이랑 절친이 됐다는 게 대체 뭐가 부끄럽다고!"
"물론 과거에 사장 형이 한 짓을 생각하면 쪽팔리긴 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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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
II
뭐
II
비밀은 가까스로 지켜졌지만, 대신 빡쳤다• "내가무슨짓을했는데?"
”틈만 나면 민재 님 욕했잖아요. 게다가 쇠 몽둥이로 죽이려 들었고.”
”틈만 나면 민재 님 욕했잖아요. 게다가 쇠 몽둥이로 죽이려 들었고.”
“우민재가 재수 없었으니까 욕한 거지. 그리고 내가 언제 죽이려고 들어? 그땐 그냥 화나서.......”
’'화가 난다고 아무나 쇠 몽둥이를 들진 않죠.” II II
내가 말없이 지용이를 노려보는 사이 충연 씨가 옆에서 한마디를 거들었다.
"정말로 절친이 됐나 보네. 재수 없다는 걸 과거형으로 말하잖아. 지금은 재수 없지 않은가 봐?"
충연 씨가 은 근히 놀리듯 물어서 약간 당황했다.
“그야 도움도 받았고,지내보니괜찮은 면도 있고, 자꾸 보니 얼굴도괜찮고.”
” 얼 굴 ?”
홈칫 난 헛기침 을 하며 얼른 말을 마무리 지었댜
"원래 그렇잖아요. 처음엔 재수 없어도 친해지면 아무렇지도 않고, 그 사람 장점도 보이고.두 사람도나처음 봤을때 재수 없다고생각하지 않았어요?내가 처음이라일 부러 좀 빡세게 굴리기도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지금까지 내가 재수 없다고 생각하진
않잖0�요?"
II II
""
뭐야, 이 침묵은?난 앞으로 한 발 내디몄다. 흠칫. 움찔. 난 가늘게 뜬 눈으로 수상한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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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연 씨. 문지용•II
"무, 물론 재수 없지 않지. 그,그럼!안 그래, 지용아?"
"다, 당연하죠!사장 형 재수 없지 않은 게 아니지 않아요.”
""
대,권 사장.......”
“사자 혀
0 0...,..• ”
0 0...,..• ”
"두사람"
”너I?"
"재수 없어.”
II · ” ”·’’
휴가후첫날이라평소보다바빴던일을 대충정리하니새벽 4시가훌쩍 넘어가있 었다 거래처에서 주문받고,가격을 협상하고,싸우고, 양보하는 척하며 받을 거 다 받 은 다음에야 휴대폰도 좀 쉬게 됐다•
난 지쳐 떨어진 직원들에게 한숨 돌리라는 의미로 그들을 가게에 놔두고 밖으로 나 왔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한 와중에도 중간중간,틈틈이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일이 한가해진 지금은 대놓고 계속 생각났다. 우민재와 그 짓 하던 것 말이다. 뭐, 남자인데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HALF of ME- 68 I 195
’?•
응‘I
응‘I
다만, 이것 때문에 아랫도리가 불룩해지는 건 문제다. 내 머릿속이 아무리 변태라도 이 건 아 니 지 . 짜 증 이 나 지 만 떠 오 르 는 생 각 을 도저 히 막 을 방 법 이 없 었 다 . 녀 석 의 손 이 내 걸 잡고 흔들어주거나 키 스를 하며 세게 들어 와 자극할 때 얼마나 짜릿했는지, 밑에
서 보는 그의 표정이 얼마나 섹시한지......·
정신 차려! 난 또 망상에 빠진 날 질책했다. 벌써 아랫배가 간질거렸다• 가뜩이나 열 대야라 날씨도 더운데 몸까지 달아오르니 숨 막힐 듯 더웠다. 난 휴대폰을 켜고 배경 화면만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잘까?괜히 자는 사람 깨우
면 미안한데.
그러니 이내 좀 깨면 어때 싶었다. 어차피 먼저 전화하라고 한 건 녀석이었다. 자기 도볼일이있다며내트럭타고같이시장앞에서내리며 '전화해'한마디했으니까.난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래도 신호 세 번 안에 안 받으면 끊을 생각이었다. 하나, 둘, 세......·
「 으o . 」
"안 잤어?"
다시 응, 하는 답이 들렸다.
"뭐 하는데?"
「반장한테 보낼 행운의 편지를 쓰고 있었어.」 전에 말한 반장을 감시할 재료인 것 같았다. “정확히 월 쓰는데?"
「지금 오면 보여줄게.」
"지금?야, 나지금일하는데......”
「너하고 5분 거리에 있어」
난 깜짝 놀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안 잤어?"
다시 응, 하는 답이 들렸다.
"뭐 하는데?"
「반장한테 보낼 행운의 편지를 쓰고 있었어.」 전에 말한 반장을 감시할 재료인 것 같았다. “정확히 월 쓰는데?"
「지금 오면 보여줄게.」
"지금?야, 나지금일하는데......”
「너하고 5분 거리에 있어」
난 깜짝 놀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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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I 195
「주변 볼 필요 없어. 5분 거리라도 보이는 곳에 있지는 않아. 」 아니, 이 자식이 난 괜히 안 본 척하며 말했다. "야,5분거리면시장 근처라는거잖아.어딘데?"
「올 거야?」
「올 거야?」
’'못 가. 5시엔 내가 직접 배달도 가야 하고.”
「20분이면 되는데. 」
"네가쓰는 걸 보는 데 20분이나 걸려?그냥 말로 설명해.”
「설명은 2분이면 끝나지.」
“그럼 나머지 18분은 뭐 하게?"
「글쎄. 뭐 할까?」
II II
「네가 지금 생각하는 거 하지,뭐. 」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게 뭔데?되묻는 질문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빌어먹을. 머릿 속이 또 야한 상상으로 가득 찼다.
「내가 생각하는 건 몇 시간이나 걸리니 포기할게.」
몇 시간 걸릴 게 또 머릿속에서 주르륵 떠올랐다. 꿀꺽.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입 안 이 타는 것 같아 입술을 축였다. 그러나내 입에선 단호한 거절이 나왔다.
"20분짜리도 포기해. 시간 없어.” 「그럼 5분은?」
"뭐?"
"뭐?"
-HALF of ME- 70 I 195
「 근처에 화장실 있어?」
있댜 하지만 화장실은 왜.......꿀꺽. 난 다시 침을 삼켰다. 젠장, 지금 나보고 화장실 가서 자위하라는 거야?
「싫으면그냥아무 말이나해.네목소리계속듣고싶으니까J
난 그제야 녀석의 음성이 평소보다 낮고 나른한 느낌이란 걸 알았다. 그가 소파에 앉아 성기를꺼내놓고 손으로 느릿하게 훑는 모습이 그려졌다.이게 결정타가 됐다.
''씨발, 딱 5분만이야.”
난 전력 질주하듯 뛰어 사람이 거의 없는 화장실로 들어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전체 문을 잠갔다. 그리고 바지 안에서 터질 듯 부푼 성기를꺼냈다.손으로 만지자 절 로 한숨이 나왔댜 우와 씨.......귀에서 우민재의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계속해 좋아서 돌아버리겠다」
자위가끝나고 죄책감이 든 건 중학교 때 이후 처음이었다. 공중화장실에서 폰섹스 라니.변태는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내가 바로 변태였다. 죄책감에 화장실에 있던 대
걸레로 청소까지 싹 하고 돌아오니 몇십 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휴가 이후 첫날부터 지각에, 중간에 땡땡이에, 아주 잘하는 짓이다. 내가 한심했지 만, 이 와중에도 또 우민재가 떠오르니 더 미 칠 지경이었다. 그렇게 괜히 눈치 보며 가 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손님이 한 명 와있었다.
''희찬아, 너 변비냐?"
유기농 회장님이 진지하게 걱정했다. 30년째 매일 화장실에서 거사를 치르는 내가 무슨변비?항변하려다가 늦게 온 탓에 그저 입을 꾹 다물고 그의 앞에 앉았다.
"왜 오셨어요?"
-HALF of ME- 71 / 195
"왜 오긴?잘 오셨다고 환영식은 하지 못할망정, 왜 왔냐니?"
대뜸 시비를 걸었으나 난 기죽지 않았다. 회장님의 입술이 웃음으로 씰룩거리고 있 었다
"뭐 좋은일 있으세요?"
궁금한 건 내 직원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항상 축구 못한다고 구박만 하고 연습하 라고 닦달하는 그가 와서 입술을 씰룩대니 말이다.
“딱히 좋은 일은 아니고....... 참, 민재 님 왔다며? 그럼 이번 주 일요일 시합에 나올
수있겠네?"
“우민재는 한국에 왔지만, 이제 내가 있으니까 그 자식은 필요 없잖아요.”
"왜 필요가 없어?!당연히 필요하지!우리 팀의 중추 핵심 스트라이커인데?"
난 인상을 확 썼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짚고 넘어가야 했다.
“우리 팀 원 탑 스트라이커는 난데 무슨소리예요?"
"만날 퇴장당해 후반전은 뛰지도 못하는 놈이 무슨 원 탑 욕심이야?"
I'욕심이라니요?!게다가 내가 퇴장당하고 싶어서 당하냐고요?다들 나만 물고 늘 어지는 걸 어떡해요?그럼 그냥 참고만 있어요?!”
난 흥분해서 소리쳤으나 유기농 회장님은 그저 코웃음만 쳤다.
"민재 님은 아무리 태클 당해도 반칙 한번 안 하더라.”
“그야! 그야..... 그야, 그 자식은 몸이 둔한가 보죠.”
"됐고. 전반전밖에 못 뛰는 너만으로는 불안해. 우리 팀엔 민재 님이 있어야 해. 그 래야 다음 주에 있을, 유기농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합에서 멋지게 승리를 거머쥐지.”
젠장, 내가 우민재보다 못 한 게 뭐가 있다고? 발끈했으나 유기농 회장님의 뒷말이 더 신경 쓰였다 유기농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기라니?
-HALF of ME- 72 I 195
"FC 김장하곤 이미 시합해봤잖아요.”
“그자식들아니야.”
“기러0?” ―c::J..&..L.•
“아, 그게 말이지.”
씰룩 입술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이거였다 유기농 회장님이 기분 좋은 이유가. 대 체 원데요?캐묻자 그가 신나서 입을 떴다.
"실은 우리 팀의 놀라운 성적이 좀 유명해졌나 봐. 한 번도 시합하지 않은 팀에서 연 락이 왔어 이 팀이 대박이야. 진짜 잘하는 팀이거든 여기랑은 비기기만 해도 대박이 지.“
" 어 딘 데 요 ? 설 마 실 업 팀 은 아 니 죠 ?"
“아냐. 있어, 잘하는 팀.”
정말로 잘하는 팀인가 보다. 유기농 회장님이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그러니까 민재 님한테 연락해라 꼭 나와야 한다고. ”
""
.......
"너 왜 대답 안 해?"
대답하기 싫으니까. 자존심이 상했다. 원래 자신이 가진 건 소중한 줄 모르는 법이 댜 난 유기농 팀에서 내 존재가 얼마나 큰지 알려줄 기회가 왔다는 걸 깨달았다. 잔인 하긴 해도 어 쩔 수 없다.
"회장남 우민재 불러드릴게요. 대신 전 유기농 팀에서 빠질래요.”
"뭐?야, 너.......”
"선택하세요 오래도록 유기농 팀에서 뛰며 봉사할 실력 있고,나날이 기술이 발전 하는 사람인지. 언제 팀에서 빠질지 모를 덩 치만 좋은 놈인지.”
-HALF of ME- 73 I 195
"후자 "
오전 7시. 우리에겐 퇴근이지만,세 사람 다 얼굴은 죽을상이었다. 충연 씨는 집에 가서 딸과 마주하는 게 불편해 보였고,지용이는 바쁜일이 끝나니 또 자신의 처지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 찾아온 듯 보였다.
난 유기농 팀에서 버려진 충격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유기농 회장님은 뒤늦게 농 담이었다고 웃어 보였으나 누가 봐도 가식적인 웃음이었다. 젠장,내가 얼마나 유기농 에 몸 바쳤는데?그껏 퇴장 좀 자주 당했다고,물론 매 경기마다 당하지만,그게 어때 서?
"내일 봐,권 사장"
힘없는충연씨의인사가들렸댜지용이는그저 고개만꾸벅 숙이며 나가려고했 댜
"두 사람 다 잠깐 앉아보세요.”
내 목소리가 딱딱함을 느꼈는지 둘이 약간 겁먹은 얼굴로 앉았다. 난 휴가 때 생각 했던 걸 입 밖으로꺼냈댜
"두 사람이 개인적인 일로 우울하고 힘든 건 내 알 바 아니지만,일에 지장을 주는 건 싫습니다.”
’'권 사장,우리 오늘 실수 없이 일했어.”
"예,물론 아직 실수는 없죠. 하지만 나도 사람인데 같이 일하는 사람이 죽을상을 하 고 마주하면 기분 더럽잖아요?"
두 사람의 눈썹이 찌푸려졌다.내 말이 마음에 안 들어도 할 수 없다.신경 쓰이는 걸
-HALF of ME- 74 I 195
”- ·
”
”
어쩌라고?
“그렇다고 기분도 안 좋은데 사장 형 좋으라고 억지로 웃으면서 일할 수는 없잖아
요.“
"맞아. 하지만 기분이 안 좋으면 좋은 쪽으로 바꾸기라도 해야지. ”
둘은 입술을굳게 다물었고,충연 씨가 먼저 말을꺼냈다.
''권 사장 말 무슨뜻인 줄은 알아. 그런데 개인적인 문제까지 빨리 해결하라고 재촉 하는건......”
"내가할 수 있는일로재촉할래요"
무슨뜻이야?쳐다보는 둘에게 덧붙였다.
"두 사람의 문제는 지금 하는일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생긴 거잖아요?하지만 월급 은 적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맞아요?"
맞아. 월급 때문에 붙어있죠.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하는 환경이 문제인데,일의 특성상 밤에 하는 걸 낮으로 바꿀 수는 없어요.
이건죽어도못바꿔요.대신다른걸바꿀게요.일반회사였다면주5일만 근무했을 테니까 앞으로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만 출 근하세요. ”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난 멍해 보이는 둘을 번갈아 봤다.
''월급은 걱정 마세요. 줄이는 거 아니니까. 받던 대로 드릴게요. 그리고 앞으로 연월 차는 대기업보다 더 많이 드릴게요. 다 유급이니 걱정 마시고요. 하지만 1, 2주 전엔 쉬 는 날 미리 말하셔야 해요. 뭐,그런다고 시장 냄새 나는일이 넥타이 매는 대기업보다 낫진 않겠지만. 아무튼, 이 정도면 됐죠?"
여전히 아무 반응 없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말에 일할 사람을 구해야 하니 다음 주부터 시작하죠. ”
먼저 나가려고 문을 넘어서는데 그제야 다급하게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HALF of ME- 75 I 195
대, 권 사장!"
왜요?돌아보니충연씨가여전히 충격받은 얼굴로 한마디 했다.
”고마워.“
“일이나 열심히 하세요. ”
“ 으’’ •••••• C> •
다시 문으로 향하며 지용이를 힐끔 보니 녀석은 그냥 아래만 본 채 입술을 꾹 다물 고 있었댜
우민재는 정말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시장 바로 맞은편에 있는 20층짜리 빌딩의 꼭 대기 층 한 곳. 초인종을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니 보통 원룸 크기의 몇 배에 달하는 넓 은 공간이 나타났다. 원래 사무실로 쓰던 곳인지 내부는 막힌 곳 없이 탁 트였다. 그러 나 사무기기 대신에 폭신한 소파와 넓은 책상,작은 조리대가 있었다.
유리문이 달린 업소용 냉장고는 음료수와 맥주로 가득 찼고,조리대 뒤쪽 커다란 선 반엔 가볍게 먹을 음식과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 가 쌓여있었다. 내게 추리소설 작가 의 능력이 있다면 이곳의 묘사로 10장을 채울 수 있을 거다. 간략하게 말하면 내부 인 테리어는 잡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
"여기 뭐야?"
"당분간 작업실로 쓰려고.”
"네가 무슨작업을 하는데?"
녀석은 그저 피식 웃곤 삐딱하게 섰다.
"꼭 설명 먼저 들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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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2시간짜리하게.”
2시간짜리. 20분짜리. 원지 바로 떠올랐다. 바로 몇 시간 전에 5분짜리를 했으니 까.
"야, 나 일하고 와서 존나 피곤해.”
인상을 확 쓰며 말하곤 셔츠를 벗으면서 소파로 다가갔다.
“그러니까 빨리 시작하자.”
말이 끝나기 무 섭게 녀석의 입술이 다가왔다.
장르는 추리 공포물이었다. 우민재가 시놉시스라고 보여준 종이 몇 장을 소파에 누 워 읽기 시작했다 장르,등장인물, 주제가 먼저 쓰여 있고, 그다음 줄거리가 나왔다.주 인공은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는 여대생이었다.
이 여자에겐 사귄 지 얼마 안 된 부자에 공부 잘하고, 얼굴도괜찮은 남자친구가 있 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특히 남자친구와 데이트 이후 혜 어지고 나면 이 느낌이 더 심했다. 불쾌하고 섬뜩했다• 그러나 실제로 눈에 보이는 건 없었댜
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말하니 다정한 그는 같이 걱정해줬다.그래서일까, 며칠간 은 섬뜩한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며 칠이 지나고 여자의 아랫집 사는 중학생 남자아이가 강간당한 채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되는일이 벌어진다.
시체는 여자의 아파트 입구에 버려져 있었다. 그리고 다시 섬뜩한 시선도 따라다니 기 시작했다 여자는 겁에 질려 남자친구에게 매달렸고, 남자친구는 그녀를 다른 숙소 에서 지내게 했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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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이후처음 며칠은 다시 안정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같은 건물에 사는 초등 학생 남자아이가 같은 방법으로 죽는 일이 벌어지자 여자의 불안은 극에 달한다. 왜 내 주위에서 이런일이 일어나지?살인범이 날 따라다니는 것 아닐까?
남자친구는 그럴 리 없다고 말하지만, 여 자는 자신을 쳐다보는 섬뜩한 시선이 범인 이라고굳게 믿는다. 그러다가 세 번째 살인이일어난다. 이번엔 좀 더 어린 남자아이. 피해자는 여자와 친한 친구의 남동생이었다. 여자는 범인을 잡으려고 하지만, 남자친 구는 여자의 생각을 단순한 신경증 혹은 망상으로 치부한다. 한마디 하면서.
'스토커를 실제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잖아?'
난 혹시 미친 걸까?공포에 사로잡힌 여자가 의심으로 미쳐갈 때, 남자친구에게서 수상한 점을 발견한다. 내용은 이제 여자가 남자친구를 조사하는 걸로 바뀐다. 남자친 구는 개명했으며, 그녀에겐 본인이 외아들이라고 했지만 조사해보니 형이 있었다.
그녀에게 딸처럼 잘해주던 남자친구의 어머니 역시 이름을 바꾸었고 성형수술로 얼굴도 예전과 달라졌다. 이 가족은 마치 과거를 지운 것처럼 원래 모습이 모두 바뀌고 뒤틀려 있었다 이 사실을 알아낸 건 이미 사망한 아버지의 정보만은 다행히 그대로였
기 때문이었댜 덕분에 겨우 이들의 과거를 추적할 수 있었다.
여자가 남자친구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 스릴러처럼 진행되고 결국 진실을 알 게 된다 남자친구에겐 사고를 치고 정신병원에 갇힌 형이 있었다. 당시의 사건 기록은 모두 인터넷에서 삭제되고 사라졌지만, 간신히 동영상을 발견해서 보게 됐다. 그의 형 은 고등학생을 납치하여 강간하고 SM 플레이를 시키며 자기 종으로 부렸다.
동영상에는 그의 형이 피해자에게 저지른 끔찍한 짓이 담겨있었다. 피 해자는 남자 였다 여자는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 진 남자아이들의 살해범이 남자친구의 형이라고
믿었댜 그러나 결말은 누구나 예상하듯 형이 범인은 아니었다.
형이 첫 번째 남자아이를 강간한 것은 맞았다. 정신병원을 나와서도 옛날 버릇을 버 리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살해범은 형이 아닌 남자친구였다. 형의 존재가 드러나 자신 들이 또 망신당하는 게 싫어 증거를 없애려고 한 짓이었다.
형이 누군가를 스토킹한 것도 맞지만, 애초에 그 대상은 자기 동생이었다. 정상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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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사는 동생이 밉 고 싫어서. 그러다가 그의 애인을 우연히 쫓아간 것뿐이었다. 그리 고 같은 건물에 살던 남자아이를 보고 범죄 욕구가다시 살아나, 며칠을 그 집 앞에서 지켜보다가 범행을저질렀다.
그러나 그 이후엔 형의 스토킹이 없었다. 첫 번째 일이 벌어진 뒤, 여자가 경찰에게 자기를 쫓는 스토커가 있다고 신고한 걸 안 남자친구가 그다음 스토킹을 만들었던 거 댜여자를 미치게 만들어 증인이 되지 못하게 하려고.
여기까지 파혜쳤을 때,여자의 앞에 진짜 스토커의 정체가 드러난다• 여자가 집으로 들어서니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칼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뒤에는 남자친구가 같은 칼 을 둘고 서있고. 두 사람의 칼엔 막 사람을 죽인 듯 피 가 홍건히 묻어있었다.
몇 장에 걸친 줄거리는 이렇게 끝이 난다. 결국 여 자 주인공이 죽어? 싶은 의문과 함 께 내용을 읽으며 자연스레 반장이 떠오른다는 걸 깨달았다.
”이걸 소설로 쓰게?"
“그러고 싶지만,읽지 않으면 소용없어서. 좀 더 접 근하기 쉬운 분야로 가려고. ”
소설을 읽어야 할 사람이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건 오직 반장을 위한 이야기니까. 노트북의 하얀 화면을 검은 글씨로 채우던 우민재가 손을 멈추고 날 봤댜
"예를 들면 웹툰처럼.”
l'큰 사이트 에서 볼 수 있는 거?" 응그가 고개를 끄덕였댜
“사실은 꽤 유명한 웹툰 작가에게 제의했는데 퇴짜 맞았어. 내 쪽에서 돈을 낸다고 해도 그 사람이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소용없어서 최대한 그럴싸하게 다시 써보려고 노력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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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II
"왜?"
"신기해서. 반전이 그럴싸한 건 아니지만, 마지막 남자친구의 말은 확실히 반장에 게 공포심을 줄 것 같긴 하다.”
난 시놉시스를 다시 내려다봤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여자의 외침에 남자친구가 웃으며 답한다.
'첫 살인 후 알게 됐거든. 내가 형과 같다는 걸. '
여자의 뒤로 남자친구 어머니의 미소도 함께 보인다. 결국 두 사람도 변태 사이코였 고, 형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본성을 깨달은 거다. 만약 반장이 본다면 소름이 돋을 것 같았댜 그리고 무섭겠지. 이걸 읽는 이들이 날 떠올리며 내가 형과 똑같다고 의심 하면 어떡하지?반장에게 형은 철저히 숨겨야 할 반쪽이 되겠지.
“그런데 반장에게 정말로 잠자던 변태 사이코 성향이 있으면 어떡해?"
"없어. “
’'확실해?"
그는 내가 귀엽 기라도 한 듯 씩 웃었다.
''확실해. 그랬다면 이런 방법은 쓰지도 않았어. 반장은 지금 벌벌 떨면서 학교 보충 수업에도 못 나오니까.”
"보충수업 못 나온대?"
응,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덧붙였다.
“전학 신청했대.”
"도망치네.“
겁쟁이 새끼. 하긴, 클럽에서 조삼이 모삼이한테 걸렸을 때도 죽어라 도망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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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언제 웹툰으로 나와?"
“먼저 작가를 찾아야 하고, 내용도 수정할 곳이 있어서 나온다면 내년쯤이나 돼야 겠지.”
”늦네.”
“아냐, 적당해 그때쯤이면 반장도 차츰 잊어버리고 진로 고민이나 하고 있을 테니 까 잊고 있을 때 공포가 덮쳐야 더 효과가 크겠지"
반장이 약간 불쌍 해지려고 했다. 우민재 이 녀석 은 근히 뒤끝 있고 집요하네. 난 새 삼 깨달았다.
"글은 원래도 썼어? 반장 때문에 갑자기 쓴 건 아닐 거 아냐. ”
“그냥 취미로 조금씩 쓰긴 했어.”
"추리소설?"
녀석이 말없이 웃기만했다. 엄청나게 읽더니그쪽으로길이 생기네.응?길?
"너 당분간 할일도 없으면 계속 소설 써보는 건 어때?"
“그 정도는 아니야. 보다시피 이 시놉시스도 특출한 내용은 아니고.”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내용인데, 뭐. 반장만 겨냥한 거잖아.”
난 방 안 곳곳에 놓인 추리소설을 둘러봤다.
"난 책은 안 읽지만,네가 쓴 거라면 읽어볼게.”
””
"어때?"
녀석은 날 향한 채 그저 말없이 있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빠르게 걸어와 내 위 로 몸 을 숙 였 댜 이 자식 이 말 도 없 이 또 ? 화 를 내 려 고 했 으 나 멈 칫 했 다 . 갑 자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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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키스는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부드러웠다. 입술 위에서 머무는 느낌으로 아주 천천히 움직였댜
흥분보다는 나른함이 몰려오는 접촉에 몸에 들어갔던 힘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녀 석이 어느새 내 위에 올라탔을 땐 거의 반쯤 잠에 빠졌다.일하고 돌아와 격한 운동을 했던 터라 피곤이 뒤늦게 밀려왔다. 잠은 순식간에 날 덮쳤다.의식이 사라져 갈 때, 우 민재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운명이라면.’
휴가 후 맞이한 내 일주일은 토요일이 오기까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빠르게 지나 갔댜 일은 평소 하던 대로라 특별할 게 없지만,일만 끝나면 우민재와 팅구느라 택인 이의 몸으로 이중생활 할 때보다 더 힘이 들었다. 뭐, 그래도 끝내주게 좋았다.
토요일 쉬는 날이니 이날은 시간제한 없이 욕구를 불태우겠다며 내심 기대했다 우 민재와는 저녁 5시쯤 만나기로 하고 혼자 기대에 둘떴다• 나는 내가 이렇게 성욕이 높 은 줄 몰랐다 물론 야동 보며 자위도 했지만,그건 누구나 하는 수준일 뿐이다.일하면 서는 피곤해서 그리 자주 하지도 못했고.
그런데 지난 일주일 내내 내 머릿속은 온통 섹스로 가득 찼다. 다행인 건 상대도 나 처럼 미쳐있다는 거고,불행은 녀석의 정도가 나보다 더 커서 힘이 달린다는 점이다.
나는 우민재를 만나러 나가기 전, 생전 먹어본 적 없는 홍삼 엑기스를 원샷했다.
오늘 반 죽여 놓겠어.저녁은 장어로 먹을까? 그리고 막 집을 나가려고 할 때였다.
휴대폰 벨이 울렸다. 이상하게도 벨이 울린 순간 불길함이 들었다. 설마 또 엄마는 아 니겠지?다행히 이번엔 다른 이였다.
'남탱이 '
한남수였다 그래, 남수 때문에 큰일이 생길일은 없지.안심하며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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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야! 큰일이야!」
I I... ... 뭐 가 ? "
「씨바,너 어디야?빨리 당장 와!」
"무슨일인데?차근히 말해.”
「지금차근히말할때가...... 으악!빨리우리집으로와!지홍이죽게생겼어!!」
「씨바,너 어디야?빨리 당장 와!」
"무슨일인데?차근히 말해.”
「지금차근히말할때가...... 으악!빨리우리집으로와!지홍이죽게생겼어!!」
뚝 전화가 끊겼다 난 어이가 없어서 전화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으 나 남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씨발, 대체 무슨일이야? 난 고민했다. 설마 지홍이한 테 진짜 무슨일 생겼나?당장 가봐야 하나?하지만 그럼 섹스는 못 하잖아!
“아우 씨!"
난 욕설을 내뱉으며 집 밖으로 나와 통화버튼을 눌렀다. 곧 우민재의 목소리가 들렸
댜
"야, 미 안해. 약속 취소하자. ”
남수의 집은 난장판이었다. 전쟁이라도 치른 듯 바닥엔 지홍이가 죽으려고 난동을 부린 혼적이 넓게 퍼져있었다. 바로 땅콩들이.
I I... ... 뭐 야 ? "
”왔냐? 미친 이지홍이 죽는다고 난리 치는 바람에 말리느라 내가 죽는 줄 알았다.
이 새끼 땅콩 알레르기 있잖아. 술 마시면서 얘기하다가 갑자기 죽겠다고 가방에서 땅 콩을꺼내더니 입에 쑤셔 넣으려는 거야!"
남수는 날 보자마자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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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게 놔두지.”
"야! 알레르기가 얼마나 무서운데?잘못 먹었다간 죽을 수도 있어!"
"재 알레르기 그렇게 심하지 않아. ”
"매정한 놈 그게 친구한테 할 소리야?"
사실인데,뭐 진실을 말한 대가로 매도당했다 진짠데. 지홍이가 엄살이 심해서 그 렇지 전에도 모르고 땅콩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멀쩡했었다. 물론 삽으로 퍼먹을 정도 로 많이 먹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래서 이지홍은?"
죽겠다던 놈은 어딜 갔어?묻고 나서 멈칫했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원 가 꼭꼭대는 듯한 소리였다. 남수가 화장실을 가리켰다.
"운댜"
""
"실연당했대. ”
실연?사귄 지일주일밖에 안 되지 않았나?내 얼굴에 나타난 의문을 읽었는지 남 수가 덧붙였다.
“지홍이는 사귀는 줄 알았는데 상대는 그저 생각해본다고 말한 것뿐이지 승낙은 아 니었대.“
울만했댜
“그렇다고 죽으려고 한 건 심했다"
"여자가 지홍이 엄청 짠돌이라는 소문을 다 들어서, 그거 고치면 받아들인다고 했 대.“
난 바닥에 흩뿌려진 땅콩을 내려다봤다. 죽을 만도 했다. 호陸埼p에선 더 큰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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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거리는 울음이 들렸다.
“그래도 희망은 있네. 짠돌이 성격 고 치면 진짜로 사귈 수 있잖아.”
”이미 싫다고 했대.”
""
"자기도 순간적으로 나온 답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 그 순간 진심이 튀어나 올 줄은 몰랐대.”
저 바보갸......
“그러게 내가 진짜로 성격 바꾸라고 했잖아 그런데 사귈 때만 연기하면 된다더니.
자업자득01네.“
덜컹 ! 화장실 문이 벌걱 열리고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뒤범벅된 지홍이가 날 반겼 다.
''씨발, 권희찬,재수 없어!!!"
다시 한바탕 전쟁을 치른 남수의 집은 10분 후에야 잠잠해졌다. 분노한 이지홍이 날 죽이겠다며 내 입에 땅콩을 처넣으려고 하는 바람에 나도 빡쳐서 날뛴 탓이다. 씨 발, 바닥에 떨어진 더러운 걸 나한테 먹인다고?!
내가 편식은 안 해도 밥 먹을 때 철 칙으로 삼는 게 하나 있다. 바닥에 떨어진지 3초 이상 된 건 절대로 안 먹는다. 더구나 한남수네 방바닥은 분명히 헤어 스프레이로 몇 겹 이 코팅됐을 텐데 말이다. 이 말에 남수까지 분노해 날뛰는 바람에 5분이면 끝날싸움 이 10분이나 걸렸다.
그나마 미리 주문했던 중국 음식이 도착해서 싸움을 끝낼 수 있었다. 우리는 일찍부 터 인생의 중요한 진리를 깨달았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다. 아무리 급한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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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먹고 나서 해야 했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짬뽕을 젓가락 한가득 집어 입에 넣고 씹었다. 단무지도 먹고, 탕수육도 먹고, 양파도 먹고. 열심히 인생의 진리를 반쯤 체험했을 때였다. 이상한 소 리가 들렸다. 난 젓가락을 멈췄다. 남수도 멈췄다.
"0능끄 능2..5._ ..Q그그 자;1刀1 능능끄......· ― _ _1
...... ...... ’’ 거기- __1
―
l:::f l:::f - - _ _1
...... ...... ’’ 거기- __1
―
l:::f l:::f - - _ _1
지홍이 입에서 나는 소리였다. 녀석은 울면서 면을 씹고 있었다. 꾹꾹대면서도 열심 히 먹는 게 대견해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입맛은 뚝 떨어졌다0| 새끼는 왜 먹다 말고 청승01야?
”이지홍.”
내가 부르자 녀석이 손등으로 눈물을 쓱 닦곤 얼굴을 들었다. ” 왜 ?”
''울든지 먹든지 하나만 해.”
내가 부르자 녀석이 손등으로 눈물을 쓱 닦곤 얼굴을 들었다. ” 왜 ?”
''울든지 먹든지 하나만 해.”
난 타박하며 휴지를 손에 쥐여 주었다.지홍이는 휴지로 크홍―코를 세게 풀곤 다 시 자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녀석은 다시 먹는 데 집중했지만 왠지 나와 남수는 계속 먹 을 수가 없었댜 신기했다 지홍이가 돈 이외의 일에 이 정도로 상처 입고 신경 쓸 수
있다는 게 말이다.
지홍이가 그동안 짠돌이 짓을 하고, 가끔 얄밉게 굴기도 했지만 좋은 점도 있다. 녀
석은 자신의 것만큼 남의 돈도 소중히 여겼다. 나는 친구들과 떨어졌지만 남수와 철 환
이는 같은 학교에 다녀서 지홍이의 활약상을 자주 전해 들었다
셋이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본의 아니게 일진이 되고 싸움질하고 다닌 건 다 이지홍 때문이댜 돈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지홍이의 눈에 남의 돈을 빼앗는 짓은 세상 그 어 떤 일보다 악독했나 보다. 애 가 머리에 돈밖에 없긴 해도 우리의 친 구인 만큼 체력은 우수했댜
덕분에 남수와 철 환이도 같이 싸워주느라 고생했다고 들었다. 그래도 녀석이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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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한 거라 학교에서 무슨상도 받은 걸로 안다. 돈을 빼앗기던 애들도 지홍이에게는 아주 고마워했다고. 단순히 자기밖에 모르는 짠돌이면 짜증이지만, 이런 면이 있는 녀 석이라 마냥 밉지만은 않다.알고 보면 착한 놈인데.
"다시 가서 말해 좋아한다고.”
녀석은 답이 없었다. 난 녀석의 그릇에 단무지 하나를 올려줬다.
”짠돌이 짓은 최대한 줄여본다고 하면 되잖아. 당장 바꾸기 어려워도 노력한다고 해.“
“모르겠어.“
월 몰라?물었지만, 지홍이는 한참 입을 다물고 양념만 남은 그릇을 내려다봤다.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내가실수했다고, 뭐든 원하는 대로 다 하겠다고 말하고 싶 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 내가 정말로 바뀔지도 의문이고, 솔직히 바꾸고 싶지도 않아. 씨바, 내가 짠돌이 짓 하면서 남한테 피해를 준 적은 없잖아?그렇다고 연애할 때 돈을 안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 사람한텐 그동안 얼마나 돈을 많이 썼는데? 그럼, 그동안 내가 자기한테 잘해준 걸 생각하면 소문이나 내 뒷담화를 들었어도 내가 잘하 는 모 습 을 먼 저 봐 줘 야 하 는 거 아 냐 ?"
그렇긴 하지. 남수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지홍이는 이내 젓가락까지 내려놨다. 우 린 잠시 충격받았다.양념이 남았는데 젓가락을 놓다니.
''물론 내가 잘 보이려고 돈을 쓴 거고, 사귈 때만 잘하고 계속 짠돌이 짓 할 거라고
한 건 인정해. 하지만 그동안 내 모습을 보고 호감을 느꼈을 거 아냐. 그럼 이 모습을
믿고계속 만나야지.나중에 소문으로 듣던 싫은 모습을 직접 보게 되면 그때 얘기해도
지홍이는 화가 나는지 에이 씨, 욕설을 덧붙이곤 숟가락을 들었다. 아, 숟가락. 안심 됐댜 지홍이가 숟가락으로 야무지게 양념을 퍼먹는 걸 보다가나도 남은 짬뽕에 젓가 락을 가져갔다.
“그럼 포기해 네 모습 그대로를 봐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나겠지.”
되잖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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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또 같은 답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엔 녀석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쩐지 이해가 됐다.
화나고 서운하긴 하지만, 그 크기만큼 사랑도 차지하나 보다. 그때 갑자기 남수가 한마 디던졌다.
"안나타날수도있어.”
야, 넌저 새끼 위로해야 할 판에 찬물을 끼얹냐?눈으로 핀잔을 줬지만, 남수는 반
야, 넌저 새끼 위로해야 할 판에 찬물을 끼얹냐?눈으로 핀잔을 줬지만, 남수는 반
쯤 남은 제 볶음밥을 내려다보며 우울하게 덧붙였다.
“나타나도 이전 사람보다 안 좋으면 말짱 꽝이잖아.”
''철 환이 말 못 들었어?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라잖아. 상대가 날 더 좋아하면 이 기고 좋지,월.”
그러나 동의하는 말은 둘리지 않았다.한참 뒤에 지홍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좋아하면 져도 신 경 안 쓰이더라.”
말하곤 힐끗 눈을 들어 남수를 봤다.
”이기는 쪽은 절대 모르다가 뒤늦게 피눈물 흘리게될걸.”
''씨발. 닥쳐, 이지홍.”
남수가욕설을 내뱉으며 인상을 험악하게 구겼다. 그러나 지홍이는 눈 하나 깜짝하 지 않았다.
"네가지금 왜 괴로운지 알려줄까?"
괴로워? 난 남수를 돌아봤으나 그는 지홍이를 노려보느라 정신없었다.
"상대가 널 좋아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여겨서 우습게 봤거든. 그런데 사라지고 나니 이제야 안 거야. 너도 좋아했다는 걸. 하지만 사랑받는 데만 익숙해서 이젠 네가 그 사람을 쫓아다니는 게 자존심 상하겠지. 아무튼 넌 나보다 더 등신이란 것만 알아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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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설명이 없지만,난 어렴풋이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남수 쫓아다니던 그 사람 이 떠났나 보댜 잠깐, 그런데 그 사람한테 우민재가 조언했다고 하지 않았나?그런데 왜 떠났지? 설마 우민재가 떠나라고 조언한 건 아닐 테고......가맞나?! 잠시 충격으로
굳은 사이 남수가 지홍이한테 덤벼둘었다• 씨발 새끼, 죽어라,외치는 다정한 말들이 오갔다.난씩씩대는남수를자리에 앉히고 달랬다.
“지홍이 말이 틀린 것도 아니잖아.”
''씨발, 권희찬,넌 사랑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서지 마.”
뭐?어이없어하는 날 대신해 지홍이가 나섰다.
“모르긴 월 몰라. 권희찬도 이제 연애하는.......”
그러나 말을 하다 말고 남수의 눈치를 보더니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애도 알아 나 연애하는거.”
“아, 그래?"
지홍이는 힐끗거리며 남수의 눈치를 더 봤다. ''설마 네가 누구랑 연애하는지도 말했어?" "응. 남자랑 한다고.”
“아, 그래?"
지홍이는 힐끗거리며 남수의 눈치를 더 봤다. ''설마 네가 누구랑 연애하는지도 말했어?" "응. 남자랑 한다고.”
아아. 지홍이는 묘한 감탄사만 남기곤 남은 자장을 열심히 먹는 척했다. 남수는 여
전히 먹다가 만 음식엔 손을 댈 생각이 없는지 그저 노려보고만 있었다.
"넌 내가 연애하는 게 기분 나쁘냐?아니면 사랑에 대해선 좇도 모르는 새끼가 연애 한다니 우습냐?"
"야, 남수는 그런 뜻이 아니지.”
지홍이는 우리 둘의 눈치를 보며 내게 덧붙였다.
“그리고 솔직히 네가 연애한다니 웃기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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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남수를 노려보던 눈을 지홍이에게 돌렸다.
"뭐가웃기는데?"
“아니, 넌 연애해도 평소랑 똑같을 것 같아서. 봐봐, 넌 우리한테 자랑도 안 하잖아.
원래 누굴 좋아하면 24시간 머릿속에 그 사람 생각만 가득 차서 막 미 치거든.”
이미 미쳤댜 우민재와 같이 됭굴고 싶어서. 그러나 이걸 들키느니 사랑에 대해 좇 도모르는놈으로 남는 게 낫다.
''씨발, 잠도 8시간 자고,밥 처먹고 응가하고 쉬하는 데만도 3시간 걸릴 텐데 뭐가 24시간이야? 넌 하루가34시간이냐?"
지홍이는 잠시 손가락을 접으며 월 세다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짜증을 냈다.
“아 놔,권희찬 수학 좀 잘한다고 숫자 나열하긴.”
“사랑을 해도 사람이 사는 건 똑같아.일하고, 밥 먹고,응가하고. 그 일상을 다른 사
람이 같이 하면 좋고, 아니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고. ”
“그래서,쉽 게 생각해서 시작한 연애는 좋냐?"
남수가 갑자기 끼어들었댜 난 녀석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 댜
"좋더라 24시간은 아니어도 하루에 몇 시간은 그 사람이 생각났는데 사귀는 게 현 실이되니안좋겠냐?너괴로운이유도하루에 몇시간은그사람이생각나서아냐?"
""
"연락해 내가 사랑은 좇도 모르지만, 하루에 몇 시간씩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사 람이 있으면 좋아하는 거더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너희들 문제가 원 줄 알아?간단한일을 투 머치하게 생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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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칫 멈칫 둘이 동시에 돌처럼 굳었다 그리고 경악하며 날 봤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투 와치?"
"투 머치, 바보야. 과하다는 뜻이잖아.”
툭 지홍이는 충격이 컸는지 반쯤 먹던 탕수육을 떨어트렸다. 그를 대신해 남수가 내게 물었다
"너연애한다더니 미쳤냐?무슨영어를씨불이고있어?"
"내가 씨불이고 싶어서 그러냐? 영어 공부 좀 했더니저절로 떠오르는 걸 어쩌라고.
하여간 너희는 반응도 투 머치야.”
수학보다 더 혐오하는 과목이 영어였던 지홍이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아버렸다. 그나 마 남수가 이성을 유지한 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종이와 볼펜을 가져와 내 앞에 내밀 었다
"믿을 수 없어. 씨발, 너 우리가 모른다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나 본데, 그럼 써봐. 투 머신지, 투 머치인지 영어로 써봐.”
이런 무식한 것들. 난 친히 둘에게 지식을 전파했다.
"자, 봐 너희도 다 아는 단어야. 아주 쉽다고.”
둘이 내가 쓴 단어를 보려고 고개를 숙였다.
'two much'
과연 아는 단어가 맞았나 보다. 특히 지홍이가 감탄했다.
“우와―진짜인가 보네? 그럼 두 배로 많다, 뭐 그래서 과하다는 뜻이야?"
내 친구답게 이해력이 빨랐다. 남수는 원가 미심쩍은 눈빛이었으나 이내 수긍했다.
I'확실히 이런 숙어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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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사랑은 몰라도 지식은 너희보다 많아. 그런데도 내 말이 개똥 같냐?"
내 말에 둘이 숙연해졌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
"좋으면 연락해. 지금도 이미 상처받았잖아. 거절당하고 상처받는다고 뭐 다르겠 어?"
잠시 후 지홍이가 투덜거리며 중얼거렸다.
"무서우니까 그러지.”
사실은 나도 무서웠다. 20분째 답이 없는 휴대폰을 보면서 나도 겁쟁이란 걸 인정 했댜어차피 연애는언젠간끝날수있으니가볍게생각하자고마음먹고있었다.그런 데도 이렇게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늦으면 신경 쓰였다. 게다가 전적이 있어서일까?
괜히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저번에도 약속을 쨌다가 우민재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녀석은 사고가 났으니까. 설
마 또 같은일이 생기겠어?일부러 아무렇지 않게 여기려고 애쓰면서 통화버튼을 눌 렀다 신호가 갔다 그러나 한참 울리고 나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만 나왔다.
J'씨발.”
" 누 군 데 그 래 ? 돈 빌 려 간 사 람 이 전 화 안 받 아 ?"
돌아보지 않아도 지홍이였다. 남수는 술 사러 가고,지홍이는 베란다에서 바람 쇤다 더니 금방 들어왔다. 손에 꼭 쥔 휴대폰을 보니 나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지만.
"너도 전화 안 받냐?"
움찔. 지홍이가 고개를 모로 돌리더니 잠시 뒤, 답했다.
“전화 안 했어. 문자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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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II......몰라도돼.”
녀석은 내 앞에 털썩 주저앉으며 날 뻔히 봤다. "넌 연애 못 할 줄 알았는데.”
"왜?"
녀석은 내 앞에 털썩 주저앉으며 날 뻔히 봤다. "넌 연애 못 할 줄 알았는데.”
"왜?"
“사랑을 안 믿었잖아. 너 기억 안나?철환이 연애할 때, 철환이가 애인에 대해 뭐라 하면 나중에 배신 때려서 상처 주지 말고 빨리 헤어지라고 했던 거. 넌 옛날부터 사랑 에 대해 불신이 좀 있더라. 내 말이 맞지?"
반쯤은. 난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너에 대한 불신은 확실히 생길 것 같다.” "야. 진실은 원래 약처럼 쓴 법이야.” “그건 그레 아, 맞댜 이지홍"
"왜?"
"왜?"
"좋아하는 그 여자한테 혹시라도 문자로 우리한테 말했던 건 보내지 마. 소문으로 만 듣고 판단해서 서운하다 어쩌고 한 거 말이야. 변명하는 것 같아 존나 찌질해 보이 니까.”
"내가그런 걸 보냈을 것 같아?참, 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녀석이 벌떡 일어나 다시 베란다로 나갔다. 그리고 휴대폰의 화 면을 열심히 터치했다. 나도 휴대폰을꺼내 다시 전화를 걸었다. 대체 이 자식 어디 갔 지?약속을 취소할 때 미안하다고 하고 뭘 할지 물었었다. 녀석의 답은 간단했다.
'운동이나 할까 하고.'
그러면 지금은 한창 운동하는 중이라 전화를 못 받을 수도 있다. 머리로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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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는데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우민재가 전화를 네 번이나 받지 않았을 때, 지 홍이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어딘지 표정은굳은 것 같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댜
"바람 씌니 좋네.”
"밖에 30도야.”
1.....내가 전생에 아프리 카에서 살았나 보지.”
“전생은 무슨. 야, 차라리 인류의 조상은 다 아프리 카에서 살았다고 해라.”
“미친 그럼 아프리 카 곰이 마늘 먹고 한국까지 건너왔다는 거야? 너야말로 말이 되 는 소릴 해.”
하긴,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아프리 카에 마늘이 있을 리 없잖아. 곰은 있겠지 만.
"허튼소리 그만하고 넌 연애나 조심해.”
''월? 네 말대로라면 사랑을 안 믿으니 배신당할일도 적고,조심할일도 적은 거 아
''월? 네 말대로라면 사랑을 안 믿으니 배신당할일도 적고,조심할일도 적은 거 아
냐?”
"맞아. 그래서 네 가 너무 조심하다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손을 그대로 놔버릴까
"맞아. 그래서 네 가 너무 조심하다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손을 그대로 놔버릴까
봐 그런다.” ""
''철 환이 봐봐. 녀석이 의리 90%로 산다고는 해도,와이프 사랑하는 게 눈에 보이지 않아? 결혼해서 평생 같이 사는 사람들이 모두 사랑으로 가득 차진 않겠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데는 사랑 말고도 이유가 있겠지. 나도 처음은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언젠가 는식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어. 그래도 평생 똑같을지 어떻게 알겠어? 그리고 아니 면 또 어때? 내가 좋아했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 평생을 지내면 끝내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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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재와 평생 지낸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연애는 끝이 있기 마련이 니 그저 지 금 기 분 에 충 실 하 기 만 하 면 된 다 고 여 겼 다 . 우 민 재 와 의 미 래 를 상 상 하 지 않 았다 그런데 지홍이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5년 뒤, 10년 뒤, 또 10년 뒤, 여전히 내 옆 에 있을 녀석을 떠올려봤다.
내 생활에 그저 우민재가 있는 것뿐이지만, 지홍이 말에 동감했다. 정말로 끝내줄
것 같았다 하지만 결혼도 아니고 연애만으로 어떻게 긴 세월을 함께 있겠어?하물며 결혼도 중간에 깨지는데 말이다.
우리 두 사람이 꼭 붙어있어야 할 운명이라면 또 몰라도, 우민재가 떠난다고 한다면 붙잡을 명목이 없다. 난 친구들한테 간단하게 생각하라며 조언해줬지만, 우습게도 내 게 필요한 말이었다 난 미래에 떠날지 모를 우민재를 생각하며 잠시 겁에 질렸다. 나 는 그가 좋았다. 그가 내 말에 웃는 것도 좋고, 내가 농담이라도 할라치면 눈이 먼저 따 뜻하게 변하는 것도 좋다. 이런 것들은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평생을 봐도.
「여보세요. 」
다섯 번째 전화를 걸었을 때, 모르는 이가 우민재의 전화를 받았다. 불길함이 머리 위부터 덮쳤다
“우민재 전화 아닙니까?"
「민재 형 전화 맞습니다. 저는 형 후배인데 무슨 일이신지는 몰라도 나중에 전화해 주시겠어요? 지금 형이 통화할 상태가 아니라서....... 」
"상태가 어떻길래 통화를 못 해요?"
「그게, 좀 다쳐서요.」
목뒤가 싸했댜 어달 어떻게요?물었던 것 같지만 확신은 없다. 상대의 답만 귀에 들어왔으니까.
「같이 운동하고 있는데 갑자기 조명이 떨어졌습니다. 민재 형이 먼저 알아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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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친구 구하려다가 다쳤는데....... 」
"지금 어느 병원에 있는데요?"
「민재 형은 지금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왔을 거예요. 그런데 가방을 두고 가셔서요.」
"거긴 어디인데요?"
「제 차 안이요. 전 지금 민재 형 짐을 호텔로 가져다 두러 가는 길이라서요. 민재 형 도 곧장 숙소로 온다고 했습니다. 」
전화를 끊자마자 친구 녀석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밖으로 나왔다. 우민재의 숙소까지는 빠르면 25분 안에 도착한다. 전철 역으로 뛰면서 욕이 나오려는 걸 참았 댜 이 자식 은 왜 자 꾸 휴 대 폰 을 놓 고 다 니 지 ?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얼굴의 남자가 날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우민재 전화로 통화했던 후배 라는 남자였다 키는 나만 했지만,운동을 하는지 몸이 단단해 보였다. 그리고 우민재 후배들은 하나같이 기합이 단단히 들어서 지인인 나한테도 아주 깍듯했다.
"혹시 몰라서 민재 형 가방하고 전화는 프런트에 맡겨놨습니다.”
“조명이 떨어졌다니요?어떻게 된 거예요?"
''말 그대로요.저희가 있던 운동장에 전구 여러 개가 달린 조명 탑이 있거든요. 그런 데 갑 자 기 그 중 하 나 가 뚝 떨 어 졌 어 요 . 와 ,저 도 그 런 건 처 음 봐 서 . ”
아직도 기가 막히는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운동장 시설 측 관계자까지 나왔는데 웬만해선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놀라더
"운동장 시설 측 관계자까지 나왔는데 웬만해선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놀라더
라고요.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지만요.'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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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재가 다쳤다면서요?"
"예. 그런데 많이 다친 건 아닙니다 피를 좀 흘렸지만, 전에 운동할 땐 더 심하게 다 친 적도 많아서요.”
가볍게 설명하던 그는 내 표정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피를 흘렸다고?
"민재 형은 정말로괜찮습니다.”
“괜찮은지 안괜찮은지는 내가 보고 결정하죠.”
“괜찮은지 안괜찮은지는 내가 보고 결정하죠.”
"예.”
그가 다시 예의 바르게 답했다.괜히 애먼 사람한테 화풀이한 것 같아 목소리를 바 꿨댜
“우민재 짐 가져다줘서 고맙습니다.”
“아뇨 당연히 해야지요 민재 형이 아니었으면 같이 축구하던 제 친구까지 크게 다
“아뇨 당연히 해야지요 민재 형이 아니었으면 같이 축구하던 제 친구까지 크게 다
칠 뻔했거든요.”
"축구?축구를 했어요?"
네, 그가 고개를 끄덕이곤 신기하다는 듯 덧붙였다.
"축구?축구를 했어요?"
네, 그가 고개를 끄덕이곤 신기하다는 듯 덧붙였다.
“전 민재 형이 축구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연습해야 한다더라고요. 그래서 저랑 팀 동 료 몇 명 이 같 이 뛰 었 죠 . 민 재 형 운동 그 만 둬 서 걱 정 했 는 데 역 시 민 재 형 이 에 요 .
저 같으면 현역으로 뛰는 다른 선수는 당분간 얼굴도 못 볼 것 같은데.”
현역이라 후배는 역시 운동을 같이 하던 후배가 맞는 것 같았다.
"민재 형에겐 제가 따로 연락하겠지만,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만나보고 가실 거 죠?”
내 입으론 답하고 고개는저었댜
I'직접 말하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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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후배의 등 뒤편으로 시선을 옮겼다.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우민재를 보며 눈에 힘이 들어가려는 걸 겨우 참았다. 상처는 이마에 하얀 거즈를 붙인 게 다였지만,
녀석이 입은 티셔츠는 말라버린 피 로 더러워져 있었다.
다들 내가욕을 잘한다고 하지만, 사실 난 '씨발 '만 잘할 뿐 다른 욕은 잘 못한다. 그 리고 씨발은 욕이라기보다 현대인의 감탄사이지 않은가? 우민재를 만나면 씨발을 100번 외쳐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나마 잘하는 씨발도 녀석을 보곤 나오지 못했다.
"별것 아냐.”
난 우민재의 이마에 시선을 고정했다. 손바닥 반만 한 거즈가 왼쪽 눈썹 위에 붙어 있었댜 이마가 찢어졌다고 한댜
‘'몇 바늘 꿰맨 것뿐이야.” “그래, 별것 아니네!'
대꾸하며 녀석의상의를봤다.그는피로더러워진셔츠를아직입고있었다.피를 꽤 흘린 걸로 보였댜
“조명이 떨어졌다고?"
”응. “
"거기만 지진 났냐?"
녀석은 태평하게 피 식 웃기만 했다. 그걸 보니 더 화가 났다.
‘'웃음이 나와?"
I'웃기잖아. 멀쩡하게 달려 있던 조명이 갑자기 떨어지다니. 누가일부러 그런 것처 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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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누가?"
"글쎄.“
녀석은 내가 싫어하는 답을 하며 다시 웃었다. 이번엔 어이없고, 기막히다는 웃음으 로 보여 다시 화는 내지 못했다. 그가 혼잣말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 어 떻 게 이 런 일 이 있 지 ?"
내가 묻고 싶었다. 어떻게 이런일이 있지?크게 다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저번 사 고도,이번 사고도 하마터면 목숨이 위험할 뻔했다. 그리고 내가 약속을 취소하지 않았 다면 애초에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으리란 것도.
기분이 이상했댜 마치 내가 녀석의 사고를 만든 것 같았다. 알고 있다. 말도 안 되는 가정 이 고 , 실 제 로 그 런 일 이 일 어 날 리 도 없 다 는 걸 . 하 지 만 나 는 얼 마 전 세 상 누 구 도 믿지 못할일을 경험했다. 그래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란 말은 할 수 없었다.
"별일 아냐.”
그가 다시 말했댜 알아, 대꾸했으나 녀석이 한 번 더 강조했다.
"진짜 별일 아냐. 단순한 사고야.”
II ..Q. II ...... 0 .
''권희찬. 그런 표정 짓지 마" 내 표정이 어떤데?
”덮치고 싶잖아.”
“미친 새끼.”
녀석이 입술을 크게 휘어 웃었다. 그 웃음을 보니 나도 긴장이 폴리는 것 같았다. 그 러면서 깨달았다 내가 정말로 우민재를 크게 걱정했구나. 세상에서, 내 옆에서 없어질 까 봐 두려웠어. 하아,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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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회장님이 전화하셨어. 내일 아침에 시합 있다며?꼭 나오라고 하시던데.”
우민재가 피 묻은 셔츠를 벗으며 말했다.
"넌 안 나와도 돼 . 다쳤으니 쉬어. ”
"다리 다친 것도 아닌데, 월. 그리고 우리 소문 듣고 대결 신청한 팀이랑 하는 경기 라 중요하다고 하셨어.”
’'말만 그런 거야• 다음 주 시합이 더 중요...... 너 뭐야?"
녀석은날덮치듯누르다말고'뭐가?' 하는표정을지었다. "뭐 하는 거냐고?"
"말했잖아 덮 치고 싶다고.”
"야, 너...... 읍!"
"말했잖아 덮 치고 싶다고.”
"야, 너...... 읍!"
녀석이 갑자기 키스를 해왔다. 전과 달리 급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이게 키 스인지 싸움인지 구분이 안 갔다. 이 새끼 뭐 하는 거야?떼어내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 지 않았다.괜히 열 받아 씩씩거리며 힘을 주다가 뚝 멈췄다.
"순간적으로 죽을지도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무 섭더라. 널 못 볼까 봐. ”
무심한 중얼거림이 입술을 통해 들어왔다. 내가 움직이지 못하게 얼굴과 허리를 세
게 잡은 힘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녀석의 성기가딱딱하게 일어서 있 었댜 누가 들으면 웃을지 몰라도 녀석이 흥분했다는 걸 안 순간, 나도 섹스하고 싶어 졌댜
내부에서 불꽃이 일듯 뜨거운 열기가 확 퍼졌다. 내가 더는 거부하지 않자, 녀석의
행동이 더 거칠어졌댜 키스는 입술을 물어뜯으며 날 아프게 했고, 몸을 만지는 손은
뼈를 부러트 릴 듯 힘이 들어갔다. 언제 내가 옷을 벗었는지 모르겠다.
녀석이 날 자기 무릎 위로 올렸고 난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듯 그 위에 앉았다. 맨살 에 뜨거운 성기가 닿았다. 난 우민재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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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회장님이 전화하셨어. 내일 아침에 시합 있다며?꼭 나오라고 하시던데.”
우민재가 피 묻은 셔츠를 벗으며 말했다.
"넌 안 나와도 돼 . 다쳤으니 쉬어. ”
"다리 다친 것도 아닌데, 월. 그리고 우리 소문 듣고 대결 신청한 팀이랑 하는 경기 라 중요하다고 하셨어.”
"말만 그런 거야 다음 주 시합이 더 중요...... 너 뭐야?"
녀석은날덮치듯누르다말고'뭐가?' 하는표정을지었다. "뭐 하는 거냐고?"
"말했잖아 덮 치고 싶다고.”
"야, 너...... 읍!"
"말했잖아 덮 치고 싶다고.”
"야, 너...... 읍!"
녀석이 갑자기 키스를 해왔다. 전과 달리 급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이게 키 스인지 싸움인지 구분이 안 갔다. 이 새끼 뭐 하는 거야?떼어내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 지 않았다.괜히 열 받아 씩씩거리며 힘을 주다가 뚝 멈췄다.
"순간적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무섭더라. 널 못 볼까 봐.”
무심한 중얼거림이 입술을 통해 들어왔다. 내가 움직이지 못하게 얼굴과 허리를 세
게 잡은 힘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녀석의 성기가딱딱하게 일어서 있 었다 누가 들으면 웃을지 몰라도 녀석이 흥분했다는 걸 안 순간, 나도 섹스하고 싶어 졌댜
내부에서 불꽃이 일듯 뜨거운 열기가 확 퍼졌다. 내가 더는 거부하지 않자, 녀석의
행동이 더 거칠어졌댜 키스는 입술을 물어뜯으며 날 아프게 했고, 몸을 만지는 손은
뼈를 부러트 릴 듯 힘이 들어갔다. 언제 내가 옷을 벗었는지 모르겠다.
녀석이 날 자기 무릎 위로 올렸고 난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듯 그 위에 앉았다. 맨살 에 뜨거운 성기가 닿았다. 난 우민재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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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무릎으로 선 가랑이 사이로 손이 들어와 성기와 아래쪽을 애무했다.
첫 섹스 이후 항상 콘돔과 젤을 썼지만, 이번엔 가지러 갈 여유가 둘 다 없었다. 마치 처음 할 때처럼, 둘 다 성급한 마음으로 빨리 섹스하기만을 바랐던 것 같다. 녀석의 정
액으로 미끈거리는 성기가 엉덩이 끝에 닿았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자세인데 두려움보단 기대가 더 컸다. 빨리 넣고 싶었으니 까. 매번 아프지만, 쾌감을 주는 녀석의 커다란 성기가 어서 안으로 들어와 휘저어주길 바랐댜 그래서 녀석이 내 허리를 잡고 단번에 끌어내렸을 때 씨발, 욕을 내뱉으면서도 아래로 느껴지는 통증이 싫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쾌감으로 느껴졌다. 이제 곧 어떻게 변할지 아니까.
그리고 몸이 먼저 반응했다. 우민재의 어깨를 잡고 허리를 움직였다. 허리를 내릴 때마다 녀석의 것이 세게 박혔다. 그게 자극점을 지나며 난 어깨를 떨었다. 고개를 숙 이고 허벅지에 힘을 줬다 어느 순간 녀석의 손이 내 움직임에 힘을 더해 허리를 내렸 댜 푹 비명이 나을 정도로 깊게 박혔댜 빠져나가는 녀석의 것이 더 오래, 길게 자극점 을 쓸어내리자 참지 못하고 또 사정했다.
끄-1 표-I 고-I
-,, -,, -,.
약에 취한 것처럼 몸이 떨렸다. 행동이 늦어지자, 그가 참지 못하겠는지 아래서 쳐 올리기 시작했다 푹, 푹, 성기가 박히고, 내부에서 찌릿한 전기가 퍼졌다.
“하아, 하아, 하아... ... •II
,,
둘의 숨소리와 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한참 이어졌다. 모든 소리가 절정에 달할 때, 그가 쳐올리던 동작을 멈췄다. 빠져나온 녀석의 성기가 사정했는지 진한 정액 냄새 가 났다. 역 겨워 야 할 냄새가 어느새 내 흥분을 자극하는 것으로 변했다. 난 녀석의 얼 굴을 잡고 키스를 시작했고, 잠시 후 그가 내 엉덩이를 받쳐 들고일어나 허공에서 다 시 성기를 꽂아 넣었다 퍽, 퍽, 퍽....... 사정으로 후들거리던 온몸에 다시 쾌감이 넘실 거리기시작했댜
"등4 등4 등4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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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눈을 번쩍 떴을 때 보인 시간을 확인하곤 잠시 혼란스러웠다. 원가 잘못된 기분이었 댜 뭐지? 머리는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라 그대로 정지했다. 그리고 천천히 깨 달았다 더 일찍 일어났어야 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유7 1 농!"
쉰 목소리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허리와 아래쪽에 통증이 확 몰려왔다.
악!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부여잡고 다시 침대에 엎드렸다. 젠장,망할 우민재 새7}|.
“일어났어?"
원수의 목소리가 열린 문으로 들렸다.
"야! 너,씨발.”
난 분노의 외침을 내뱉으며 일어나다 통증에 말을 잠시 끊고,숨을 둘이쉬었다. 우
민재가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을렸다.탁! 녀석의 손을 쳐냈다.모든 원흉은 이 자식이 었댜 내가 이렇게 빌빌대는 몸이 된 것도,그리고.
''치워! 씨발, 너 왜 또 날 안 깨웠어?!"
"더 누워 있어. 전반전 끝나고 간다고 했어."
녀석은 끝까지 내 어깨를 누르며 권했다. 뭐?! 또 전화를...... 아니,이게 중요한 게 아 니었댜
“미친! 나한텐 전반전이 제일 중요하단 말이야!!!"
-HALF of ME- 102 / 195
얼굴에 겨우 물만 묻히고 헉헉대며 20분 만에 운동장으로 달려왔다. 다행히 주말 아침이라 차가 막히지 않아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20분 내내 운전하는 우민재를 욕설로 응원한 덕분이기도 하다.
내가괜히 전반전의 사나이로 불리는 게 아니다. 전반전이 얼마나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줄 아느냐? 이 젠 내 가 출전한 전반전 결과만 잘 나오면 전체 결과가 어떻든 승리 한 기분까지 든다,등등. 그러나 우민재 새끼는 반성하기는커녕 듣는 내내 미소만 짓고 있었댜 진심으로 즐거워 보여 더 빡쳤댜
''씨발,그만 웃으라고. 만약 갔는데 전반전이 끝나있으면 넌 개죽음...... 응?"
우민재를 구박하며 운동장으로 걸어가다가 난 걸음을 멈췄다. 우민재도 멈췄다. 운 동장엔 우리 유기농 유니폼을 입은 이들과 다른 팀으로 보이는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 나그들은공과함께뛰어다니는게 아니었다.두 팀은서로나뉘어 마주보며 대치하 고 있었다 분명히 전반전 끝날시간은 안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조금 더 가까이 가 자 큰 소리가 들렸다. 화가 난 유기농 회장님의 목소리였다.
"지금 이게 말이야,방구야?!그러니까저 두 사람이 실업팀 선수가 맞는다는 소리 잖OH"
실업팀 선수? 난 상대편 선수들을 눈으로 훑었다. 회장님과 싸우는 50대 초반의 못 생긴 아저씨 뒤로 젊은 두 놈이 있었다. 둘은 회장님의 말에도 실실 쪼개며 자기들끼리 무어라 속닥였댜
"어서 말해봐!저 둘이 실업팀 선수 맞느냐고!"
"맞으면 어쩔 건데?"
못생긴 아저씨가 아니꼬운 투로 대꾸했다. 이게 무슨소리야? 실업팀 선수라니? 난 귀를 의심하다가 아저씨들 뒤에 불안하게 서 있던 지용이와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나 와 민재를 보자마자 쪼르르 달려왔다. 그리고 묻기도 전에 설명을 늘어놨다.
아침에 모여 잘 인사하고 경기를 시작했는데 상대편에 유난히 축구를 잘하는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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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이 있었다고 한다. 나이도 젊고, 아저씨들한테 위험한 태클도 걸어서 벌써 우리 팀은 둘이나 부상으로 빠졌다고. 원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다친 얼굴 때문에 시합에 나가지 않은 지용이가 화장실을 갔다가 돌아오면서 우연히 상대 팀 후보 선수들의 얘기를 들 었다고 한다
유기농이 아무리 잘한다고 소문났어도 오늘은 실업팀 선수들한테 묵사발 날 거라 고물론 입 싼 지용이는 이 소식을 바로 전했댜 우리는 회장님이 막 따질 때 도착했던 거댜 회장님은 정말로 화가 났는지 목소리를 계속 높였다.
"맞으면 어쩔 거냐고?! 씨바, 니들 장난해?! 아마추어 동네 축구 경기에 실업팀 선 수를 데리고 오는 게 말이 되냐?어?"
"말이 안될 건 또 원데?"
"당연히 안 되지! 그리고 넌 이 바닥 룰도 몰라?! 멤버가 아닌 사람은 한 명만 데리 고와야지!"
"몰라 난 몰라 그런 룰을 누가 정했는데?"
못생긴아저씨가턱을들며 반항했다.그리곤우리팀의문제도제기했다•
“그리고 말이야, 너희도 축구선수 한 명 있다며? 그러면서 왜 우리한테만 지랄이 O�?"
"없어! 전직 운동선수는 있지만, 축구는 아니야!"
분노한 회장님의 목소리가 번개처럼 갈라졌다.
“그거나 이거나, 마찬가지잖아. ”
"마찬가지긴 뭐가 마찬가지야?씨바,넌 중국 음식이랑 양식이랑 같아?어?"
"똑같이 먹는 거네, 뭐.”
못생 긴 아저 씨 의 빈 정 거 림 에 같 은 편 놈 들 이 키 득 거 리 며 웃 었 다 . 그 러 고 보 니 다 들 인상이 안 좋았댜 상가 상인 연합회라더니, 그 상가는 조폭이 운영해?뭐 저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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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들이 다 있지?열 받았다. 유기농 회원들도 열 받아서 회장님을 도와 무어라 소리를 쳤댜 나도 힘을 보태려고 앞으로 나서는데 우민재가 내 팔을 잡았다.왜?묻고 을려다
보니 녀석이 예전 재수 없던 우민재의 싸늘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내가원인이니 내가 나설게.”
그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흥분해서 싸우던 아저씨들 사이로 머리 하나가 더 큰 우민 재가 들어서자 아저씨둘이 바다처럼 갈라졌다. 상대편도 우민재의 덩치에 놀랐는지 웃던 얼굴을 지우고 경계의 눈빛을 던졌다. 회장님은 이 와중에도 민재를 보니 흐뭇한 지 팔을 두드려줬다.
"자네, 왔어?"
"회장님. ”
"응?"
”옆에서 들었는데저쪽 팀에 실업팀 선수가 두 명 있다고요?"
''맞아 씨바, 니들 그렇게 사는 거 아냐!"
회장님이 열 받아 다시 소리쳤고, 못생긴 아저씨도 이제 인상을 구겼다. "야, 넌 언제 봤다고 나한테 반말이야?"
“그저께 봤잖아,돌대가리야!"
"뭐?돌대가리?이게 확!...... 뭐, 뭐야?"
“그저께 봤잖아,돌대가리야!"
"뭐?돌대가리?이게 확!...... 뭐, 뭐야?"
손을 을리던 못생긴 아저씨가 앞으로 한발 나선 우민재를 보곤 바로 졸 아서 물러났 댜 그러나 이내 놀라서굳어야 했다 그만굳은 게 아니다 우리 모두굳었댜 우민재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을 대신해 사과드리겠습니다.”
사과?뭘?우리가 뭘 잘못했는데?다들 당황해서 아무 말 못 하는 사이 못생긴 아저 씨가 기막힌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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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제 대로 된 놈은 하나 있네. 알면 됐고. 그쪽 때문에 망친 시합은 어쩔 거야?" "계속해야죠. 어르신 말씀대로 멤버가 아닌 선수를 한 명만 데리고 온다는 건 누가
문서로 정한 룰도 아니고요. 실업 선수 두 명 계속 쓰세요.”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군. 그럼 시합에서 우리가이기면 주기로 한 200만 원도 제 대로 줘야 해. 알았어?"
돈이라니? 우리는 모두 회장님을 쳐다봤다. 회장님은 당황해서 손을 마구 흔들었 댜
“아니야,돈 주기로 한 적 없어. 돈 내기 같은 거 안 해. ”
"없긴 뭐가 없어?지는 쪽이 밥값 대기로 한 거 잊었어?돌대가리라더니 네 머리는
"없긴 뭐가 없어?지는 쪽이 밥값 대기로 한 거 잊었어?돌대가리라더니 네 머리는
돌 할아버지냐?"
회장님은 억울해 미 치려고 했다.
''씨바, 밥값 내는 건 그냥 웃으면서 한 소리지!그리고 무슨밥값이 200만 원이야!" “우리 팀이 월 먹건 무슨상관이야?"
''니들 미쳤어?인제 보니 사기꾼들 아니야!"
''니들 미쳤어?인제 보니 사기꾼들 아니야!"
화가 난 회장님이 너 죽고 나 살자며 덤벼들었다. 운동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될
뻔했다 그러나 아주 다행스럽게도 우민재가 간단히 양손으로 회장님과 못생긴 아저
씨를 제압했댜 사실 회장님이 멈춘 건 우민재의 말 때문이었다.
"예. 지면 드리죠.”
원 소리야?우린 모두 우민재를 경악의 눈으로 쳐다봤다.
" 야 , 주 긴 월 줘 ! 우 리 가 돈 을 왜 줘 !"
내가 열 받아 소리치니 우민재가 아저씨들 머리 위로 날 쳐다봤다.
”이기면 안 줘도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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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그렇지만......이 아니라!저 새끼들은 실업 선수까지 낀 사기꾼들인데 우리가 어떻게 이겨?우민재는 우리의 의문을 풀어주듯 못생긴 아저씨한테 제의했다.
“대신저희 쪽도실업선수두명쓰겠습니댜'’
I I... ... 뭐 ? "
못생긴 아저씨가 당황했댜 우린 그제야 우민재의 의도를 알았다.저러면 못생긴 아
못생긴 아저씨가 당황했댜 우린 그제야 우민재의 의도를 알았다.저러면 못생긴 아
저씨가 졸 아서 먼저 시합 취소하겠지.
"좋아 데려와 하나도 안 무서워.”
안 졸 았댜 젠장,역시 사기는 아무나 치는 게 아니야. 우민재, 이제 어떡할 거야? 우 리 팀원 모두가일제히 우민재만을 바라봤다.
"예, 그럼 지금 부르죠.”
뭐? 모두 어 리둥절한 눈으로 바뀌었다. 누굴 부른다고? 우민재가 정말로 휴대폰을 꺼내자 못생긴 아저씨가 태클을 걸었다.
"어느 축구팀 선수 누구인데?! 이름을 말해. 말하라고.”
"축구선수 아닙니다.”
II... ... 뭐?"
얼빠진 못생긴 아저씨를 두고 우민재가 휴대폰에 대고 입을 열었다.
"어제 같이 운동한 애들 깨워서 20분 안에 xx로 나와.”
이렇게 딱 한 문장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가 멍해 있는 우리를 둘러보 며 한마디 했댜
"시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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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반전의 사나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못생긴 아저씨로 부터 너도 실업팀 선수 아니냐는 삿대질까지 받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안타깝게 도 전반 종료 5분 전 퇴장당했댜
”에이 씨!"
탁! 난 땀을 닦은 수건을 쉬는 의자 위로 세게 던졌다. 젠장,저 새끼일부러 나한테 시비 걸었어. 내 화를 돋워서 퇴장시키려고 날 발로 차곤 멱살 잡히자 히죽거렸다. 실
업팀 선수라는데 저런 놈 데리고 있는 팀은 리그 꼴찌 하는 팀이 분명하다.
"와, 태클 장난 아니네요.저러다가 우리 회원둘 다치겠어요.”
지용이가 내게 물을 건네며 걱정했다. 나도 걱정됐다. 몇 분 안 남긴 했지만, 우리 회 원들은 벌써 지쳐 보였다. 실업팀이긴 해도 축구로 밥 먹고 사는 놈들이라 그런지 원숭 이 같은 발재간으로 아저씨들 사이를 휘젓고 다녔다. 우민재만 있었어도 저 새끼들 눌 러줄 수 있는데. 우민재는 원래 나와 교체해 뛰기로 했지만, 오기로 한 동생이 앞에서 길을 못 찾자 데리러 가느라 자리를 비웠다,
“그런데 민재 님이 데려오는 사람 진짜 축구선수 아니에요?"
축구는 무슨. 난 어 제 우민재 호텔에서 만났던 후배를 떠올렸다.
“아냐. 우민재가 했던 운동 후배라고 했어. 우민재는 축구 안 했으니까 축구는 아니 지.“
“그럼 무슨운동인데요?"
JI "
’'탁구라고 해도 실망 안 할 테니까저한테만 알려주세요.”
그게 나도 알려주고 싶지만......·
"진짜 탁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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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걸.”
“아닐걸이라니요?설마 사장 형도 몰라요?"
몰라 답이 순순히 나오질 않았다. 지용이의 표정이 기분 나빴다. 절친이라면서 그 것도 몰라?무시하는 얼굴이라 내가 아는 걸 답했다.
"배드민턴은 확실히 아냐.”
삐―전반전이 끝나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점수는 5대1. 그나마 내가 나중에 들어가 골도 넣고 수비도 해서 점수를 저 정도로 막은 거다• 그러나 암담했다. 우민재 가 무슨 운동을 했는지는 몰라도 실업 축구선수들보다 잘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일 단 저 둘을 막아야 하는데 전문적으로 몸싸움만 하는 운동을 한 것도 아닐 테고 말이 다저 사기꾼들을 상대하려면 웬만한 깡패를 데려와도 안될 텐데.
II......사장 형.” ”왜?"
지용이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 돌아봤다가 녀석의 시선이 운동장 끝으로 향한 걸 보고 고개를 돌렸다. 우민재가 후배 넷을 데리고 나타났다. 방금 말한 그 후배도 있었 댜 어제 그를 봤을 때 몸이 단단하다고 생각했던가?
이제 보니 그는 왜소했다. 우민재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장벽이었다. 키는 우민재가 제일 컸지만, 다른 후배들도 만만치 않은 키와 덩치였다. 한데 모으니 위압감이 확 느 껴질 정도로.
1.....민재 님 격투기 한 거 아니죠?"
5대5. 시합은 동점이 되었다. 그러나 가장 기뻐해야 할 유기농 회장님은 평소처럼 환호를 터트리지 않았다• 나도 그리 기쁨의 환성을 지르진 못했다. 물론 후반 들어 첫 골을 넣었을 땐 기뻐했으나 이후 점점 할 말을 잃었다. 우민재의 후배와 교체하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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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II
뭐
II
에 남은 회원들 몇 명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시합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지금 바로 눈앞에서 우민재의 후배 하나가 못생 긴 아저씨 팀원을 어깨로 치며 뛰어갔다. 솔직히 친 것도 아니다. 뛰어가는 길에 방해 물이 하나 있지만, 피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을 뿐. 그러나 부딪친 사람은 공중 3회전을 하며 나가떨어졌댜
"어이쿠!"
우리 팀 회원 한 명이 대신 몸을 움츠리며 안타까워했다. 축구공과 상관없이 한쪽에 서 벌어진 일을 심판은 보지 못했다. 그 사이 후배들의 호위를 받은 우민재가 또 한 골 을 넣었댜 골은 우민재밖에 넣지 않았다.
후배들은 공도 몇 번 굴리지 않고, 그저 우리 팀 선수가 공을 가지고 있으면 주변에 달라붙는 상대 팀 선수를 처리해 길을 터줄 뿐이다. 그런데 이게 묘했다. 분명히 반칙 은 상대가 먼저 했는데 나가떨어지는 것도 상대 팀 선수였다. 우민재가 평소 조기 축구 에서 보여줬던 돌부처 같은 플레이는 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대체....무슨운동을 한 거야?"
유기농 회장님이 물었다.저도 그게 막 궁금하던 참이에요. 솔직히 말하고 싶었으나 또친구에 대해쥐뿔도모르는둔한놈취급받고싶지않았다.
"배드민턴은아니에요.”
회장님은 대체 원 소리야,하는 얼굴로 쳐다봤으나 이내 운동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또 한 명이 우민재의 들부처 플레이에 나가떨어졌다.
’ 으 악 !'
상대 팀 선수의 비명이 들렸다. 나가떨어지는 선수들을 보며 실업팀 소속이라는 전 문 축구선수 둘은 이미 몸 사리기에 바빴다. 하긴, 축구가 밥줄인데 여기서 다치면 큰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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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과한 비명과 함께 우민재의 앞을 막던 이가 바닥을 굴렀다. 심판이 다가왔으나 딱히 우민재 패거리를 제재하지 못했다. 이들은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으니까. 그리고 우 민재에게 페널티킥을 주었다. 점수판 기록하는 담당이 미리 우리 팀의 숫자를 7로 바 꾸었댜 참으로 평화로운아침이었댜
시합후가진회식자리의분위기는무겁기그지없었다.우리의최대연적 FC김장 에 게 패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다음으로 어두운 수준이었다. 특히 회장님의 얼굴 은 참담했다.
"빌어먹을!"
광!
회장님이 분노를 내뱉으며 식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의 앞에 있던 커다란 백숙 그 릇 이 흔 들 렸 다 . 다 행 히 밥도 다 먹 고 후식 까 지 싹 비 운 후 라 식 탁 을 어 지 럽 힐 일 은 없었댜 또르르―심하게 흔들리던 종지 그릇이 회장님의 섬세한 손길에 바로 잡혔다. 그러나 회장님의 목소리는 여 전히 분노로 가득 찼다.
“그 망할 사기꾼 놈들. 민재 님과 친구분들 덕분에 이겼지만, 이건 절대 승리가 아니
ot."
모두가 동감했다. 우리가 이렇게 침울해있는 것도 그 점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긴 게 아니었다.사기꾼들을 우리 손으로 해치우지 못할 만큼 우리의 실력이 낮다는 뜻이 기도 했고. 한마디로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마지막 사기꾼 대장하곤 무슨 말을 한 거야?"
누군가 묻자 회장님이 물잔을 힘껏 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 새끼가 민재 님과 친구들을 보며 도리어 우리보고 사기꾼 집단이라고 그러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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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뭐? 이런 미친 새끼들! 당장 치러 갑시다! 누군가는 흥분해 외쳤다. 그러나 회장님 은 물을 한 컵 단숨에 들이켜고,고개를저었다.
“아냐. 그럴 필요 없어. 사기꾼들한테 열 받으면 다음 주에 같은 시간,같은 장소로 나오라고 했으니까. 다시 붙자고 말이야. 이번엔 민재 님과 친구분들 없이.”
아니, 그게 무슨....... 다들 경악했다. 물론 자존심이 상하는 승리이긴 했다. 그렇다고 굳이 이긴 경기를 뒤엎을 필요가 있나?그것도 우민재와 후배들 없이?
"회장님,너무 무리수 두신 거 아니에요?"
"홍, 무리수인지 아닌지는 그날 두고 보면 알겠지.”
회장님은 무슨음모라도 꾸미는 사람처럼 악당의 미소를 짓고는 우리를 돌아봤다.
"다들일어서. 지금부터 훈련 시작이야.” 아...•• 씨발,사기꾼 새끼들.
「이 더운 날 훈련한다고?」
휴대폰 너머 우민재가 어이없어했다. 나는 더 어이없었다. 그러나 회장님이 날 콕 찍어 지목했다 넌 무슨일이 있어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제일 실력 좋은 내가 무슨훈련?그러나 회장님은 단호했다.이 더운 날 제일 먼저 짜증 낼 놈이 나이니 이 기회에 성질 죽이는 훈련으로 받아들이라고.이런 씨!
“아무튼,그렇게 됐어. 그런데 너.”
「으?
o.」
예전에 대체 무슨 운동을 했어? 하려던 질문은 이건데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예전에 대체 무슨 운동을 했어? 하려던 질문은 이건데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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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재가 아무렇지 않게 ‘응?' 되묻는 목소리가 귀엽게 느껴져서다. 그걸 깨닫자 바로 닭살이 돋았다. 귀엽다니.저 덩치만 큰 우민재가 귀엽긴 뭐가......·
「C>?
단단히 미쳤구나.
「권희찬. 」
"네 후배들..... 밥은 잘 사줬어?"
「지금 먹고 있어.」
아, 그래서 '응?' 하는 귀여움으로 답했구나. 원가 더 귀여웠다. 난 이 기분을 가득 담
아 반응했다
''씨발, 나한테 처먹으면서 말하지 마.” 「U|안.」
바로 사과가 들렸다. 어? 아니, 사과할 일은 아닌데. 당황해선 해야 할 질문은 까먹 고 다른 걸 물었다.
"너, 너 지금부터 뭐 할 거야?"
「남은밥먹어야지.」
“아니, 그거 말고 그다음 말이야.”
「밥값계산.」
"야! 너 누구 놀리냐?"
「 근O . 」
그제야 목소리 안에 섞인 웃음기를 알아차렸다. 기가막혔다. 뭐 이딴 놈이 다 있어?
그제야 목소리 안에 섞인 웃음기를 알아차렸다. 기가막혔다. 뭐 이딴 놈이 다 있어?
?三. 」
내가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한 번 더 들렸다. 나는 한 가지는 인정해야 했다. 내가
내가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한 번 더 들렸다. 나는 한 가지는 인정해야 했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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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대폰을 떼서 노려보는데 옆을 지나가던 다른 유기농 회원분이 한마디 틱 던졌 댜
"누구랑 통화하는데 그렇게 실실 웃어?"
내가?깜짝 놀라 그제야 계속 웃던 입을 다물었다.
「변호사 만나고 1시까진 작업실로 가려고. 수정해서 다른 쪽에도 보내야 하니까.」
작업실이라면 시장 근처에 있는 빌딩?하던 일은 녀석이 계속 노트북을 붙둘고 써 내려가던 행운의 편지인 것 같았다.꽤 유명한 작가에게 거절당했다더니 계속 다른 이 에게도 보낼 생각인 것 같았댜 이미 몇 명에겐 계속 거절당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
고.
단지 반장 한 명을 위해서 이 정도로 애써야 하나 의문이 둘기도 하지만,말릴 수 없 었댜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 제 일처럼 하고 있고,난 반장에 대해선 반쯤 잊은 채 손 놓고 있으니까.뭔가 도와줄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알았어난 바로 집으로 가서 잘 거야. 내일 일 끝나고 잠깐 보든가.”
나는 일부러 정확한 약속을 하지 않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함부로 이상한 데 다니지 말고,가더라도 휴대폰 꼭 가지고 가. 알았냐?"
손바닥만 한 기기 너머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끊고 다시 웃는 날 발견
했댜 괜히 쑥스러워서 얼굴에 힘을 팍 주고 돌아섰댜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나처럼 전화하려고 나온 이를 발견했다.굳은 표정으로 통화하는 지용이였다. 남의 통 화를 엿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그의 한마디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l l... ... 너 지 금 협 박 하 는 거 야 ? "
협 박? 지용이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변호사,내 변호사가 너랑 만날 필요 없다고 했어. 할 말 있으면 변호사한테 해. ...... 누가,누가 너 무섭대?알았어.그럼 6시까지 xx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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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전화를 끊은 지용이는 휴대폰을 손에 든 채 바닥만 내려다봤다.
"너 어디 가?"
내 질문에 그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냥 이따가...... 어디 좀. ”
"누구 만나는데?"
“사장 형은 몰라도 돼 요.”
"알았어.“
말하고 돌아섰는데 녀석이 날 불렀다. 왜? 돌아보니 그가 고민하듯 머뭇거리다가 이내고개를저었다.
“아무것도아니에요.”
"알았어.“
다시 같은 답을 했지만, 뒤에 덧붙였다.
’'혼자 가기 심심하면 같이 가줄게.”
그러나 훈련이 끝날 때까지 지용이는 아무 런 부탁도 하지 않았다.
1시까지라곤 했지만, 혹시 늦을지도 모르니 넉넉하게 1시 30분쯤 우민재의 작업실 초인종을 눌렀댜 문이 열리고 우민재가 나타났다. 무표정하던 얼굴이 날 보곤 씨익 미 소 지었다 두근 작게 가슴이 뛰었다 아직 심장이 두근거릴 수 있다는 게 놀랍고 기분 좋았댜 난 일부러 미간에 힘을 주고 안으로 들어갔댜
"집에 자러 간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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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얼굴을 보고 싶었댜 아침에 축구하면서 질리도록 본 얼굴인 데또보고싶었다.
"여기가 가게하고 가까우니까 좀 더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나 좀 자자.”
난 퉁명스레 말하고 안으로 들어가 바로 소파에 누웠다. 정말로 졸리긴 했다.저녁 에 일하려면 조금이라도 자야 했고, 오전에 예상에 없던 빡센 훈련까지 받은 덕분에 눕 자마자 피곤이 몰려왔다. 바로 눈을 감았는데 우민재가 담요를 덮어주는 게 느껴졌다.
“나 5시 30분에 깨워줘!'
"5시 30분?"
일은 7시까지 가면 되는데 왜 그 시간이냐, 묻는 느낌이라 설명했다.
"6시에 갈 데가 있어.”
난 한쪽 눈만 뜨며 내려다보는 녀석에게 강조했다.
"꼭 깨워.”
가끔 알람이 울리기 1분, 혹은 2, 3분 전에 먼저 캘 때가 있다. 그러면 억울함에 눈 물이 찔끔 나온다. 1분 더 잘 수 있는데. 이번에도 휴대폰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을 번쩍 떴댜 그러나 억울하지는 않았댜 우민재의 나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
I I... ... 조 건 은 메 일 로 드 린 게 전 부 입 니 다 . 그 이 외 엔 어 떤 식 으 로 하 셔 도 상 관 없 습 니 E卜.“
사무적인 음성이었다. 고개를 들고 보니 우민재가노트북 앞에 앉아 누군가와 통화 하고 있었다 네, 네만 몇 번 하곤 곧 전화를 끊었댜 그리고 휴대폰을 가만히 내려다봤 다 무 표정하지만, 내 눈엔 평소와 다른 미세한 변화가 보였댜
"무슨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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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눈을 돌렸다• 역시 놀란 눈이네. 왜 그래?다시 물으니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 댜
"내가처음 제의했던 웹툰 작가 말이야. ”
"응거절했다는 사람?"
"방금 그 사람이었어. 하겠대.”
진짜? 잘됐네 난 축하해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우민재는 기뻐하는 얼굴 이 아니었다
"좋은 거 아냐? 네가 처음부터 원하던 사람이잖아.”
"좋아. ”
딱 이 한마디뿐이었다. 그런데 왜 반응은...... 난 되물으려다가 멈췄다. 우민재는 다 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무표정한 얼굴 아래에 진짜 녀석이 보였다. 신기하게도 저게
저 녀석이 기뻐하는 모습이란 게 느껴졌다. 기뻐서 믿기지 않는 듯이.
“전혀 기대 안 하고 있었어. 칼 같은 사람이라고 들었거든 한번 거절하면 끝이라
고.“
”이번엔 무 딘 칼이었나 보지.”
녀석이 그제야 날 을려다보며 씩 웃었다.
"네 덕분이다"
" 뭐 가? 난 아 무 것 도 안 했 어 . 난 그 사 람 이 누 구 인 지 도 몰 라 . ” "네가 행운을 줬잖아.”
그게 무슨말도 안 되는......·
“전에 네가 약속 없이 찾아왔을 때 말이야,그때도 운이 좋았었지. 이번에도 네가 갑
“전에 네가 약속 없이 찾아왔을 때 말이야,그때도 운이 좋았었지. 이번에도 네가 갑
자기 나타나니까어김없이 좋은일이 생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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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에 또 약속 없이 올 테니까,로또 사서 당첨금 나눠줘.”
농담을 던졌지만,웃을 순 없었다. 나는 우민재의 이 말이 그리 기분 좋지 않았다. 전 에 내가 행운이란 얘길 들었을 땐 신기한 우연이라며 재미있어했지만,지금은 전혀 아 니다 내가 있을 땐 행운이 따른다 해도, 약속을 취소했을 땐 사고가 난다는 건....... 이 우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단지 아무 연관 없는 우연이어야 했다. 만약 나 때문에 벌어지는일이라면?내부 깊
숙한 곳에서 섬뜩한 생각이 하나 튀어나왔다. 입으로꺼낼 수도 없는 소름 끼치는 생각 에 턱 에 힘 을 줬 다 아 니 다 이 건 전 부 우 연 이 댜 내 가 우 민 재 에 게 행 운과 불 운을 동 시 에 준다니. 있어선 안 되는일이다.
"당첨금 다 줄게. 나한텐 네가 로또야. ”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난 절대로 돈 안 빌려줘.”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지인과의 돈거래는 절대로 안 된다. 단호하게 말하자, 우민재가 어 깨를 으쓱했다.
"캐피탈 이자로 줄게.”
......솔깃했댜 그러나 이내 정신 차리고 단호히 말했다.
" 난 돈 도 안 빌 려 줄 거 고 , 행 운도 안 줄 거 야 . 내 가 로 또 란 생 각 은 하 지 마 . ”
“나한테 행운주는 게 싫어?"
싫긴. 불운도 주는 것 같아 그러지. 그러나 입 밖에 내면 사실이될까 봐꺼내지 못했 댜
''씨바,너한테 몸까지 주는데 월 더 바라?"
핀잔을 주고 시계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수다 떠는 사이 시간은 벌써 5시 30분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늦었네.
"무슨 약속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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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아냐. 문지용 스토킹하러 가는 거지.”
나중에 설명할게. 말하고 돌아서는데 우민재가 서랍에서 봉투 여러 장을꺼내 내게 주었댜
"호텔식사권이 생겼는데 난 쓸 일이 없어서 유기농 회원들 드리고 싶어.”
호텔식사권?대체 이 많은 게 어디서 생겼는데?그리고 왜 쓸일이 없어?질문은 많았지만, 우민재가 덧붙이는 말에 바로 집어넣었다.
“아니면 버릴 거야.”
"잘 쓰마"
''권희찬.”
"응?"
"내가 사고 난 건 신경 쓰지 먀 너랑 상관없어.”
""
“그건 그냥 우연이야.”
I I... ... 갈 게 . 소 파 잘 썼 다 . ”
지용이가 약속한 장소엔 다행히 아직 아무도 없었다. 난 일단 주스를 한 잔 주문하 고 조언을 구할 겸 이지홍한테 전화를 걸었다.
「......왜?」
이 녀석은 왜 이리 목소리가 다 죽어가? "너지금일어났냐?"
이 녀석은 왜 이리 목소리가 다 죽어가? "너지금일어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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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지금일어나면 그게 사람이야?」 “나 좀 전에 일어났다.” 「......사람이군.」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또 차였냐?" 「권희찬, 이 사람도 아닌 새끼.」 차였네.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또 차였냐?" 「권희찬, 이 사람도 아닌 새끼.」 차였네.
「그거 확인하려고 전화했냐?어?네 말대로 문자로 다 설명했더니 찌질하다는 소리 들었댜 이제 됐냐?어?」
’'딴 거 물어보려고 전화했는데, 네 근황 들으니 좋네.”
「이 씨, 물어볼 게 뭔데?」
"너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돈 뜯기는 애들 많이 도와줬었지?개들 네가 도와줘서 돈 안 뜯겨도 여전히 돈 뺏고 때린 애들 무서워했냐?"
「당연하지. 오히려 또 돈 뺏기고 나한테 말하지 말라고 더 맞은 애도 있다. 근데 왜?」 난 지용이 일을 대충 설명했다. 졸 업 후인데도 여전히 무서워하는 것 같다. 극복을
못 한 것 같다.
「쉽게 잊진 못하겠지. 자존심이 다치면 상처가 크게 남아• 나도 이번에...... 크혹.......」
“그래서 극복할 방법이 없다고?"
「완전히는 못 하지.나 고등학생 때 도와준 애 중에 하나를 작년엔가 우연히 봐서 술 한잔했는데 그런 얘기 하더라.자긴 아직도 돈 뺏은 그 자식둘이 꿈에 나타나 괴롭힌다 고 . 다 시 만 났 을 때 또 쭈 구 리 될 까 무 섭 다 고 . 그 런 데 그 자식 , 되 게 잘 풀 렸 거 든 . 대 학 갔는데 거기서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원 가고,대기업에 취업도 했더라고. 분명히 때린 놈들보다 성공했을 텐데도 여 전히 무섭다는 게 처음엔 이해가 안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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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해가안 갔다. 현재 더 잘 살면 다괜찮은 거 아니었어?
「생각해보니까 나도 극복 못 할 무서운 게 있어서 뭐라 말은 못 하겠더라고. 너도 그 런 과거가있을 거 아냐?원래 상처받은 쪽은 더 못 잊잖아.」
상처라 난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극복했다고 여겨도 한 번씩 생각나고,완 전히 무시하고싶어도평생내주변을 맴돌면서한번씩 떠올라상처를줄 것같은사 람 정작 아버지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텐데 말이댜
「그런데 이 자식이 내가 봐도 좀 심하게 당하긴 했거든. 그것 때문에 때린 놈들뿐만 이 아니라 졸 업하고 몇 년은 고등학교 동창을 아무도 안 봤었대. 그래도 지금 잘됐으니 된 거 아니냐고 하니까 그냥 웃더라.」
“그럼 결국 극복 못 한다고?다른 사람 때리고 돈 뺏는 놈들은 알고 보면 다 좇밥인 데.”
좇밥이지. 지홍이가 동의했다.
「특히 고등학생 때 찌질하게 천 원,이천 원 뺏어서 빵 사 먹고 담배 피우는 놈들은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너 그거 아냐? 진짜 부자는 돈 자랑 안 해• 힘 있는 사람이 힘자 랑 안 하듯이.」
"너도 돈 자랑 한 번도 안 한 거 보면 진짜 부자인가보네?"
「얘기가 그렇게 되나?하하―사실 내가 돈이 좀 많...... 으홈흠. 나 개털이다. 권희 찬, 나한테 혹시라도 돈 빌릴 생각 절대로하지 마.」
그래,이래야 내 친구지. 나도 누누이 말하지만,지인끼리 돈거래 하는 거 아니다.
「아,맞다 극복한 애 봤댜 4년 전쯤 봤던 친구라 잊고 있었는데 얘도 돈 뺏기던 녀 석0|었어.」
"어떻게 극복했는데?엄청나게 성공했냐?"
「아니. 그냥 공장에서일해. 돈을 그렇게 잘 버는 것 같지는 않은데 생활은 나아졌더 라고 집안이 되게 어려웠었나 봐. 그래서 애 가 여유도 생기고,하는 일도 만족하고.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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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 프라모델 만드는 건데 돈 들어서 못 했던 걸 이젠 할 수 있다고 좋아하더라• 그 녀 석 말로는 살맛이 난대. 덕분에 난 알지도 못하는 피규어 얘기 하는데 지루해 죽는 줄
알았댜 」
감이 안 잡혔다. 그럼 대체 어떻게 극복했다는 소리야? 프라모델 만들며 도를 터득 했나?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난 애가 돈도 더 잘 벌고 회사도 좋은데 말이야. 지금 환경이 극복할 이유의 전부는 아닌가 봐.」
“그럼뭔데?"
「음,두 번째 녀석은 진짜 행복해 보였어. 현실에 만족하니 힘든 일은 생각할 틈이 없는 거 아닐까?그럼 자연히 잊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극복은 못 해도 가볍게 무시할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지. 」
원가 어렴풋이 이해될 것도 같았다. 우민재와 있으면 너무 즐거워서,아니 녀석이
없는 시간이라도 기분이 좋아서 만약 아버지가 눈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
게 인사할 것 같으니까 말이다. 한편으론 어려운 답이었다. 결국 행복해야 한다는 거잖 。卜.
가게 안으로 지용이가들어왔다. 약속한 사람은 미리 와있었는지,지용이는 또래의 젊은 남자 맞은편에 앉았다. 저 새끼가 지용이 때린 개놈인가?잠시 얼굴을 감상하며 몸을 숨기고 주스를 빨았다.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두 사람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걱정하던 것처럼 지용이가일방적으로 당하는 듯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얼굴은 벌갛고,긴장한 건지 침을 계속 삼키고,표정은 굳었다. 내가음료수 를 다 마실 동안 큰 소리가 몇 번 오가더니 상대방이 화난 듯 먼저 일어섰다. 그리고 위 협하듯 팔을 들어 올렸지만,지용이는 용케 움찔하지 않고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그게 상대를 더 열 받게 했나 보다.
''씨발! "
그는 나한테까지 둘리도록 욕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지용이는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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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O�?]
클럽 앞 답을 찍고 흥분으로 반쯤 미 친 망나니 둘을 끌고 클럽에 들어갔다. 입구의
직원에게 예약 얘기를꺼내자 이름을 물었다. 옆에서 둘의 반짝이는 시선을 받으며 당 당히 말했다
''권희찬0|요.”
“그런 예약 없습니다"
뭐?난 당황해서 다시 이름을 말했다.
''권희선 말고 권희찬이요.”
"없습니다.”
아닌데?우민재가 예약했다고 했는데?
II......사장 형.”
기운 없는 목소리가 날 불렀다. 난 축 늘어진 지용이와 친구를 보며 애써 웃었다.
아닌데?우민재가 예약했다고 했는데?
II......사장 형.”
기운 없는 목소리가 날 불렀다. 난 축 늘어진 지용이와 친구를 보며 애써 웃었다.
"야, 아냐. 들어갈 수 있어. 우민재가분명히 예약...... 아, 혹시 우민재란 이름으로 예 약됐나요?"
“아닙니다.”
JJ O 미 ¢ ?" 기- L T ·
I I... ...아 닙 니 다 . ”
나는 할 수 없이 휴대폰으로 우민재에 전화를 걸려다가 혹시나 하고 물었다. "문지용은요?"
나는 할 수 없이 휴대폰으로 우민재에 전화를 걸려다가 혹시나 하고 물었다. "문지용은요?"
멈칫 직원이 원가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댜
"예, 문지용 손님 안내해드리겠습니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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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문지용이 앞장서서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녀석은 두 근거리고 긴장한 얼 굴로 직원이 안내하는 2층까지 올라가선 룸 입구에서 멈췄다. 열린 문 안엔 테이블 가 득 술과 안주로 가득 차있었다. 즐겁게 보내란 직원의 말을 뒤로하고 안으로 들어서는 데 둘은 둘어오지 않았다. 왜 그래?돌아보는 순간 지용이의 감탄이 들렸다.
“우, 우, 우와!!!!"
난 피식 웃으며 테이블의 진수성찬을 사진으로 찍어 우민재에게 보냈다.
[먹고 배 터져 죽으라는 거냐?]
클럽에서 혼자 일찍 빠져나와 집으로 갔다. 하루에 한 번 들르긴 하지만, 일주일 내 내 우민재와 붙어 지내다 보니 오랜만에 오는 것 같았다.불을 환하게 켜고, 미뤄뒀던 집 청소를 하고, 빨랫감도 내놓고 하다 보니 자정이 됐다.
할 일이 없어지자 자연스레 한 가지만 떠올랐다. 우민재한테 갈까? 하지만 녀석도 오늘은 술 약속이 있다고 했었다. 한국에서 같이 운동했던 대학 동창들을 만난다고. 오 랜만에 마시는 술이니 방해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에 겨우 휴대폰을 내려놨다. 그리고 멍하니 거실에 앉아 생각했다.
혼자가 어색했다. 전엔 무조건 혼자였는데 이젠 혼자 어쩔 줄 모르다니. 더구나 내 집인데 말이다 내일 축구 시합에 나가려면 지금 자야 하는데 이상하게 잠도 안 왔다. 억지로 자보려고 그대로 거실에 벌러덩 누웠으나 8월에도 이어지는 늦더위에 정신만 또렷해졌댜 우민재의 시원한 숙소에 너무 적응됐던가보다.
”에이 씨, 더워.”
난 할 수 없이 도로일어나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그러면 피곤해서 잠이 오지 않을 까 싶었다 그래서 난 오랫동안 미 뤄 온 일을 하기로 했다. 엄마의 남은 짐 정리하기. 내 가지금옷방으로쓰는곳은원래엄마가쓰던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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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하면서 엄마의 물건은 대부분 뺐지만,아직 남은 것도 있었다. 엄마 말로는 언젠간 쓴다는데 내가 보기엔 다 필요 없어 보였다. 왜냐면 손잡이 깨진 드라이어나 한 쪽이 찌그러진 보석함 같은 잡동사니가 전부니까.
나중에 고쳐서 다 쓸 거라는데 대체 나중에 언제? 100살 기념 수리 대방출이라도 하려고?그래,정리하자.왜냐면이런게 몇상자나있어서다.나는방으로들어가엄 마의 상자를꺼냈다. 그리고 엄마한테 보낼 건 고르고 나머지는 모두 쓰레기봉투에 담 았댜
하다 보니 열이 나서 선풍기까지 틀어가며 세 번째 상자를 열었다. 안에 든 것은 대 부분 헌 옷이나 천 종류였다. 나는 구멍 난 빨간 내복을꺼내며 인상을 썼다. 이딴 걸 왜 안 버리고 놔뒀냐고, 대체. 투덜거리다가 오래된 쿠션 커버를 들고 손을 멈췄다.
어?이건 엄마가 만든 거 아닌가?아니나 다를까. 펼쳐보니 십자수로 만든 쿠션 커 버였다 어릴 때 이걸 본 적이 있다 엄 마가 아버지와 연애하던 시절 생일 선물로 만들 어줬다고. 그 증거로 커버 앞면엔 아버지의 이니셜이 대문자로 크게 수놓아져 있었다. 당시 엄마가 말했다.
'나는 이거 만드느라 한 달 넘게 걸리고 손가락도 물집 생겼거든. 그런데 너희 아빠 는 이거 받고 좋아하지도 않더라.'
당연하다 세상에 어 느 남자가 생일 선물로 쿠션 커버를 받고 좋아하겠나? ......남수 는 좋아할지도. 아무튼 이건 엄마가 아버지를 사랑했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왜 안 버리 고 가지고 있었지?버리는 걸 잊었나, 생각하기엔 일부러 부직포로 된 주머니에 넣어
보관하진 않았을 것 같다.
싫을 텐데. 아버지 이니셜까지 크게 박혀 보기 괴로울 텐데. 난 의아해하며 주머니 에 넣다가 다시꺼내서 펼쳤다. 이걸 만들려고 대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상상이 안 된댜 그러나 한 달 넘게 걸린 것치곤 모양도 삐뚤고 색도 너무 화려해서 솔직히 예 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엄마한테는 힘들면서도 좋은 기억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니 이걸 버리지 않 은 이유가 어쩌면 오로지 자신만의 기억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누군가를 위해 이 정도 로 노력한 그때의 자신은 대견하고 흐뭇한, 좋은 기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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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난 엄마의 이 바느질이 이해가 됐다. 나도 무언가 우민재에게 해주고 싶어졌 댜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넘치고 넘쳐서 이런 바느질이라도 해서 주고 싶었다. 그냥, 다 주고 싶었댜 결론은 또 우민재.
그를 잊으려고 짐을 정리한 건데 내 머리는 온통 그 녀석뿐인가 보다. 고작 하룻밤 떨어져 있는 건데도 보고 싶으니 말이다. 정말로 보고 싶었다. 나는 내가 시작한 사랑
이 예상에서 이미 크게 벗어났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건 내가 우민재에게 불운과 행운을 동시에 주는 것 아닌가 의심을 하며 깨달았다.
그때 소름 끼치는 생각이 들었었다. 만약 진짜라면 우민재는 내 옆에 평생 붙어있지 않 을까?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내 반쪽을 봤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무서웠다. 그래 서일까, 지홍이의 말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네가 너무 조심하다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손을 그대로 놔버릴까 봐 그런다. ’
악마 같은 내 반쪽의 나머지는 천사가 아니라 겁쟁이였다.
지이잉―짧은 진동이 울렸다. 휴대폰의 문자를 확인했다.
[내일 시합 잘해• 전반 끝날 때쯤 전화할게.]
문자를 반복해서 계속 읽었다. 휴대폰을 들고 바닥에 누웠다. 녀석에게 마냥 욕심을 내지도 못하는 겁쟁이 주제에 그가 던지는 관심은 또 그렇게 달콤했다. 손끝이 어는 추 운 겨울날 뜨거운 국물로 속을 데워주듯 저 문자가 가슴 안쪽을 녹였다. 어쩐지 이제는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전 7시.
저번 주 모였던 운동장서 맞이한 건 처음 보는 팀이었다. 어?저번 주 봤던 사기꾼들 이 아니잖아?이상하다 싶어 회장님한테 갔다.
“오늘 저 번 주 사기꾼들하고 시합하는 거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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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o�."
“그럼 저 팀은 누구예요?"
“그럼 저 팀은 누구예요?"
"시하하 El ,,
모 르 C]·
무슨 소리야? 날 비롯한 다른 회원들도 어이없어했다. 그럼 아침부터 두 탕을 뛰겠 다고?
"저 팀이 사기꾼들하고 시합할 거야. 우린 팀원이 다쳐서 인원이 모자라 못 한다고 말해뒀어”
대체 다친 팀원이 누군데? 더 이해가 안 갔다.굳이 거짓말까지 하면서저 사람들을 사기꾼들과 시합하게 하려는 이유가 원데?
“사기꾼들과의 시합은 5분이면 끝날 테니 그다음 우리랑 미니 축구라도 하면 되겠 지.”
이제 우리는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그냥 문제가생기면 우린 'FC 농약'이라며 회장 님과 다른 편인 척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오늘 시합할 팀이 인사 왔어도 다들 친 근하게 나서지 못했다.새로운 팀은 다들 인상이 좋았다.
나이 대는 30―50대로 다양했지만, 우리처럼 상인 연합은 아닌 것 같았다. 서로 대화하는데 은근히 상하 관계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직장인들인가? 그때, 운동장 끝 에서 사기꾼 무리가 우르르 몰려왔다.
회장님은 직장인 팀의 주장과 무언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기꾼 무리를 가리켰댜 직장인 팀의 주장은 자신들이 상대할 팀이 저들이라는 걸 대충 들었는지 고 개를 끄덕였다 시합이 깨지는 게 미안해 급하게 다른 팀을 섭외했다. 회장님의 설명에 우리는 모두 뒤로 한 발 물러섰다.
직장인 팀 주장의 해맑은 얼굴로 봐선 사기꾼이 사기꾼인 걸 모르고 시합하는 것 같 아서 말이다• 직장인 팀이 사기꾼도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실력이 월등히 뛰어난 걸 까?그렇지 않다면저 팀도 분명히 열 받을 텐데?아니나 다를까, 회장님이 사기꾼들 에게 하는 말을 듣고 직장인 팀 모두가 놀란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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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실업팀 선수를 또 두 명이나 데리고 오면 어떡합니까?순수한 아마추어 시합 에서 왜 자꾸 실업팀 선수를 포함시키냐고요?"
사기꾼 대장인 못생긴 아저씨가 코웃음을 쳤다.
''말했지?그럼 너희도 실업 선수 데려오라고. 왜?오늘은 데려올 사람이 없어?" ”이봐요. 난 다시 좋게 시합해보려고 했는데 자꾸 이런식으로 나오면.......”
“그러니까 너도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씨바,이게 무슨 K리그야?선수 제약이 있 게?꼴랑 동네 축구 주제에 따지긴 월 그렇게 따져?"
못생긴 아저씨가 팍씨,하며 손까지 들려고 했다. 회장님의 표정은 굳어졌고,그 뒤 에 있던 직장인 팀 주장이 앞으로 나섰다.
"실업팀 선수가 끼는 건 누가 봐도 아니죠.”
"누가?아닌 사람 누군데?"
"당신 말을 그런식으로 하면......”
직장인 팀 주장이 욱해서 한 발 내딛자 회장님이 급하게 그를 말렸다.
I'참으세요!여기서 싸우시면 안 됩니다! "
그저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을 뿐 싸우는 건 절대로아니었다. 무슨오버야?회장님 이 원래 좀 과장이 심한 사람이긴 해도 오늘은 더 심한 느낌이었다. 원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 그가 못생긴 아저씨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득했다.
”이봐, 당신들도 오늘은 좋게 시합하려고 왔을 테니까 그냥 시합만 하자고. 응?"
"뭐, 우리도 선수 가지고 태클만 안 걸면 상관없어. 다만, 밥값은 꼭 받아야겠어.”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모두 보았다. 회장님의 얼굴에 나타났다 사라진 찰나와 같은 미소를. 그때 직장인 팀 주장이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밥값01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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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은 뒤로 한 발 빠졌다. 못생긴 아저씨는 자연스레 상대 팀 주장과 마주했다.
''밥값 몰라요?식대 말이에요. 진 팀이 이긴 팀식대 정도는 쏘기로하는 거 어때
요?”
“그건 안 됩니댜"
“그럼 우리도 못 해. 실업팀 선수까지 있는 우리처럼 잘하는 팀이 아무런 대가도 없
이 뛰는 건 말도 안 되는일이지. 이게 무슨 자원봉사도 아니고 말이야.”
”
"왜 말이 없어?싫어?싫어도 할 수 없어. 우리가 힘들게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잖아?"
회장님이 시합은 5분이면 끝난다고 했던가? 그러나 현실은 시작도 전에 바로 승패 가갈렸다.직장인팀 주장아저씨가뒤의한사람을불렀다.
”이 경사.” 원사?
”이 사람들 신분증 받아서 신원 조회해. 전과 드러나면 전부 다 처넣어버려.” 이 자리엔 경찰이 12명 있었다.
우리팀에서뛸 수있는사람이8명밖에 없어서이대로시합을진행했다.나는처음 으로 전반전을 반칙 하나 없이 무사히 마쳤다. 그럴 수밖에. 내가 몸을 사렸으니까. 상 대 팀이 공을 가지고 있으면 다가갈 수 없었다. 오히려 그가 우리 골대로 골을 몰고 가 면 옆에서 비호해줘야 할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런 팀원도 있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우 린 회장님을 가운데 두고 모여 낮은 성토를 시작했다.
“대체 경찰하고시합을 잡으시면 어떡합니까?"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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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하나가 강력히, 그러나 절대 저 멀리 있는 상대는 듣지 못하도록 속삭이며 물 었다
"뭐 어때?저 팀 되게 잘한다고 소문났어.”
당연히 잘하겠지!저 팀을 이길 수 있는 팀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 테니까!
“그렇다고 저희한테 말도 없이 이러시면 안 되죠 시합하는 내내 얼마나 마음 졸 인 줄 아세요?"
''죄지었어?왜졸여?"
사람이 꼭 죄를 지었다고 쭈구리가 되는 건 아니다. 나는 답답해서 한마디 보랬다.
"회장님,공권력에는 대항하는 게 아니에요.”
회원들 모두 동감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만 빼고.
“그런 새가슴으로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나가려고 그래? 경찰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이웃이야.”
얼마나 이웃처럼 친근한지 사기꾼 팀은 무릎을 꿇고 울면서 빌고 갔다.
“아무튼 이번 시합만 제 대로 잘하면 내 동생이 앞으로 계속 시합 추진한다고 했으 니까 그리들 알아.”
난 잠시 흔들렸다. FC 김장으로 이적할까?그러나 고개를 돌렸을 때 보이는 사람이 있었댜 전반전 끝날 때쯤 도착한 택인이가 저 번보다 더 많은 빵을 들고 와선 경찰 팀 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또 빵 만드느라 밤을 새웠는지 얼굴은 푸석했지만, 표정은 밝았 다.사람들이 빵을 받고 좋아하니 정말로 기쁜 듯이.
“아이고,저 녀석저번 주부터 빵값을 줬더니 배로 만들어 가지고 왔네.”
''빵값0|요?"
내가 묻자 회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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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했나?정기 후원처 생겼어. 그 돈으로 택인이 빵값 주기로 했지.”
“우리를 후원하는 정신 나간 사람이 대체 누군데요?"
"하긴 나도 처음엔 정신 나갔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냥 회사야. 사회사업의 하나 로 동네 체육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우리 팀을 후원하겠대.”
"뭐 하는 회사인데요?"
"빌딩 관리하는 회사던데?시장 근처 빌딩을 사들이려고 준비 중이라고 하더라. 참, 바로 앞에 20층짜리 건물 있지?거기 사려나 봐. ”
거기라면 우민재 작업실이 있는 빌딩?묘한 우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 사게 되면 우리한테 조기 축구회 사무실로 쓰라고 한 칸 내주겠대. 짱이지?
어?"
나이 많은 아저씨가 짱 단어 쓰는 걸 보며 깨달았다.사람은 이래서 철이 들어야 한 댜 대체 언제 적 유행어를 쓰는 거야. 그리고 그 회사는 왜 우리 팀 을 그렇게 후원하지 못해 안달인데?
''참, 희찬이 너 후반엔 꼭 열심히 해서 한 골은 넣어야 한다"
I I... ... 싫 은 데 요 . ”
"안 그러면 너 토시 벗겨서 문신 다 드러낼 거야. 어디 한번 진짜로 주목받아보고 싶
"안 그러면 너 토시 벗겨서 문신 다 드러낼 거야. 어디 한번 진짜로 주목받아보고 싶
으면 또 설렁설렁 뛰든가.”
젠장. 난 팔에 낀 토시가 혹시라도 흘러내릴까 봐 쭉 잡아 올리곤 빵을 집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피자빵이었다. 한 입 베어 물며 생각했다. 김택인은 앞으로 대성할 게 분명하댜 그렇게 열심히 빵을 먹느라 가방 속에서 울리는 휴대폰을 완전히 잊고 있었 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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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 전화 4통. 휴대폰에 찍힌 문구를 보자마자 심장이 내려앉았다• 맞다,우민재 가 전 화 하 기 로 했 었 지 . 난 바 로 전 화 를 걸 려 했 으 나 시 합 후 열 린 회식 자 리 에 서 쉽 게 밖으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대신 문자를 넣었다.
[시합 지금 끝났어. 회식 후에 전화할게.]
회식 중에 틈틈이 휴대폰을꺼내 확인했지만,자리에서 일어설 때까지 아무런 연락 이 없었댜 당연히 그럴 수 있댜 우민재는 지금 바빠서,혹은 자느라 문자를 못 보낼 수 도 있으니까. 그런데 연락이 닿지 않으면 터졌던 사건 두 개 때문에 난 조급증 걸린 사 람처럼 휴대폰만 1분 간격으로꺼내 봤다. 설마 무슨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너 연애하냐?왜 그렇게 휴대폰만 쳐다봐?"
회원 하나가 놀리듯 묻자,다들 한목소리로 날 놀리는 데 동참했다. 빨리 나가야 하 는데 덕분에 더 붙잡혀서 오전부터 맥주도 한잔해야 했다. 아저씨들한테서 겨우 빠져 나와 드디어 통화버튼을 눌렀지만,신호만 갈 뿐 우민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몇 번 더 시도하고 몸을 틀었다.저번처럼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었다. 우민재 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내 발로 움직여 서 찾는 게 덜 답답할 것 같았다. 그렇게 씻 지도 못해 땀내 나는 몸으로 우민재의 작업실과 숙소에 갔지만, 비어있었다.
주인도 없는 숙소에 멍하니 앉아있으니 답답했다. 씨발, 대체 왜 전화를 안 받는데?
오늘은 내가 만날 약속을 깬 게 아니니괜찮을 거라고 안심했는데 왜 불안하지?오늘 은 정말로 약속을......·
그러다가 어젯밤 전화를 받겠다는 약속을 한 게 떠올랐다. 설마 이것도 우민재를 불 운으로 몰고 가는 건 아니겠지? 나는 초조해져서 다시 일어났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얘기였댜 내가 약속을 깨서 우민재와 만나지 못하거나 연락이 닿지 못하면 그에게 안 좋은일이 생긴다니.
띠리리-'
전화벨이 울렸고 난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받았다.
"야, 우민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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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 전화 4통. 휴대폰에 찍힌 문구를 보자마자 심장이 내려앉았다. 맞다,우민재 가 전 화 하 기 로 했 었 지 . 난 바 로 전 화 를 걸 려 했 으 나 시 합 후 열 린 회식 자 리 에 서 쉽 게 밖으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대신 문자를 넣었다.
[시합 지금 끝났어. 회식 후에 전화할게.]
회식 중에 틈틈이 휴대폰을꺼내 확인했지만,자리에서 일어설 때까지 아무런 연락 이 없었댜 당연히 그럴 수 있댜 우민재는 지금 바빠서,혹은 자느라 문자를 못 보낼 수 도 있으니까. 그런데 연락이 닿지 않으면 터졌던 사건 두 개 때문에 난 조급증 걸린 사 람처럼 휴대폰만 1분 간격으로꺼내 봤다. 설마 무슨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너 연애하냐?왜 그렇게 휴대폰만 쳐다봐?"
회원 하나가 놀리듯 묻자,다들 한목소리로 날 놀리는 데 동참했다. 빨리 나가야 하 는데 덕분에 더 붙잡혀서 오전부터 맥주도 한잔해야 했다. 아저씨들한테서 겨우 빠져 나와 드디어 통화버튼을 눌렀지만,신호만 갈 뿐 우민재의 목소리는 둘리지 않았다.
나는 몇 번 더 시도하고 몸을 틀었다.저번처럼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었다. 우민재 가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내 발로 움직여서 찾는 게 덜 답답할 것 같았다. 그렇게 씻 지도 못해 땀내 나는 몸으로 우민재의 작업실과 숙소에 갔지만, 비어있었다.
주인도 없는 숙소에 멍하니 앉아있으니 답답했다. 씨발, 대체 왜 전화를 안 받는데?
오늘은 내가 만날 약속을 깬 게 아니니괜찮을 거라고 안심했는데 왜 불안하지?오늘 은 정말로 약속을......·
그러다가 어젯밤 전화를 받겠다는 약속을 한 게 떠올랐다. 설마 이것도 우민재를 불 운으로 몰고 가는 건 아니겠지? 나는 초조해져서 다시 일어났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내가 약속을 깨서 우민재와 만나지 못하거나 연락이 닿지 못하면 그에게 안 좋은일이 생긴다니.
띠리리-'
전화벨이 울렸고 난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받았다.
"야, 우민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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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재 님 전화 기다렸어?」
충연 씨였댜 난 실망해선 털썩 소파로 주저 앉았다.
"왜 전화하셨는데요?"
「어제 고마웠다고 말하려고• 호텔에서 준 화장품이 비싼 거였나 봐. 와이프가 고맙 다고 꼭 전하라고 해서. 그리고....... 」
“나중에 우민재한테 직접 말하세요. 그리고 죄송한데 기다리는 전화가 있어서요. ”
충연 씨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밝았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전화를 끊고괜히 화가 나서 화풀이하듯 소파에 휴대폰을 던졌다. 그리고 내 꼴이 우습다는 걸 깨달았다. 대체 난 뭐 하는 거야?있지도 않을일에 불안해하면서 주인도 없는 집에 와서 앉아있 다니. 기가 막혔다. 나는 원래 이런 놈이 아니 잖아. 단순한 권희찬은 이전의 우연에 연 연하지 않고 이 시간에 씻고 잠이나 퍼 질러 잤을 거다.
”에이 싸“
난 휴대폰을 도로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가자. 이건 스토커라고 욕
난 휴대폰을 도로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가자. 이건 스토커라고 욕
했던 우민재 전 애인과 다를 바 없잖아.
지01잉 ―
휴대폰이 울렸다. 이번엔 발신자를 먼저 확인했다. 우민재였다.
"야, 너 어디야?"
화가 나서 물었는데 상대방은 아무 말이 없었다.
“ 우 민 재 ? 야 , 우 민 재 ?"
띠, 띠, 띠
전화가 바로 끊겼다. 난 휴대폰을 가만히 보다가 재발신을 눌렀다. 「전원이꺼져있어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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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전화를 끊고 잠시 허공을 보다가 지용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신호가 가고 늦잠 잔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사장 형, 어젠 정말로 감사했.......」
“우민재가 소개한 변호사 명함 찍어서 나한테 보내.”
「예? 왜요? 사장 형도 고소할 일 있으세요?」
'전말 말고 빨리 보내.”
잠시 후 변호사의 명함이 왔고, 난 거기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얼마 뒤,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자기소개를 하고 본론을 먼저 꺼냈다.
“우민재가 전화를 안 받습니다. 통화가 됐지만, 상대가 말을 안 하고 바로 끊더니 전 원까지 꼈습니댜 과민반응일지는 몰라도 혹시 우민재한테 무슨일이 생긴 거면.......”
「우민재 씨는 일단 다친 곳이 없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
일단?
「하지만 문제가 생긴 건 맞습니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누군가 유리창을 깨고 휴대폰을 훔쳐 갔거든요. 우민재 씨는 경찰서에서 신고를 끝내고 숙소 로 돌아갔습니다. 숙소로 가시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달칵거리며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잠시 뒤,운동복 차 림의 우민재가 안으로 들어왔다가 날 보고 걸음을 멈췄다.
"언제 왔어? "
II II
"희찬아.”
II......갑자기 약속이 떠올랐어. 나 갈게.”
날 부르는 녀석을 뒤로하고 도망치듯 숙소를 나왔다.
날 부르는 녀석을 뒤로하고 도망치듯 숙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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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우민재의 숙소에서 나온 이후 월요일 오후 가게에 나올 때까지 녀석을 만 나지 않았다 그를 보고 싶은 걸 억누를 정도로 두려움이 컸다. 영혼이 다른 몸에 들어 가는 이상한일을 경험한 터라 우민재에게 내가 불운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이젠 배제할 수 없었댜
졸려, 피곤해, 다음에 보자. 문자엔 내가보낸 핑계밖에 없다.되도록 전화도 안 하려 고 했다 신기하게도 우민재는 내 변명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왜?만나면 안 돼 ?그런 말은 없었댜 내가가진 두려움을 알아차리고 잠시 혼자 있게 해주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렇게 우울한 기분으로 가게에 나갔지만, 세상일은 내 뜻대로 되진 않는다. 내가 행복하다고 모두가 행복한 게 아닌 것처럼, 내 기분이 가라앉았다고 해서 주위도 그러 란 법이 없으니까.그래도 직원들은 가라앉은 내 기분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너
무 높이 올라 머리 뚜껑이 열릴 정도라는 게 문제였다.
"역시! 클럽은 잘생긴 사람이랑 가야 된다니까요. 으하하하―”
클럽 직원한테까지도 접근하더니 결국 번호를 받았나 보다. 성과가 없으면 나처럼 남자로 전향하는 게 나았을 텐데.
“ 그 래 서 여 자 친 구 생 겼 어 ?"
"예?아뇨.”
“ 아 니 라 고 ? 너 여 자 친 구 생 겨 서 좋 아 한 거 아 니 었 어 ?"
”에이- 아니에요.저도 제 주제 알아요 제 처지에 클럽 여신들하고 어떻게 사귀어 요. 그리고 아직 돈도 더 모아야 하고, 우리 할머니도 여자 친구는 좀 더 자리 잡고 난 뒤에 만나라고 했어요.”
이게 무슨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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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클럽은 왜 만날 다니는데?"
"왜긴요. 여신들 영접하러 가죠. 거기 오는 여자들 다 얼마나 예쁘고 끝내주는데요.
그런 천상계에서 신나게 놀고 오면 진짜― 온몸에 기운이 확 솟는다니까요. 제가 요새 몸이 좀 허했는데 완전히 쌩쌩해졌어요. 으하하- "
I II J .......
''혜혜―다음에도 같이 가주세요. ”
.......
II II
“사장 형?"
”고작 여신 구경하려고 그동안 나한테 클럽 가자고 조른 거였어?"
“그분들이 얼마나 산삼 같은 존재인데요! "
"더덕구이처럼 굴려지고 싶지 않으면 입 닥쳐.”
어이가 없었다 씨발,고작 눈 보신하려고 클럽 가는 걸 따라가 줬단 말이야?
“그럼 맥주 값은 제가 낼 테니까......•II
”고추로 처맞기 전에 창고 가서 물건이나 가져와.”
”고추로 처맞기 전에 창고 가서 물건이나 가져와.”
핀잔을 줬으나 기분 좋은 지용이를 이길 순 없었다. 녀석은 실실거리며 콧노래까지 불렀댜 보기에는 짜증 났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댜 작은 기쁨 덕에 그나마 일진 놈들이 안겨준 공포나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잊으니 말이다. 그때였다. 지용이의 주머 니에서 벨이 울리고 녀석이 휴대폰을꺼내서 화면을 봤다. 단번에 얼굴에서 웃음이 사 라졌다 뭐,오랜 공포를 극복하는 건 어렵겠지.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지용이가 상대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그리곤 갑자기 실실거리며 말하 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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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싫거든요- 소송 취하 안 한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여태까 지 전화 다-- 녹음하고,문자도 차곡차곡 증거로저장해놨으니까 계-속 전화하고 문자도 하세요. 아셨죠? ......어이쿠― 또 욕하시네?계속하세요. 아니,더 하세요. 더 하라니까 왜 아무 말 없어요? 네?"
상대가전화를 끊었는지 지용이는 몇 번 이름을 부르곤 전화를 끊자마자 호탕하게 웃었댜
” 으 하 하 하 ― 이 좇 밥 새 끼 좇 도 아 니 야 !” ””
“사장 형, 보셨죠?내가 이 좇밥 새끼 좇 까는 거?하하―”
"너 토요일만 해도 부재중 전화를 보면 그 새끼인 줄 알고 겁먹었던 거 아냐?"
"너 토요일만 해도 부재중 전화를 보면 그 새끼인 줄 알고 겁먹었던 거 아냐?"
“그랬죠. 그런데 클럽에서 여신들과 화끈하게 놀고 오니까 완전히 극복했어요. ”
......극복했다고?이렇게 쉽게?신경이 쓰여서 스토킹까지 하고 주 5일 근무로 만든 내 노력과 손해와 걱정이 무색하게?
“그러니까 사장 형도 같이 또 클럽 가요. 클럽 가면 모든 병이 낫고, 모든 근심 걱정 이 사라지.......“
"닥쳐다시주6일 근무로늘리기전에.”
흠칫 지용이가 내 눈치를 보며 얼른 가게를 뛰쳐나갔댜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댜 이지홍 뭐라고? 너희 학교에서 괴롭힘당한 애들은 극복 못 했다고? 클럽에 안 갔나 보지!이건 다 내 잘못이다. 저 녀석의 인생관이 깃털처럼 가볍다는 걸 알면서도 심각 하게 생각했던 내 탓이다.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는데 이번엔 다른 직원이 들어왔다. 그 역시 지용이처럼 날아갈 듯 행복해 보였다.
“오늘 경매받은 물건이 아주 좋네.”
"평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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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도 적당하고 이 정도로만 물건이 들어오면 권 사장 돈 많이 벌겠어. 하하-"
"특상은 뺏기고 상도 예상보다 돈 더 줘서 샀거든요?"
그러나 그의 입가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쯤 되니 도저히 안 물을 수가 없 었다
"좋은일있으세요?"
’'있지. 있어. 이게 다 권 사장 덕분이야.”
뭐가요?되물으니 호텔 얘기를꺼냈다. 아, 거기서 밥 먹었지.
”가족끼리식사하면서 다 풀렸나 보네요.”
“아냐.” ”너I?"
’'밥먹을 때도 딸은 나랑 눈도 안 마주쳤어.”
“그럼 어떻게 풀었는데요?"
“그게 바로 권 사장 덕분이지. 하하―세상에,그때 내 딸이 권 사장을 봤잖아?그러 더 니 집 에 와 서 권 사 장 너 무 ―― 너 무 잘 생 겼 다 고 막 흥 분 을 하 는 거 야 . 그 리 곤 권 사 장이 내 사장이란 게 너무 ― ― 너무 좋다고 절대 가게 그만두지 말라고 하는 거 있
지 !"
II II
I'권 사장이 내 딸 막 예쁘다고 칭찬했잖아? 그것 듣고는 좋아서 입이 벌어졌더라 고"
“대기업은요?양복 입고 출근하는 회사는요?"
”에이, 다 필요 없대. 잘생긴 사장 있는 곳이 최고레 참,딸이 친구들하고 권 사장 보 러 오고 싶다는데괜찮을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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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정충연 싸 " II O ? ”
근·
"주 5일 근무를일주일만으로 끝내기 싫으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세요.”
흠칫 그가 3초 만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인생 별거 아니 댜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다, 씨바 난 씩씩 거리다가 휴대폰을 들었다. 보고 싶으면 보 면 되고 전화하고 싶으면 전화하면 되지. 불운?씨발,약속만 안 깨고 전화 잘 받으면 되지,뭐 !
“우민재,나댜 작업실이야?나일 끝나고 바로 너 보러.....어?......응.......알았어.”
툭 전화를 끊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우민재가일이 있어 어디 간다고 오지 말라고 했다 이거 은 근히 상처받 내
일이 끝나갈 아침 7시• 여전히 우울한 내게 또 한 명의 행복한 사람이 찾아왔다.일 요일 아침 축구 시합 이후로 세상이 즐거워 죽겠다는 얼굴의 회장님이었다. 그는 설 치 기사로 보이는 이와 함께 뭔가를 들고 나타났다.
"야, 희찬아. 너도 이거 하나 달아라.”
''뭔데요?"
불길했댜저게 뭔지는 몰라도 이미 설치 기사까지 데리고 온 걸 보니 선택권 따윈 없어 보였다
"CCTV."
CCTV? 그걸 왜요? 물으니 장황하게 설명했다.
CCTV? 그걸 왜요? 물으니 장황하게 설명했다.
" 너 과일 쪽 에 서 도 둑 든 얘 기 못 들 었 어 ? 다 털 어 갔 다 더 라 완 전 개 털 됐 대 . 도 둑 놈 들이 이번엔 우리를 노릴지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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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들었대요? 난 못 들었는데?"
그런 얘기는 소문이 빠르게 도는데 정말로 못 들었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회장 님이 헛기침하곤 큰 소리를 냈다.
"뭐야? 그래서 넌 도둑맞고 싶다는 거야?"
"누가 그렇대요?"
“그럼 달아 사무실에도 하나 달고, 입구에도 하나 달고. 회사에서 전문적으로 관리 까지 해줘서 한 달 전 영상도 필요하면 다 볼 수 있대.”
이거 왠지 강매의 향기가 나는데. 난 뒤에 기다리고 선 설치 기사를 한번 보곤 회장 님한테 말했다.
”됐어요. 전 그냥.......”
"공짜다"
"할게요"
그렇게 내 가게에 든든한 CCTV가 생겼다. 나중에 설명을 들으니 CCTV 업체에서 광고 차원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얻었다고 한다. 전의 후원금도 그렇게 따내더니. 나 는 회장님이 이런 쪽으로 능력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유기농이 그렇게 유명해졌나?
다시 주말이 돌아올 때까지 난 우민재를 만나지 못했다. 나는 만나려고 했다. 자주 는 아니어도 통화도 예전처럼 하고 문자도 했지만,만나러 가겠다고 말하기도 전에 그 가 먼저 본인의 일정을 알렸다.
약속이 있댜 오늘은 자료조사로 지방에 간다. 쓴 글에 대해 조언해줄 분의 댁에서 하 루 묵 기 로 했 다 . 온 종일 글 을 수 정 하 느 라 잠 을 못 자 서 방 해 받 지 않 고 자 려 고 한 다 .
처 음 엔 녀 석 이 운동 말 고 다 른 일 을 찾 아 열 심 히 하 는 것 같 아 서 잘 됐 다 싶 었 다 .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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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일은 그저 취미의 연장이라고 하지만, 생각이 있으면 계속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었댜
그래서 만나지 못해도 불만은 없었다. 나도 찾아가서 방해하지 말아야지 싶었고. 그 런데 금요일까지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의심이 들었다. 일부러 날 피하나? 혹시 내가 먼저 피해서 삐쳤나?아니다, 그 정도로 속이 좁은 놈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싫어져 서 안 만나면 몰라도.
......하하, 그럴 리는 없겠지. 전화할 때도 목소리가 얼마나 부드럽고, 얼마나 잘 웃는 데암잘생기고유머있고,고사성어잘알고,이제 영어까지잘하는날싫어할사람은
없다 그럼 왜지?왠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남자는 단순해. 연락이 끊기고 만나지 않으면 이유는 딱 하나야. 더는 좋아하지 않 는거.”
토요일 아침 7시. 내 가게로 소주를 사 들고 온 남수가 이렇게 지껄였다. 직원들이 퇴 근하고 난 뒤 빈 가게에서 아침부터 술판을 벌이며 듣는 얘기가 이거라니. 남수가 소 주를 마시며 되물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응?"
“아니. “
“아니라고?"
당연하지. 절대 아니야.
''씨바, 남자라면 더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연락만 뚝 끊는 짓은 하지 않아. 싫으면 싫 다, 말로 해야지. 애초에 연락만 뚝 끊고 잠수 타는 새끼라면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사 람이라도 글러 먹었어. 그런 새끼는 포기해야 해. 안 그래?"
II II
답이 없었댜 삐뚜름하게 입술을 꾹 다문 녀석의 표정을 보니 상황이 한눈에 파악됐 댜 그 섹파에게 계속 연락이 없는 게 분명했댜 그렇다고 내가 포기하라니 그건 또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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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난 녀석의 빈 잔에 소주를 따라줬댜
“아직도 연락 없어?"
” 으’’ •••••• C) •
"네가 먼저 연락은 해봤지?"
II II
난 아침부터 술 마시긴 싫어서 안주를 집으려다가 멈칫했다.
"뭐야, 넌 연락 안 해봤어?"
녀석이 대답을 피하듯 눈을 돌렸다. 내 친구지만, 이 녀석은 가끔 너무 속 좁고 소심 숭卜댜
"야, 너도 안 하면서 상대 연락만 기다리는 건 웃기지 않냐?넌 하지도 않으면서 왜 온갖 추측을 다 하는데?"
’'항상 그 자식이 먼저 연락했어. 개 진짜 나 좋아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 자식이 해야지.”
o -「•. ”왜?“
"하나人 ,,
느
"너재수없어.”
""
"알고는 있냐?"
"알고는 있냐?"
”응•II
알면 다행이내 신기했다. 남수는 원래 남을 더 챙기는 스타일이다. 친구들이 만나
알면 다행이내 신기했다. 남수는 원래 남을 더 챙기는 스타일이다. 친구들이 만나
서 먹고 싶은 걸 정할 때도 자기가 먹고 싶은 거 주장한 적도 없고,원가를 부탁하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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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한 적도 없댜 그래서 사랑에 관해 이런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
"너 지금 고민만 2주 넘게 하지 않아?그 정도면 좋아하는거 맞아. 아직도 모르겠 L�?"
''희찬아.” ”왜?”
"네가좋아하는 사람 얘기 좀 해봐 넌 그 사람 가볍게 만나는 거야?전에 그랬잖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땐 그랬지만,지금은 다르다. 녀석이 다치는 게 내가 만든 불운이란 걸 알았을 땐 충격이 커서 겁쟁이가 됐지만,시간이 지나니 이젠 악마 같던 내가 대놓고 고개를 내밀 었다 우민재와 만나지 못한일주일간 내 안에서 그 녀석의 존재가 더 커졌다.
"넌 운명 같은 걸 믿어?"
"글쎄 그 사람이 네 운명 같아?"
"만약에 말이야, 네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너 때문에 그 사람한테 이상
한일이일어나면 어쩔 거야?예를 들어 네가 약속도 없이 찾아가면 그 사람한테 행운
이 오고,네가 약속을 깨면 그 사람한테 불운이 와.”
"무섭게 그게 뭐야.”
역시 그렇지?그때 남수가 덧붙였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완전 최고 아냐?그걸 빌미로 옆에 붙어 있을 수 있잖아. 이렇게 좋은 기회가 어디 있어?"
"
"
.......
"왜웃어?"
"넌 진짜 네 사랑이 최우선이구나 싶어서.” -HALF of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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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난 내 사랑이 제일 중요해 딴 건 몰라도 이것만은 이기적이고 싶어. 그런데 아, 씨발.”
녀석이 다시 소주를 퍼 마셨다.
“그새끼왜전화안하느냐고! 이젠전화오면모른척하고받아주며 연애좀해보 려는데!"
"네가 하라니까.”
"자존심 상한단 말이야. 그리고 한번 지면, 그 새끼가 나 우습게 볼지도 모르고.”
"너 재수 없어II "하나도상처안받거든?" “그럼 이렇게 하면 되잖아.”
어떻게?묻는 녀석에게 휴대폰을 줘보라고 했다. 녀석은 내가 그에게 전화할 걸 눈 치채고 절대 안 주려고 했지만, 내 계획을 듣자 망설이다가 순순히 휴대폰을 내줬다. 난 남수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신호가 갔다. 아침이라 안 받나 생각할 때, 목소
리가 들렸다.
C>
「......끈5. 」
"혹시 이 휴대폰 주인 아십니까?"
「당신 누구야?우리 남수 어디 있어?!」
우리 남수란다. 난 닭살 돋는 팔을 무시하며 준비한 거짓말을꺼냈다.
"혹시 이 휴대폰 주인 아십니까?"
「당신 누구야?우리 남수 어디 있어?!」
우리 남수란다. 난 닭살 돋는 팔을 무시하며 준비한 거짓말을꺼냈다.
”이 사람 지금 술 처마시고 길에 쓰러져있는데.......”
「길에?! 우리 남수는 몸도 약해서 얼마나 추위를 타는데 길거리에서......• 아 씨, 거기
「길에?! 우리 남수는 몸도 약해서 얼마나 추위를 타는데 길거리에서......• 아 씨, 거기
어디야?! 」
난 잠시 답을 하지 못하고 몸이 약하다는 건장한 헬스 트 레이너를 봤다. 상대는 내 -HALF of ME- 157 / 195
가 답을 안 하니 빠른 목소리로 어디냐고 다그쳤다. 장소를 말하자마자 상대가 전화를 끊었댜
" 왜 ? 뭐 래?"
””
"안 온대? 설마 나 모르는 사람이래?"
"집 앞에 가있어 올 거다"
"지금온대?"
응 답하니 술 몇 잔에 얼굴이 벌게졌던 남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나 먼저 갈게. 내가 먼저 도착해야 해!"
"지금온대?"
응 답하니 술 몇 잔에 얼굴이 벌게졌던 남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나 먼저 갈게. 내가 먼저 도착해야 해!"
남수는 약한 근육질의 몸으로 쿵쿵 땅을 울리며 가게를 뛰쳐나갔다. 너무 약해서 부 딪치는 사물은 전부 파괴해버릴 기세로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역시 사랑은 만만히 봐선 안 된댜 난 가게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와 집 대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좋아, 나도 만나러 가볼까?
나는일부러 녀석의 작업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휴대폰을 들었다. 간식을 주러 왔다
는핑계를대려고손에는트럭토스트 몇개가담긴검정봉지가들려있었다.방금만 들어서 아주 따끈따끈했다.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내 감으로는 이곳에 있을 것 같 았댜 물론 없으면 숙소로 가면 되고.
그런데 나 어쩌면 초능력이 있는 걸지도. 건물의 입구는 두 개였는데, 나는 왼쪽 끝 작은 문 앞에 서있었다 휴대폰을 꺼내다가 우연히 오른쪽을 봤는데 중앙의 커다란 문 에서 우민재가 나오고 있었다. 손에 든 휴대폰을 확인하며 빠른 걸음으로 나와 입구에 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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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지?방금 작게 뭐라고 한 것 같은데.내가 의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으나 아줌마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오히려 '왜?' 하는 시선으로 마주 봤다.
“아무튼 이번엔 뭔데요?왜 내가 우민...... 홈홈, 그 사람이랑 엮이게 된 거냐고요.” “그게 중요해?"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이에요?"
"네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엮였다면 상관없잖아. 어차피 넌 그 사람과 엮일 운명0 었는데 이 일로 좀 더 가까워진 것뿐이야. 인연의 끈이 완전히 묶여 서 풀 수 없다는 거 문제지만.”
''풀 수 없다니요?"
"말 그대로야. 너희 는 헤어질 수 없어.”
""
.......
"무섭냐?"
"뭐, 백년해로하겠네요.”
아줌마가 천천히 미 소 지었다.처음으로 나한테 웃어준 것 같았다.
“일체유심조(―切唯心造). 네 말이 맞다.”
복권방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 우민재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뜨끔해서 잠시 망 설였댜 아침에 비가 와서 축구하러 안 나가니 집에서 잔다고 하고선 몰래 외출한 탓이 다 하지만 안 받았다가 또 무슨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받자마 자 그가 바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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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아니야?」
"응밖에 나왔어. 배가고파서 먹을 것 좀 사려고.”
「잘됐네. 숙소로 와. 같이 먹자.」
그럴까?바로 답하려다가멈칫했다. 잠깐. 내가정말로 녀석의 운을 결정하는 거라 면 , 이 왕 이 면 행 운 을 주 는 게 낫 지 않 나 ? 나 는 약 속 을 하 지 않 은 채 갑 자 기 쳐 들 어 가기 로했다
“미안,딴볼일이생각났다.밥은나중에 먹고.......넌계속거기에있을거야?"
「O田E도.」
아마도라니.
"야, 아침부터 쏘다니지 말고 그냥 시원한 숙소에 있어. ”
아마도라니.
"야, 아침부터 쏘다니지 말고 그냥 시원한 숙소에 있어. ”
녀석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좋아서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적 어도 이 순간만큼은 녀석에게 가져다줄지 모를 불운 따위 생각나지 않았다.
「고려해볼게. 그리고 다음 주 토요일저녁에 학생부장 선생님하고식사하기로 했어.
너도나와.」
맞다, 학부.
"상 준다는 사람도 나와?"
「응꽤괜찮은 상이니 학생부장 선생님도 좋아하실 거야.」
상금도 나오나 보지?혹시라도 학부가부끄러워하면 놀려야 하니 기필코 나갈 생각 이었다 그때 녀석의 휴대폰에 다른 전화가들어왔는지 띠, 띠, 하는 소리가둘렸다. 나 는 전화를 끊기 전 얼른 그를 불렀다.
“우민재.“
응, 답이 들렸다 난 심호흡을 한 뒤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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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잘 지내자.”
복권방 아줌마가 마지막 내게 했던 말은 결국 원지 찾지 못했다. 일체유심조?일처
조유심?뭐라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났고. 유심이라면 아줌마가 로또 가게 접고 휴대
폰을 판다는 건가?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당시 아줌마의 표정을 봐선 나쁜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다시 이 말을 듣게 될 일이 생겼다. 그날 오후였다. 한창 일하고 있을 때 뒷주 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렸다. 원래라면 일하는 중이라 물건부터 다 나르고 확인했 겠지만,이번엔 달랐다. 상자를 내려놓고 보니 전에 통화한 우민재의 변호사였다. 이 사람이왜전화했지?
"여보세요?"
「권희찬 씨죠?」
네. 답하고 번뜩 떠오르는 게 있어서 물었댜
“우민재한테 무슨 일 생겼습니까?"
「연락이 안돼 서요. 혹시 그쪽으로 간 건가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나는 시계를 봤댜 밤 1 2시.
"호텔에 연락해서 숙소에 있는지 확인해보셨어요?"
「네. 이미 했습니다. 작업실도 빌딩 직원을 보내서 확인했는데 안에서 답이 없다고 하더군요. 요새 안 좋은일이 계속일어나서 제가 어디로 갈 땐 꼭 목적지를 알려달라 고 부탁했었습니다. 그런데 일 때문에 연락했는데 안 받아서....... 」
‘'몇 시부터 안 받았는데요?"
「11시. 한 시간 좀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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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게 대체 무슨일이야?
“그래서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르신다고요?그 자식 친구들한테도 연락하셨어요?"
이미 해볼곳은다해봤다,가그의 답이었다.씨발,우민재만나면몸에다가추적장 치 달아버리고 말리라.
「휴대폰이 켜져 있으면 위 치추적이 되는데 이상하게 꺼져있어 서....... 」
그가 말을 흐리더니 갑자기 덧붙였다.
「아. 켜졌네요」
변호사의 말투가 묘하게 국어책 읽듯 들렸으나 중요한 건 우민재의 행방이었다. “어딥니까?"
그가 말을 흐리더니 갑자기 덧붙였다.
「아. 켜졌네요」
변호사의 말투가 묘하게 국어책 읽듯 들렸으나 중요한 건 우민재의 행방이었다. “어딥니까?"
「홈 왜 여기에 있지?」
아, 어딘데요?이 아저씨 원가 빡치게 느긋하네. 변호사를 두 번 더 닦달한 후에야 답을들었댜
「버려진 공사장이네요.」
일하는 중이라 차마 트럭은 쓰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공사가 중단된 지 반년이 넘었 다는 어느 공사장 앞에서 내렸다. 공사장 앞에는 먼저 도착한 중년의 남자가 휴대폰을 보며 서있다가 내게 인사를 했다.
"통화했던 변호사입 니댜"
그가 명함을 내밀었다. 'd" 명함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싶은 걸 겨우 참고 물었다. "지금 명함 주실 때가 아니잖아요. 경찰은요? 경찰 부르신다고 해서 전 안 불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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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I?"
“일단 안에 들어가서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한 다음 부를 겁니다. 확실하지 않은일
“일단 안에 들어가서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한 다음 부를 겁니다. 확실하지 않은일
로 경찰을 귀찮게 할 순 없죠. ”
좀 귀찮게 하면 어때서?!우리가 축구도 져줬는데! 그러나 변호사는 전화로만 들어 도 빡쳤던 느긋함을 현실에선 두 배로 가지고 있었다.
"만약 납치당했다고 해도, 물론 그렇게 힘세고 큰 남자를 납치하기란 어렵지만, 일 단 그렇다고 가정을 합시다. 그럼 휴대폰을 중간에 켰던 건 일부러 우민재 씨를 찾는 이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려는 미 끼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그냥 들어가면 되잖아요?"
난 말을 끝내고 바로 입구로 향했다. 그런데 변호사가 내 옷을 잡았다.
“그냥 둘어가려고요?"
그럼 그냥 들어가지 재주넘기를 하며 들어가?그가 손에 들고 있던 봉투에서 원가 를꺼냈댜
"버려진 공사장이라 전기는 들어오지 않을 테고 안은 어둡지 않겠어요?그리고 인 적이 드문 곳이니 쥐나 고양이 같은 야생동물도 있을 겁니다. 밟으면 안 되죠. ”
그가 내 손에 손전등을 쥐여 주었다. 이 사람...... 뭔가 강적이었다. 지용이 말로는 승 률도 높고 실력도 엄청나다더니 과연 범상치 않았다. 그는 여전히 내 옷을 놓지 않은 채 딸각, 딸각, 손전등에 불이 잘 들어오나 몇 번 시험하고 나서야 출발을 알렸다.
"제가앞장서죠.”
난 그제야 정신 차리듯 그를 따랐다. 앞장서서도 느릿한 그의 걸음 때문에 내가 먼 저 나서려고 했는데 그가 팔로 날 막았다.
"위험해요 밑에 공사 자재들이 널려있어요.”
“우민재는 더 위험하거든요?지금 그 녀석을 구하자는 겁니까, 말자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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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위험한지는 확실히 모릅니다• 다만, 연락이 끊겼고 휴대폰이 이상한 곳에 있 으니 안 좋은 일이 생긴 건가 의심을 하는 거지. 우리 확실히 합시다. 우민재 씨는 어쩌 면 사우나에서 식 혜 마시고 있을지도 몰라요.”
식 혜 가 밥폴 튀 기 는 소 리 하 고 있 네 ! 내 평 생 이 렇 게 답 답 한 사 람 은 처 음 봤 다 •
“우민재가 걱정돼 서 나오신 거 맞으세요?어떻게 그렇게 태평한 생각만 합니까?"
“일체유심조. 세상일은 모두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일로 근심 만 늘리면 전혀 득될 게 없습니다.”
일체유심조. 그래, 저 말이었어. 핸드폰 유심이 아니었다. 그리고 왠지 기분 나빴다.
복권방 아줌마도, 변호사도저 말을 쓰니 말이다• 그러나 변호사는 내가인상을 쓰든 말든 느긋한 충고를 이었다.
"서두르다간 오히려 실수할 수 있으니 차 근히 주위부터 살핍시다. 그리고 우민재 씨 말이 맞는다면 권희찬 씨가 왔으니 이제 별일 없겠지요.”
“우민재가 뭐라고 했는데요?"
''권희찬 씨가 나타나면 행운이 온다고요.”
그레 행운 나는 녀석에게 행운이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와 우민재의 특수한 상황에서라면 미리 선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불운은 조심하기만 하면 되고,행운은 내가 만둘 수 있다. 지금 같은 경우 빨리 찾아내어 내가 녀석을 만난다면 난 그에게 행 운을 주고 또 살릴 수 있겠지. 갑자기 어이없던 운명이 큰 안도로 다가왔다. 그때 건물 옆쪽에서 무언가 소리가났다. 나는 전등을 들고 앞장서며 답했다.
"네. 제가 왔으니 우민재는 멀쩡해요.”
그리고 건물을 돌자 뒤쪽에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난 바로 빛을 향해 뛸 준비를 했 댜 그런데 변호사가 날 잡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71다리세요"
왜요?묻고보니저 멀리불빛이있는쪽에서사람의그림자가보였다.난얼른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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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를 내 뒤로 보내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이내 경계 태세를 풀었다. 검게 보이는 체 형은 아무리 멀리 있고, 어두워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우민재?"
타닥, 타닥 그가 우릴 향해 걸어왔고, 변호사가 손전등을 비추었다. 녀석의 얼굴은 멀쩡했댜 그는 날보곤 희미하게 미소 지었댜 마치 모든 게 다 이해된다는 것처럼.
"너 때문이었구나.”
"뭐가?"
그가 톡톡,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쳤다. 손전등의 빛이 얼굴에서 아래로 내려갔 다 그리고 난 그제야 녀석의 셔츠가일자로 찢어진 걸 알아차렸다.
“조금 전 칼이 날 그냥 스쳤거든. 기막힌 행운으로.”
대체 저 뒤에서 무슨일이 있었던 거야? 궁금했지만, 우민재는 들어가지 못하게 했 댜 그는 정말로 납치당했다고 한댜 그리고저곳으로 꿀려갔는데 원체 허술한 납치범 들이라끈도쉽게 풀고휴대폰도잠시켤 수있었다고.
대체 이 말을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우민재가 상대를 제압했다는 거댜 몇 분 만에 경찰차가 오고 4명의 범인이 끌려갔다. 그들은 엉망진창 으로 얻어터진 상태였댜 그들을 때릴 사람은 한 명밖에 없기에 우민재를 들아봤다. 녀
석이 설명했다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하더라.”
“왜?”
"내부 분열이 일었나 보지.”
사람을 납치해놓고 자기들끼리 싸워서 인질은 우연히 끈도 풀고 걸어 나왔다고?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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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그걸 믿을 것 같냐?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지만,녀석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이었댜 일단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묻기로 하고 가장 중요한 것부터 확인했다.
"누가 시켰는지 알아?"
“대충. “
그가 답과 함께 이쪽으로 걸어오는 변호사에게 눈을 돌렸다. 변호사는 그동안 경찰 이 범인들을 연행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경찰과의 볼일이 다 끝났는지 민재 에게 여러 가지를 보고했다. 저들의 구속 여 부나, 경찰서 방문 등등. 우민재가 물었다.
”이 정도면 됩니까?"
“아주 충분합니다. ”
뭐가 이 정도면 되는데?
"뭐가 되고, 뭐가 충분한데요?"
우민재와 변호사를 번갈아 가며 물었다. 우민재와 달리 변호사는 착실하게 답했다.
”이제 마음놓고다니셔도된다는뜻이죠.”
그는 답하고 아차 한 듯 우민재의 눈치를 봤다. 난 그런 둘을 보며 이 상황을 파악했 다.
“그 말은저들을 사주한 자를 집어넣을 수 있단 거네요?증거가 나올 때까지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서 이 정도로 충분한 증거를 만들었으니까?"
'만들었다’는 내 지적에 우민재는 할 수 없이 한마디 했다. “제일 빠른 방법이었어.”
“제일 위험한 방법이었겠지.”
''희찬아. ”
“제일 위험한 방법이었겠지.”
''희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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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씨발 새끼야?"
녀석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옆에서 변호사도 피식 웃었다. 누가 지금 장난치는 줄 아나?핵 노려보는 눈 때문인지 변호사가 자신은 가보겠다며 인사했다.
"회사로 돌아가 마무리해야 할일이 있어서요.”
”이시간에요?"
난괜히 미안해졌댜 밤늦게까지일하는 가장에게 투덜대다니. 그에게 사과가 담긴 위로를 건냈다.
"힘드시겠어요.”
변호사는그말에 미소를지었다.그순간내눈에모든걸통달한부처의미소가보 였댜
“괜찮습니다 돈을 아주 많이 버니까요"
......돈부처였댜 변호사의 뒷모습에 잠깐 눈길을 주었다가 날 보던 우민재와 눈이 마주쳤댜얼굴을보니또화가나려고했다.내가입을열기전우민재가먼저 말을막 았다
“괜찮아. 위험하지 않았어.”
그걸 어떻게 알아?오토바이 때도 나 때문에 살았다고 하고, 이번에도 나 때문에 칼 을 피했다고 했잖아. 목까지 올라온 말을 내뱉으려는데 우민재가 먼저 막았다.
”이 정도는 나한테 위험도 아니야.”
“그럼 뭐가 위험인데?"
”총.“
뭐?바로 답이 나와 당황했다. "야, 그렇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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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은 이미 10년 넘게 매일 하던 거야. 누구한테도 안 져.”
몸싸움을 10년 넘게 했다고?네가 무슨격투기 선수...... 어?혹시 운동?난 그제야 묵히고 묵혀 숙성돼 버린 질문을꺼냈다.
"너 대체 무슨운동을 했는데?"
녀석이 씩 웃었댜
“아이스하키.”
'아이스하키? 센 운동이지. 국내야 팀이 별로 없지만,북미에선 인기 종목이야. 난 잘 모르지만, 바디체킹이라고 몸으로 부딪쳐서 공격과 방어를 하는 게 허락되는데 이 게 장난 아닐걸. 가뜩이나 미끄러운 링크에서 힘에 밀리면 완전히 나가떨어지더라고. 하지만 아이스하키가 인기 있는 건 그 때문이기도 해. 몸싸움이 큰 싸움으로 커지는일 도 종종 있고. 절대로 만만한 스포츠가 아냐. 오죽하면 격투기 선수를 기용하는 팀도 있겠어?'
뭐든 잘 아는 충연 씨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싸움을 잘한다고 치자. 아무리 그렇다 고 증거 잡으려고 일주일이나 일부러 위험에 노출되는 미 친 짓을 하다니. 그 일로 나답 지 않은 잔소리를 엄청나게 해댔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녀석의 옆을 감시하듯 붙어 다녔다
그랬더니 우민재만 더 좋아 죽는 것 같은 건 월까?그러나 이런 사소한 걱정은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 내 짐을 챙기러 집에 도착했다. 우민재는 내가 일주일 간거의비워두다시피 한집을둘러보며물었다.
”이 집 팔면 어때?"
멈칫 난 옷을 가방에 넣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심각하게 물었댜
"너 돈 필요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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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필요하면 내가 벌어 쓸게.”
좋았어. 생각은 옳게 박혔군. 흐뭇해하며 다시 가방을 싸다가 또 멈칫했다.
“나랑 살자"
""
"싫어?"
“나 이 집 좋아. 가게도 가깝고, 어릴 때부터 계속 살아서 정도 들고,주변도 익숙하 고 차라리 네가 이 집에 들어오는 건 어때?"
"좁o�."
재수 없었댜
"야, 좁긴 뭐가 좁아?"
’'충분히 더넓고,쾌적하고,편리한곳에서살수있는데굳이작은곳을택할필요 는 없잖아. 정이야 다시 붙이면 되고.”
"정이 스티커냐?붙였다가 떼게?"
"생각하기 나름이지. 혹시 이 집을 떠나지 못할 다른 이유라도 있어?"
“그런 거 없어 그냥"
모르겠다• 그냥 익숙한 곳을 떠나는 게 싫은 걸지도. 이 집은 내 역사였다. 나무의 나 이테에 시간이 새겨지듯 이 집엔 내 시간이 남아있다. 나이테 사이사이엔 무척 괴로운 시간도 끼어있지만, 그것마저 이 집을 쉽게 떠나지 못하게 하는 미련이 됐다.
"시장 근처로 집을 알아놨어. 다음 주에 이사할 거야. 여기보다 더 가게와 가깝고, 시장 근처니까 너한테는 충분히 익숙할 거야.”
난 대 답 하 지 못 하 고 마저 짐 만 쌌 다 . 날 보 던 녀 석 이 한 마 디 했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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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그 말을 안 했구나.”
"무슨 말?"
"너 사랑한다고.”
""
.......
“사랑해. ”
II......닥쳐라 닭살 돋으니까.”
난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에서일어났다. 그러나 녀석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넌 전에 해본 말이라괜찮을지 몰라도, 난 이런 말 손발이 오그라드니까 앞으로 하 지 마"
“나도 처음이야.”
뭐가?돌아보곤 그가 월 말하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전에 사귀던,......
"처음이라 세 번은 못 해줘.”
녀석이 눈을 살짝 찌푸리며 괜히 머리를 쓸어 넘겼다. 마치 쑥스럽다는 듯이. 그거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댜 이 자식 낯간지러운 말을 하고 그렇게 처음인 걸 티 내다L
좋았다
내가 자신을 구경한다고 생각하는지, 우민재가 더 찌푸린 눈으로 날 돌아봤다. ”이사 와. 같이 있자.”
“나중에 생각해보고.”
결정을 뒤로 미루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큰어머니였다. 녀석과 함께 있으니 받지 않고 나중에 전화를 드려도 되지만 화제를 피하려고일부러 받았다.
"예, 큰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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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0 1니?」
네, 라고 답하고 혹시 몰라 바로 덧붙였다.
"저 지금 나가려던 참인데요.”
「그래?급한일이야?조금만 있다가 가면 안 돼?」
"왜요?"
「열무김 치 담갔어. 너 갖다주려고 지금 가는 길이야. 」
“미리 연락해주시죠. 얼마나 걸리는데요?"
「한 20분 후면 도착한다던데?」
한다던데? 순간 불길함이 불길처럼 온몸을 감쌌다.
''큰어머니가 오시는 거 아니에요?"
「아냐. 네 큰아버지가 가고 있어.」
쿵! 심장이 한 번 무너졌고,어지러움으로 주변이 또 한 번 무너졌다. 몇 초간 그대로 굳었댜 끊긴 전화를 들고 충격받은 날 우민재가 겨우 살려냈다.
"왜 그래?"
I I... ... 집 으 로 온 대 . ”
''큰어 머니가?"
아니. 난 절망적인 눈을 들었다.
''큰어머니가 열무 김 치를 담갔다고 나한테 가져다준다고 했대.” “ 그 게 무슨 문 제 가 돼 ? "
되지! 아주 큰 문제지!
''큰어 머니가?"
아니. 난 절망적인 눈을 들었다.
''큰어머니가 열무 김 치를 담갔다고 나한테 가져다준다고 했대.” “ 그 게 무슨 문 제 가 돼 ? "
되지! 아주 큰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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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오는 사람이 '큰아버지 '란 말이야. 게다가 벌써 오고 있대!"
진짜 욕이 나왔다. 난 집 안을 둘러보며 우민재에게 명령했다.
"야, 빨리 움직여!난 싱크대 정리할 테니까, 넌 얼른 냉장고 정리를 해!아 참,다용 도실에 재활용 쓰레기 쌓였는데!으악! 오늘은 버리는 날도 아니야!"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용도실 문을 열었다. 차곡차곡 모아둔 재활용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절로 욕설이 나왔다 등신 같은 과거의 나! 저걸 왜 제때 버리지 않 았는데?!
''큰아버지가 지저분한 걸 보면 뭐라고 하셔?"
뭐라고 하느냐고?차라리 그게 낫지.
“아무 말도 안 하셔. 아무 말도 안 하고 딱 문제 되는 곳 앞에 서서 나하고 그 문제점 을 10분간 쳐다봐. 씨바,너 그 자리에 있어 봐야 해. 진짜.......”
무섭댜 내가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게 있다면 첫째는 다리 많이 달린 벌레고 두 번째는 큰아버지다. 원래는 큰아버지가 첫 번째였는데 군대에서 아주 긴 지네가 내 몸을 기어올라 목까지 등반한 적이 있었다. 야간 보초를 서는데 이병 때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거의 눈 뜨고 기절했다. 덕분에 다리 많은 벌레는 그 후로 전부 다 소 름 끼치고 무섭다.
"넌 내가 올 때까지 냉장고 정리 다 해놔. 유통기한 지난 건 싹 다 버리고,채소는 채 소칸,김치는 맨 아래 칸, 반찬은 중간,나머지는 맨 위로 각 맞춰서 정리하고, 냉동실 은..... 알아서 해. 알았지?"
우민재에게 명령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두 팔 가득 안았다.
"지금버리게?"
“미쳤냐?버리는 날 아닐 때 버리면 벌금 내. 옥상에다 숨겨놓을 거야. 넌 냉장고에
집중해!”
내가괜히 경비 아저씨한테 고추를 상납한 게 아니다. 이럴 때 쓰려고 옥상 열쇠를
내가괜히 경비 아저씨한테 고추를 상납한 게 아니다. 이럴 때 쓰려고 옥상 열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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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었었댜 우민재는 빠르게 움직이는 날 보며 물었다•
"너 한두 번 해본 게 아니구나?"
“우민재.“
"왜?"
”냉장고로 꼬투리 잡히면 널 정리 정돈 못하는 머저리라고 평생 부를 거야.”
녀석의 눈이 쓱 가늘어졌다. 그리곤 바로 냉장고 정리에 돌입했다. 나도 옥상으로 재활용 쓰레기를 나르고 돌아와서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17분 뒤, 초인종이 울렸댜 차가 막히는 행운 따윈 결코 없었다. 난 현관으로 뛰어가다가 우민재 를 들아봤다.
"야, 다 한 거지?그럼 넌 이제 그만 가.......”
난 그제야 녀석을 미리 보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헉! "내가가기엔 이미 늦지 않았을까?"
녀석이 오류를 지적해줬다. 그리곤 가볍게 되물었다. “나도 큰아버지께 인사드리면 안 돼 ?"
녀석이 오류를 지적해줬다. 그리곤 가볍게 되물었다. “나도 큰아버지께 인사드리면 안 돼 ?"
"안 돼II
"왜?"
“아직 매 맞을 준비 안 됐단 말이야. ”
매를 맞아?그가 의아한 듯 쳐다봤으나 난 정말로 준비가 안 됐다.
''씨바, 남자랑 사귄다고 하면 분명히 뭐라 할 거란 말이야.” “그럼 친구라고 소개해.”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난 인상을 쓰며 현관으로 다시 향했다.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난 인상을 쓰며 현관으로 다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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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아닌데 어떻게 친구라고 하냐?너도 나랑 같이 맞을 각오 해라.”
그리고 긴장하며 문을 열었다. 두둥. 강한 눈빛, 더 강한 인상, 구릿빛 피부의 큰아버 지가 등장했다. 홈칫. 난괜히 놀라 뒤로 물러서서 공손히 인사했다.
“오셨어요. ”
그러나 큰아버지는 문이 열렸는데도 쓱 눈만 돌려 내 뒤를 봤다. 난 얼른 우민재를 내 옆에 세웠댜
'애는 우민재라고 합니다"
"무슨관계?"
큰아버지가 짧게 물었다. 내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 우민재가 차분히 답했다.
”고등학교 동창,친구입니다. ”
"0四야.”
내가 바로 덧붙였다. 우민재는 날들아봤지만, 난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친구 아니에요. ”
그럼 누군데?곧 들려올 질문에 솔직히 답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그런데 큰아 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그럼 친구이기도하고친구가아니기도한우민재씨.내가희찬이하고잠시할말 이있는데.”
우민재는 날 힐끔 보곤 밖에서 기다린다고 하며 나갔다. 난 그제야 큰아버지가 단지 김 치를 가져다주러 오신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무슨일 있으세요?"
I'청소는안하고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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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전에 했댜 마음에 상처를 크게 입었지만,나는 어른이니까 울지 않고 화제를 들 렸댜
"무슨일이신데요?"
"열무김 치댜"
큰아버지가 손에 든 김치통을 내밀었다. 난 김치통을 바로 받지 못했다.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큰아버지가 나한테 이렇게 뜸을 둘일 만한 이야기. 그러나일부러 먼
저 내 입으로꺼내고 싶지 않았다. 김 치통을 받아 들고 냉장고 앞에 서자 뒤에서 큰아 버지의 날 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우민재가 냉장고 정리는 좀 했겠지?나처럼 전문 가적인 솜씨로 17분 만에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하겠지만......·
”냉장고는 확실히 청소했군. ”
뒤에서 큰아버지의 칭찬이 들렸다. 마음의 상처가 하나 더 늘었다. 씨바,내가 한 청 소는 그럼뭔데?
“그런데 싱크대는 왜저 모양이야?"
“아버지일로 오셨어요?"
결국 내가 먼저 묻자 큰아버지가 날 가만히 보다가 응,하고 답했다.
"네 아버지가 너랑 연락하고 싶대. 한번 만났으면 하더라"
”왜요?”
전이라면 무조건 싫다는 답만 했을 텐데 이번엔 이유를 물으니 희망이 있어 보였나
전이라면 무조건 싫다는 답만 했을 텐데 이번엔 이유를 물으니 희망이 있어 보였나
보댜 큰아버지가 다행이다 싶었는지 입을 열었다.
"특별한 이유 없어. 그냥 한번 보고 싶은 것뿐이래. 만나볼래?"
''큰아버지.” 11.g?"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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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전에는 아버지를 만나면 화를 내야 하는데 제대로 화내지 못할까 봐, 이 준 비가 돼 있지 않아 거절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아버지한테 화내고 싶지 않 。任요.“
“그레 다행이네II
맞댜 다행이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댜
“그래서 지금은 만나도 상관없고 안 만나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만나면 내 시간을 버리는 거라 귀찮아요. 그래서 안 만날래요. ”
큰아버지는아무 말없이날보기만했다.여태까지단한번도아버지일로날혼내 신 적이 없으니 이번에도 그러리라는 걸 안다. 그런데 말없이 나를 쳐다보는 눈이 예전 과는 좀 달랐다 나이가 드셔서일까, 얼굴에 안타까움이 드러났다.
“그래도전엔미워도아버지라고생각하는것같더니,지금은남처럼 말하네.”
가족도 10년 넘게 안 보면 남이 되는 거지, 뭐. 가족이 특별하긴 해도 한편으론 별거 아니기도 하다 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도 가족이고, 유기농 회원들도, 아랫집 406호 식구들도 가족이다. 그리고 우민재도.
우민재의 이름을 떠올리자 가슴 안쪽에 따뜻함이 가득 찼다. 문득 아까는 망설였던 일이 이제는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집도 그냥 집일 뿐이다. 이곳의 추억과 시간 은 다른 곳에서도 만들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웃었는지도 모르겠다. 큰아버지의 목소리
가들렸댜
"너 좋아 보이는구나.”
네, 요새 좋아요.
난 궁합이 정말로 있다고 생각한다. 애정 관계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관계에서도 궁합이 안 맞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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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
뭐”
‘'또 보는구나, 권희선.”
학부가 내게 인사했다. 나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복수를 다짐했으나 불행히도 학부 의 이름을 몰랐다. 젠장.
“우민재 선생도 같이 나오는 거 아니었어?"
“서새니 ” L- c::, CJ •
"왜?"
“그 자식은 이제 선생 아니거든요?똑같은 제자인데 왜저는 그냥 권희찬이고 그 자 식은 우민순 선생인데요?"
쪼잔한 놈. 학부의 눈이 이렇게 말했다. 물 론 절대로 굴하지 않았다.
“우민재는 먼저 안에 들어가 있어요. 저 는 선생님이 근처에 오셨다고 해서 일부러 모시러 나왔단 말이에요.”
이래도 날 홀대할 거냐.
I'화장실이라도 가는 김 에 나왔겠지.”
흠칫 어떻게 알았지?내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거 봤나? "역시 화장실이었군. ”
그게 아니라 난 어버버거리며 괜히 화를 냈다•
"선생님, 세상 둥글게 사세요. ”
“나 충분히 둥글어. 일체유심조 하며 살고 있으니 걱정 마라.”
흠칫 어떻게 알았지?내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거 봤나? "역시 화장실이었군. ”
그게 아니라 난 어버버거리며 괜히 화를 냈다•
"선생님, 세상 둥글게 사세요. ”
“나 충분히 둥글어. 일체유심조 하며 살고 있으니 걱정 마라.”
멈칫 또 그 단어였다 나만 모르는 유행어야?난 경악한 눈으로 학부를 돌아봤다• "혹시 여동생이 복권방 하고 남동생은 변호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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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헛소리냐는 그의 표정을 보니 혼란스러웠다. 집안 내력이 아니라는 거야? 그 럼 세상에 내 천적이 세 핏줄이나 있다고?
“우민재 선생이 손님이 한 분 더 계시다고 하던데 누구야? 다른 졸 업생이야?"
“아뇨. 나이 드신 남자분이던데요.”
무슨이사장이라고 하던데, 말하면 상 주는 거 들킬까 봐일부러 정보를 숨겼다.학 부를 안쪽에 마련된 룸으로 데리고 가는데 그가 고급스러운 음식점의 분위기를 보며 중얼거리는 소리가들렸다.
"뭐 하러 이렇게 비싼 곳에서 밥을 먹어? 그냥 삼겹살이나 먹으면 되는구먼.”
"삼겹살은 나중에 제가 사드릴게요.”
“그래.“
난 바로 걸음을 멈췄다. 내가 사준다는 건 너무 바로 홀랑 답하는데?눈을 가늘게 좁 히고 쳐다보니 학부가 덧붙였다.
’'참고로 난 우삼겹만 먹는다.”
II · ”
복도를 걷는 짧은 시간 학부와 몇 번 투닥거린 끝에야, 겨우 룸에 도착했다. 마치 부 산에서 서울에 온 것 같은 피곤함이 몰려왔으나 안에서 학부가 부끄러워할 역사적인 장면을 기대하며 인내했다.그리고 문을 열고 내가 먼저 들어가자 안에 있던 두 사람이 자리에서일어났다 내 뒤로 학부가 들어왔다.
타닥 그가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댜 왜 안 들어와?돌아보니 놀란 눈으로 민재의 손 님을 보고 있었댜 손님 역시 놀란 눈으로 학부를 봤다.왜 그러지?서로 오래전에 헤 어진 첫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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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장 선생 아닙 니까?"
민재의 손님이 물었고,학부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이사장님이 나오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어? 학부가 아는 이사장? 번뜩 스 치는 게 있었다. 저 사람이 내 모교의 이사장이었 구나. 바로 학부를 내쫓으려던 못된 사람. 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이 상황을 관망 하는 우민재를 돌아봤다. 녀석은 음모를 꾸 밀 때처럼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만 살짝 으 쓱했댜
“우민재 선생,그럼 상을 받아야 할 훌륭한 교사라는 사람이.......”
"맞습니다. 학생부장 선생님입니다. 제가 잠시지만 교사로 재직할 때 정말로 큰 감 명을 받았습니다. 학생부장 선생님이야말로 학교에 꼭 계셔야 할 진정한 선생님이시 죠.“
우민재는 술술 답하며 이사장을 돌아보고 미소 지었다.
"물론 이사장님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고작 반년 있다가 나온 제가 뒤늦게 뭐 하 는 사람인지 아시고 연락하실 정도면,20년 넘게 근무하신 학생부장 선생님의 큰 노 고도 당연히 알고 계시겠지요. 안 그렇습니까,이사장님?"
이사장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학부에게 갑자기 친한 척하며 다가 가두 손을 꼭 잡았다.
"내가학생부장 선생을 얼마나 좋게 생각하는지 모를 겁니다 학생부장 선생이야말 로 우리 학교에 계속 남아 학생들을 지도해줘야 해요.”
학부는 그저 얼떨떨한 눈으로 이사장을 보기만 했고,옆에서 우민재가 한마디 거들 었다
“그러려면 올해 말에 퇴직하시는 교감 선생님 자리가 어울리겠네요.”
이사장이 핵,우민재를 돌아봤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린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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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람 교감 자리가 딱 맞죠.”
안타깝게도 학부를 놀려먹을 계획은 이뤄지지 못했다. 당황한 학부가 계속 굳어있
안타깝게도 학부를 놀려먹을 계획은 이뤄지지 못했다. 당황한 학부가 계속 굳어있
는 바람에 재미있는 표정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이제 교감이라고 불러야 하나?
"공기가 제법 선선해졌네.”
"응. 그렇지.”
우민재의 말에 동감했다. 우리 걸어갈까? 녀석의 제안에 어두워진 보도 위를 걸었 다 한참을 그냥 말없이 걸었던 것 같댜
"너 왜 나한테 안 물어봐?큰아버지가 왜 날 찾아오셨는지 안 궁금해?"
내가 생각난 듯 물으니 우민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해.“
“아버지가 날 만나고 싶대.그런데 귀찮아서 싫다고 했어.”
녀석은그저 미소만지었다.이상하게도 녀석의 미소는위안이된다.이번엔상처를
녀석은그저 미소만지었다.이상하게도 녀석의 미소는위안이된다.이번엔상처를
입은 게 아닌데도.
“나 실은 전에 복권방 갔었어.”
“그래?”
"응. 너한테일어나는 불운과 행운이 정말로 나 때문인지 물어보려고.” "뭐래?"
"맞대. 운명이래.”
감상이 어때?돌아보니 그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
“나 실은 전에 복권방 갔었어.”
“그래?”
"응. 너한테일어나는 불운과 행운이 정말로 나 때문인지 물어보려고.” "뭐래?"
"맞대. 운명이래.”
감상이 어때?돌아보니 그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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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곤데. ”
피식. 나도 마주 웃었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이사 와라"
그리고 그가좀 더 환하게 웃었다. 아마도 내 답 때문이리라. '그러지,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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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 , 슥 . 스 케 이 트 의 날 이 빠 르 게 얼 음 판 을 가른 다 . 어 디 선 가 디 펜 더 가 공 격 자 를 몸 으로 막지만, 공격 팀의 윙이 바로 달려와 길을 터 준다. 퍽 ! 선수들의 바위 같은 몸이 허 공에서 부딪친다 신음과 거친 호흡은 관중의 함성에 눌려 둘리지 않는다.
오직 저 검은 퍽이 골대 안에 들어가는 것에 모두의 관심이 쏠린다. 그러려면 계속 몸을 부딪치고 힘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 링크는 서늘하지만, 그 위는 불같이 뜨거운 열기가 퍼진댜 레프트 윙인 우민재에게 감독의 지시가 떨어졌다.
메이저 페널티 먹을 각오로 상대 팀의 선수를 무너트려라. 교체되어 링크로 나가는
우민재에겐 벌써 팬들의 엄청 난 환호가 둘리는 듯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싸움이었다. 서로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두르고, 팔꿈치로 때리고. 스틱으로 알게 모르게 상대의 몸을 건드리는 건 일도 아니다.
펜스로 밀어붙일까?온 힘을 다해 누군가와 맞붙어 힘을 쓰는 건 벌써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민재는 이래서 아이스하키가좋았다. 싸움이 전략의 하나가 되는 경기. 그가 억눌렀던 야수 같은 본능을 자유롭게 풀어내도 되는 시간. 그는 상대를 향해 돌진하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댜
운동을 포기하고 한국에 다시 들아오면서 우민재는 자신의 결정을 믿을 수가 없었 댜 그러나 무언가에 홀리듯 이미 자신은 권희찬 앞에 와있었다 그를 보는 순간 모든
미련이 사라졌댜 마 치 링크에 올랐을 때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가 아니라 오직 한 사람의 앞에서 이런 느낌을 받을 거라곤 전 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일부러 이 열기와 들뜨는 마음을 억눌렀다. 눈앞의 진수성찬 은 아직 완성된 게 아니었다.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마냥 웃으며 즐거워할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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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댜
'결국은 연애도 끝이 있잖아. 최악의 끝을 피하려면 하나씩 내려놓는 게 좋겠지. 미 리 포기해두면 편하고.'
희찬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가 자신을 받아들인 건, 민재가 그를 받아들이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였다. 언젠가 끝날 관계라고?누구 마음대로?민재는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았을 거란 추측01었다
아마도 부모님 중 한 명이겠지. 민재는 희찬이 고등학생 때 집을 나간 아버지를 원 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왜 갑자기 그 기억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2학 년 여 름방학이 시작되고 길에서 우연히 만났던 초췌한 모습의 그 말이다.
'너 고등학교 2학년 여 름방학 전에 가출했었지. 그때 뭐 했어?'
그가 던진 질문에 희찬의 표정이 바로 싸늘해졌다. 역린이 맞았다. 일식집 앞에 거 지꼴로 앉아서 안의 누군가를 응시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진짜 하고 싶은 질문은 이거 였다그안에 누가있었어?때마침 그의일을맡아서해주는사람이 민재가부탁한조 사 자료를 가지고 왔다.
희찬의 아버지에 관한 자료였다. 민재가 주목한 건 희찬의 아버지가 바람난 여자와 살던 아파트였댜 일식집 근처였다. 그는 게임을 하는 희찬을 돌아봤다. 너 아버지를 찾아가느라 가출했던 거야?그러나 당시 그의 모습을보면 앞에 나서지 못했던 것 같 다 며칠이나 거지꼴이 되도록 한 사람을 따라다니다니.
결말은 모른다. 결국 아버지와 만났지만 싸우고 헤어졌는지, 아니면 만나지 않고 그 냥 돌아왔는지. 중요한 건 그가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건 민재의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일 수 있었다. 우민재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무슨방법이든 쓸 생각이었댜 반칙은 그에게 하나의 전략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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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건 우연히 얻어걸린 행운 때문이었다. 희찬이 왔을 때 투자를 철 회한 게 옳은 선택이었다. 민재는일부러 이걸 희찬의 공으로 돌렸다.
'네가나한테는행운의여신일지도모르겠다.’
희찬은 좋아하긴 했지만,그저 가볍게 받아들였다. 상관없다• 처음은 그렇겠지만, 우연이 반복되면 달라질 것이다. 민재의 계획은 간단했다. 우연을 만들자. 운명이라고
믿을 정도로 몇 번에 걸친 우연을 만들자. 많이도 필요 없다.
남들이 믿지 못할 경험을 한 희찬이라면 몇 번만으로도 의심하며 운명을 믿게될 거 댜 그리고 얼마 뒤,달려든 오토바이 때문에 차가 반파됐다. 민재는일부러 희찬의 문 자에 답하지 않았다. 사고 난 차 안에 휴대폰과 짐을 도로 넣고 아래로 내려온 레스토 랑 지배인에게 맡기며 당부했다.
”이 번호로 전화가 오면 계속 무시하다가 한 시간쯤 뒤에 받으세요.”
지배인은 어리둥절해했지만, 건물 주인이 저렇게 말하는데 토를 달 순 없었다. 오토 바이 운전자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며 민재의 입가엔 희미한 웃음이 흘렀 댜 첫 번째 불운이었댜 이제 행운 하나, 불운 하나.
아직 희찬은 이일에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며칠 뒤,작업실로 마련한 희찬 의 가게 근처 사무실로 그가 찾아왔다. 민재는 소파에서 잠든 희찬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볼수록 신기했댜 누군가에게 이렇게 마음을 빼앗긴 적은 없었다.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람을 먹어버렸다는 끔찍한 이야기는 소름 끼치기보단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를 빨리, 완전히 손에 넣고 싶었다. 그러나 민재는 용케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억눌렀다 그는 희찬에게서 떨어져 거리를 두고 내려다봤다. 어서 그와 단단히 엮이고 싶었댜
"연애의 반이 운명이라면 넌 날 떠나지 못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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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불운. 조명이 떨어졌다 후배가 다칠 뻔한 건 나쁜일이지만, 놀라서 달려와 호들갑을 떠는 다른 후배들을 옆에 두고 민재는 그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형괜찮아요?혹시 머리 다쳤어요?"
민재가 그저 웃기만 할 뿐 답을 안 하자 옆에서 다른 후배가 말했다.
‘'형 진짜 기가 막히나 보다.”
후배의 말들을 뒤로하고 아까 문자가 왔던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그는 일부러 휴대 폰을 가방에 넣고 돌아앉았다. 희찬에게 아직 전화는 오지 않았지만, 그는 희 미 하게 느 끼고 있었댜 셀 수 없는 많은 미래 중 그가 그토록 원하는 길로 인생이 방향을 틀었다
고 말이댜 이마에선 피가 흘렀으나 기분은 좋았다. 크게 웃고 싶을 정도였다.
두 번째 행운은 그도 예상치 못한일이었다.웹툰 작가의 전화를 끊고도 믿기지 않 아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그는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일부러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댜 하고 싶은 걸 찾을 때까지 마음을 좀 더 느긋하게 먹을 생각이었다. 글을 쓰는 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희찬이 자신이 읽을 테니 계속 써보라고 했을 때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자신의 실력을 알기에 일부러 기대를 품지 않았다. 실력을 더 키우기 전엔 아직 아니었다. 어 쩌면 계속 취미로 남을 실력일지도 모르고. 그런데 거절했던 웹툰 작가가 해보겠다고 연락이 왔댜
'내용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이 장면에 이 그림을 넣으면 딱인데, 하고. 계속 떠올 라서 한 번 해보려고요.’
내용 일부를 수정하겠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당연히 받아들였다. 취미, 오직 내 영 역 안에서 벌어지던일이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때 희찬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가 잘됐다며 축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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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덕분이야. ’
진심이었다 희찬은 여 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럼 진지하게 생각 하게 하면 된댜 그는 일부러 희찬에게 자신의 불운을 상기시켰다.
‘내가 사고 난 건 신경 쓰지 마. 너랑 상관없어.’
그의 표정이굳어졌다. 그래,계속 신경 써. 계속 의심해.
민재는 좀 더 극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단지 만나는 약속을 깨는 걸로 부족하다면 좀 더 강하게 나가고 싶었다. 뭐가 좋을까? 희찬이 축구 시합으로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을 때 세 번째 기회가 왔다.
호텔에서 만난 희찬은 단지 자신이 전화를 받지 않은 걸로 나쁜 일이 생겼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 후 며칠 그는 일부러 민재를 피 했다. 민재는 그의 뜻대로 해주기로 했다 오히려 희찬이 만나자고 먼저 말할 때는 이쪽에서 피했다.
만약 미끼를 물고 불안해하는 거라면 더 확실히 보여줘야 했다. 일주일간 연락을 피 하면서 희찬의 가게에 CCTV를 달았다. 유기농 회장님은 민재에겐 여러모로 좋은 분 이었댜 깐깐한 장사꾼이지만,유기농의 일이라면 이상하게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덕분에 후원이란 명분으로 쉽게 도울 수도 있고, 희찬을 감시할 수도 있었다.
아침부터 찾아와 같이 술을 마시는 희찬의 친구를 알 수도 있고 말이다. 한남수라는
저 친구는 아직 그 사람과 연애를 안 하는 거야?짜증이 났다. 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았 댜 남수의 상대에게 했던 조언이 결국은 먹힐 테니까. 그가 줬던 전화번호로 연락이 왔을 때 말했댜
철대로 먼저 연락하지 마세요 정말로 잡고 싶다면 한 달은 꾹 참아요. 그쪽에서 연 락이 올 때까지. 물론 연락은 반드시 옵니다.’
상대는 미심쩍고,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 대체 누군데?누구긴. 한남수가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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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끝내길 가장 바라는 사람이지. 상대를 설득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CCTV로 보이는 한남수의 상태를 보건대 한 달까지 걸리지도 않을 것 같고.
지켜보던 민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가게는 비어있었다. 나갔나? 민재는 희찬 을 만나지 못한 일주일간 매일 그가 집으로 가는 길을 배웅했었다. 상대는 모를지라도 건물 앞에서 희찬의 트 럭이 나가는 걸 봤었다.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미 치지 않을 것 같았댜
휴대폰을 들고 언제 나갔는지 CCTV 내용을 확인하며 건물 밖으로 나섰다. 그때 두 가지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희찬의 음성과 오토바이 소리. 민재는 순간,기다리던 두 가지가 동시에 왔음을 직감했다. 몸이 먼저 희찬에게 반응했다.
정말로 그였댜 CCTV 화면에서 트럭이 가게 밖에 주차된 걸 보고 어쩌면 저를 찾 아왔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맞았다. 오토바이 역시 뻔했다. 친척 중 하나가 자신 을 죽이려고 계속 사람을 보내고 있었다. 오토바이는 며칠 그를 따라다닌 이 중 하나였 고, 아마 매일 아침 이 시간에 밖으로 나온다는 걸 알고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소리만 요란했지,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민재가 앞으로 나서자 그대로 줄행랑을 쳤으니까. 친척이 돈을 얼마나 썼는지 몰라도 제대로 안 쓴 게 분명했댜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그런 못된 친척 덕분에 희찬의 눈은 다시 충격으 로 가득 찼으니 말이다
'네 덕분이야. 너 때문에 살았어.’
세 번째 행운이었댜
사실 민재는 몇 번의 행운과 불운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뜻밖의 조력자 가 있었다 복권방 주인이었댜 민재는 이날 아침 희찬을 쫓았댜 비가 와 축구 시합이 취소된 걸 알았는데 잘 거라며 만남을 피했다. 그가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느낌이라 따라왔었다. 그리고 복권방 주인에게 직접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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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이 묻기에 운명이라고 했어. ’
이 일이 희찬에게 쐐기를 박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의 바람은 이제 한 걸음만 남겨 두고 있었다 이제 그를 따라다니는 청부업자들도 정리할 때가 되었다. 민재는 그들을 일부러 오래된 공사장으로 유인했다. 그들은 민재가 자신들에게 쫓겨 안으로 들어왔
다고생각했지만, 덫에 걸린 건 그들이었다.
"어설프네.”
지시한 사람만큼이나 어설폈다. 사주한 민재의 친척은 어지간히도 돈을 아꼈던가 보다 하긴 소송으로 그 많은 돈을 잃었으니 몸을 사릴 만도 하지. 그러나 곧 남은 돈까 지 모두 잃게 할 생각이었다. 민재를 쫓아온 건장한 남자 넷이 아무 말 없이 칼을꺼내 들었댜 민재도 바닥에 나팅구는 각목 하나를 들며 물었다.
"여기는 CCTV가 없는 거 알아?"
“그 말은 널 여기서 죽이기에 딱 좋다는 뜻이지.”
“아니. 너희가 여기까지 날 쫓아오는 길엔 모두 CCTV가 있었다는 뜻이야. 나도 찍 어두기도 했고.”
녀석들의 눈이 갑자기 험악해졌다. 민재는 미끼를 던지듯 휴대폰을 자신의 뒷주머 니에 넣고 친절을 베풀었다.
”가져가.”
그러나 쉽게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민재를 따라온 넷은 숫자로 우위에 있지만,불
길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저 새끼 왜저렇게 웃고 있지?사진에서 보던 그저 입술만 휘어 웃는 미소가 아니라 이를 드러낸 전혀 다른 웃음이었다. 정말로 다른 사람 인양민재가먼저 앞으로한발나섰다.그와가까이있던이도칼을들고앞으로나서 며 바로 휘둘렀다.
휘잉―챙!
휘두른 칼이 허공을 갈랐다. 옆으로 빠져나간 민재가공격자의 손목을 각목으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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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쳤다 엄청 난 통증에 칼을 놓친 공격자의 얼굴로 주먹이 날아왔다. 그에게선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주먹 한 방에 코뼈가 부러지고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 바닥에 주 저앉았댜 지금 무슨일이 일어 난 거지?저 덩치 큰 새끼가 어떻게 저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지?남은 이들은 경악했다. 그는 정말로 다른 사람이었다. 피로 물든 주먹을 보며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좋은데. 피 냄새.”
변호사와 함께 찾아온 희찬은 화가 난 것 같았지만, 민재는괜찮다는 걸 알고 있었 댜 본인이 민재의 생명을 살렸다는 것에 안도와 감사를 느끼고 있을 테니까. 희찬은 이제 이 상황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누가사주했는지 찾았습니다.”
“우리가 예상하던 사람 맞죠?"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증거도 있겠다,확실히 밟아도 됩니까?"
“ 기 러 0 ,,
―CJ프.
민재는 변호사를 처음 봤을 때부터 자신과 어 딘지 통하는 게 있다고 여 겼다. 희찬을 속이는일에도 아무렇지 않게 동참하며, 좋은 계획이라고 칭찬까지 했던 사람이다, 민 재는 그에게 미소 지었다.
”밟고 뼈까지 씹어 먹을 겁니다.”
이제 걸림돌은 없다. 모든 건 그의 뜻대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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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방 주인은 희찬이 나가고 뒤이어 들어온 민재에게 원하는 걸 알려줬다.
“그 녀석이 묻기에 운명이라고 했어. 인연의 끈이 완전히 묶여서 풀 수 없다고 했지. 알아듣는 것 같더라.”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댜"
고맙긴, 월. 복권방 주인은 무표정하게 중얼거리곤 덧붙였다.
"다 사실인데.”
씨익. 민재가 미소를 지었다 복권방 주인은 처음 그를 봤을 때의 느낌을 잊지 않았 댜 위험한 녀석이었다 승천하지 않은 용이 땅에 남아 아랫것들과 함께하려고 했다. 그 기운이 너무 세서 막아줄 무언가가 없다면 그는 앞으로 세상을 위험하게 할 존재였 댜 그런데 뜻밖에도 그 기운은 다른 곳으로 갔다 그래서 그는 발톱을 숨긴 용으로 남 게될 것이다 사람들의 중심에서 높이 서 는 이로.
”말해봐"
네?쳐다보는 민재에게 복권방 주인은 정말로 궁금해서 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 일어 난 행운과 불운 중에서 네가일부러 만든 게 얼마나 돼?"
"절반 정도요. 하지만 실행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전에 모든 게 일어났으니까요.”
민재는 상대의 눈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부 우연입니다"
그리고 모든 게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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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복권방 주인은 희찬이 나가고 뒤이어 들어온 민재에게 원하는 걸 알려줬다.
“그 녀석이 묻기에 운명이라고 했어. 인연의 끈이 완전히 묶여서 풀 수 없다고 했지. 알아듣는 것 같더라.”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댜"
고맙긴, 월. 복권방 주인은 무표정하게 중얼거리곤 덧붙였다. " 다 사실인데.”
씨익. 민재가 미소를 지었다 복권방 주인은 처음 그를 봤을 때의 느낌을 잊지 않았 댜 위험한 녀석이었다 승천하지 않은 용이 땅에 남아 아랫것들과 함께하려고 했다. 그 기운이 너무 세서 막아줄 무언가가 없다면 그는 앞으로 세상을 위험하게 할 존재였 댜 그런데 뜻밖에도 그 기운은 다른 곳으로 갔다 그래서 그는 발톱을 숨긴 용으로 남 게될 것이다 사람들의 중심에서 높이 서는 이로.
”말해봐"
네?쳐 다보는 민재에게 복권방 주인은 정말로 궁금해서 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 일어 난 행운과 불운 중에서 네가일부러 만든 게 얼마나 돼?"
"절반 정도요 하지만 실행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전에 모든 게 일어났으니까요.”
민재는 상대의 눈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부 우연입니다"
그리고 모든 게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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